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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가 율리우스 에두아르트 히치히에게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 나의 오랜 친구 페터 슐레밀에게 옮긴이의 글 |
Adelbert von Cham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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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누군가가 다음 소원을 입 밖에 내자마자 그 남자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세 필의 경주마를-믿기지 않겠지만 정말이라네-그러니까 안장과 마구를 갖춘 아름답고 훤칠한 검은 말을 호주머니에서 꺼냈으니, 그걸 본 내 기분이 어땠겠는가! 맙소사, 한번 생각해보게, 안장을 얹은 세 마리 말이 호주머니에서 나오다니!
---p.29~30 “저는 잠시나마 당신 곁에 머무는 행운을 누리면서,-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걸 부디 나무라지 마십시오-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탄의 마음으로 당신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림자를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당신께서는 햇빛을 받으며 아주 수려한 그림자를 발치에 드리우고 계시는데 마치 일종의 고상한 경멸감을 품으시기라도 한 듯 그림자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계시더군요. 제가 주제넘은 청을 드리는 것을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혹시 저에게 당신의 그림자를 넘겨주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p.33 나는 품에서 불행을 불러온 저 돈주머니를 꺼내고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내 안에서 커가는 분노를 어쩌지 못하고 금화를, 금화를, 또 금화를 끄집어내기를 되풀이했네. 나는 금화를 방바닥에 뿌리고는 쨍그랑 소리를 내며 동전을 밟고 이리저리 걸어 다녔어. 금화의 광채와 소리로 내 불쌍한 마음을 달래가며 금화 위로 금화들을 계속 던져댔지. 나는 마침내 지쳐서 금화 뭉텅이 위에 주저앉아서는 넋을 잃고 금화들을 헤집어 대며 그 위에서 뒹굴었다네. 그렇게 낮이 가고 저녁이 가도록 나는 방문을 열지 않았어. 금 더미 위에 누운 채로 밤을 맞이했고 그러다가 그만 잠들어버렸다네. ---p.43 교수가 계속해서 물었네. “도대체 그 사람은 얼마나 어설프고 조심성이 없었기에 자기 그림자를 잃어버렸다는 겁니까?” 나는 대답했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는 이제 아무 의미 없는 일이겠지만 대충 사정은 이렇습니다.” 나는 철면피가 되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네. “지난번 겨울에 그 사람이 러시아를 여행하고 있었을 때 일입니다. 지독한 추위로 그림자가 어찌나 단단히 땅바닥에 얼어붙었던지 다시 떼어낼 수가 없었답니다.” ---p.57 미나는 정말이지 사랑스럽고 착하고 경건한 소녀였어. 미나는 상상력을 온통 나에게 쏟아부었던 데다가 워낙 성품이 겸손했던 탓에, 도대체 자신이 무슨 가치가 있길래 내가 오매불망 자신만을 바라보는지 알 수가 없어했지. 그녀는 순진무구한 소녀답게 청춘의 충만한 힘으로 내 사랑에 사랑으로 화답했지. 그녀는, 여자라면 늘 그렇듯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해가며 사랑했다네. 자신을 잊은 채로,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남자만 생각하며 헌신적으로, 그러다가 파멸하면 어쩌나 걱정하지도 않고 말일세. 한마디로 그녀는 진심을 다해 사랑했어. ---p.83 “사람들이 말하기로는, 주인님은 그림자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긴말할 것 없이, 저에게 그림자를 보여주든지, 아니면 저를 해고해주십시오.” 벤델은 창백한 얼굴로 떨고 있긴 했지만 나보다는 침착했다네. 그는 내게 신호를 보냈어. 나는 만병통치약인 황금으로 해결해보려 했네만⋯⋯ 그마저 효력을 잃고 말았는지 녀석이 그걸 내 발치에 팽개쳐버리지 뭔가. “그림자 없는 사람에게서는 아무것도 받지 않겠습니다.” ---p.98 그 사내는 곧장 호주머니에서 내 그림자를 꺼내어 들판 위에 솜씨 좋게 던져놓고는, 자기 발치에서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길쭉이 펼쳤다네. 그러고 나니 이제 그는 자신을 따라 움직이는 두 그림자, 그러니까 내 그림자와 그의 그림자 사이에서 걷게 되었지. 내 그림자 역시 그가 하는 대로 그의 온갖 동작에 맞춰 방향을 틀며 복종해야 했거든. 너무도 오랜만에 다시 만난 내 가련한 그림자가 그토록 굴욕적으로 굽신대는 처지로 전락한 걸 보려니, 그리고 바로 그 그림자 때문에 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져서 나는 그만 서럽게 울기 시작했네 ---p.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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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그림자, 영혼 -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림자의 역설적인 의미다.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을 수 있고, 평소에는 특별한 가치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잃는 순간 슐레밀은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에서 배척당한다. 사람들은 그의 막대한 재산보다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두고, 그것을 이유로 그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림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품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나 명예, 타인의 인정일 수도 있고, 공동체에 속하기 위해 갖추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조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림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한 인간을 배제하는 사회의 시선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림자를 되찾고 싶은 슐레밀 앞에 회색 옷의 남자가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그림자를 돌려주는 대가로 그의 영혼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그림자를 황금과 맞바꾸었지만, 이제는 그림자를 되찾기 위해 영혼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황금과 그림자, 그리고 영혼. 세 가지를 둘러싼 거래는 슐레밀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지 선택하도록 요구한다. 부와 사회적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것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삶과 자기 자신을 지키는 삶이 충돌할 때 인간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샤미소는 악마와의 거래라는 익숙한 환상문학의 모티프를 통해 인간의 가치가 무엇으로 결정되는지 묻는다. 이 작품이 단순한 권선징악의 우화를 넘어 오늘날까지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발견한 새로운 세계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그림자를 잃은 남자의 비극을 그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슐레밀은 결국 그림자를 되찾기 위해 영혼을 내놓는 거래를 거부한다. 황금도, 그림자도 포기한 그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으려 애쓰던 삶에서 벗어나 홀로 길을 떠난다. 그리고 우연히 한걸음에 7마일을 이동할 수 있는 마법의 장화를 얻게 된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그림자를 잃어 세상에서 쫓겨난 남자는 이제 마법의 장화를 신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자연을 탐구한다. 이전까지 그에게 세상은 자신을 배척하고 상처 입히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무한한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 된다. 그림자를 되찾지 못했다고 해서 그의 삶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여기서 샤미소의 환상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서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고,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과 행복의 기준을 넘어서는 또 다른 삶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다. 상실은 반드시 불행으로 끝나는가.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삶에도 충만한 기쁨과 의미가 존재할 수 있지 않은가. 슐레밀의 기이한 모험은 이러한 질문을 남기며 한 인간의 성장 이야기로 완성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작가가 그려낸 환상의 세계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에는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자신의 삶이 깊이 투영되어 있다. 1781년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샤미소는 프랑스혁명으로 가족과 함께 망명길에 올랐고, 이후 독일에 정착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어로 문학을 창작했고, 프로이센군 장교로 복무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이방인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슐레밀의 운명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그러나 샤미소의 삶과 작품이 만나는 지점은 소외의 경험만이 아니다. 문학과 철학에 몰두했던 그는 자연과학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1815년 러시아 탐험선 루릭호에 자연과학자로 합류해 세계를 일주했다. 세계 곳곳의 식물과 동물, 자연환경을 관찰하고 연구했던 그의 삶은 마법의 장화를 신고 자연을 탐구하는 슐레밀의 여정과도 흥미로운 평행을 이룬다. 현실에서는 어느 한 곳에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작가가 문학에서는 국경과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물을 창조한 것이다. 샤미소에게 환상은 현실에서 경험한 소외와 갈등을 표현하는 동시에, 그 현실을 넘어설 가능성을 발견하는 문학적 방식이었다. 세상의 인정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일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 외모와 성취가 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소외되거나 배제된다. 그런 점에서 200여 년 전 발표된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놀라울 만큼 생생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슐레밀은 끝내 그림자를 되찾지 못한다. 그러나 그림자가 없는 삶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더라도 인간은 자기 삶의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는 기묘한 마법과 모험으로 독자를 매혹시키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림자를 잃은 남자의 이야기는 결국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이번 니케북스 판은 독일 레클람 출판사의 2014년 판본을 저본으로 삼아 새롭게 번역했으며, 19세기 삽화가 조지 크룩생크의 그림을 함께 수록해 환상적인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전한다. 또한 정상원 번역가의 해설은 샤미소의 파란만장한 삶과 독일 낭만주의의 시대적 배경, 작품에 담긴 상징과 철학적 의미를 깊이 있게 짚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왜 지금 샤미소인가?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 외모와 성취가 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시대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자신을 맞추려 애쓴다.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은 때로 소외되거나 배제된다. 200여 년 전 샤미소가 그려낸 그림자 없는 남자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은 이유다. 슐레밀은 그림자 대신 마르지 않는 황금주머니를 얻었다. 그러나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배척하고 조롱한다. 타인의 인정을 되찾으려 애쓰던 그는 결국 자신에게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부와 그림자를 포기하고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과 행복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난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며 살아가는가.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샤미소는 그림자를 잃은 남자의 기이한 모험을 통해 인간의 가치는 타인의 인정이나 외적인 조건만으로 결정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는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독자를 매혹시키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샤미소의 질문이 유효한 이유다. ·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은 ‘단숨에 읽는 손 안의 고전’을 지향합니다. 고전을 통해 오늘을 이해하고, 오늘의 감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 기획은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로 다른 주제 아래 작품을 선별한 하위 시리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의 깊이는 놓치지 않되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만듦새까지 고려했습니다. 니케북스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니케북스의 ‘환상과 마법’ 시리즈 잃어버린 상상력을 되찾고 경이로움을 선물할 신비로운 이야기들 ‘환상과 마법’ 시리즈는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적 상징이 만나는 지점에서 태어난 고전들의 모음집이다. 이 시리즈는 현실을 넘어서는 세계, 보이지 않는 진실, 그리고 영혼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탐구한다. 별과 별 사이를 건너는 여정, 꿈과 각성의 경계, 우연과 운명의 마주침 속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환상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며, 마법은 단지 신비한 힘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다. ‘환상과 마법’은 바로 그 거울과 눈을 독자에게 건넨다. 시공을 초월해 이어지는 이 이야기들은, 이성으로 다 헤아릴 수 없는 삶의 깊이를 언어 반복을 통한 리듬감, 상징의 언어로 드러내어, 삶에 쫒겨 잊고 살아가는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