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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INFORMATION 결혼숙려일기 EPISO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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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을 하려고 했을까?
아무렇게나 결정한 것 아닐 텐데, 사랑도 다짐도 모호해지는 기분이 든다. 결혼으로 무언가 새롭게 연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둘만 툭 떨어져 영영 어디론가 밀려가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서 둘만 떨어져 검고 외로운 구멍으로 낙오되는 중. 그 구멍엔 둘만 있어서 괴롭다. 둘은 하나가 아니고 결국 둘이라서, 작은 구멍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둘밖에 없어서 서로에겐 아무런 편도 없다. 또 다시 튕겨 나온 둘은 하나로 고립되는 것. 우리는 정말 서로에게 서로일 수 있을까? ---p. 55 흠,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서 또 생각한다. 우리가 사랑한 것들을 같이 추모하는 날들을 앞으로 무수히 쌓아가겠구나. 우리의 첫 이별이다. 우리의 작고 여렸던, 겨우 새싹을 못 벗어나던 바질의 모습만큼이나 작은 이별이다. 작다고 하나도 슬프지 않은 건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슬픈 건 아니어서 우리는 또 금세 바질 같은 건 잊고(ㅜㅜ) 별 일 없이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겠지. 나중엔 바질보다 조금 더 큰 슬픔이, 아니, 바오밥나무만큼 아주아주 큰 슬픔이 우리의 마음을 부술 만큼 우리의 마음에 뿌리내리는 날도 같이 겪겠지.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곁이 될 테고, 그러면 그때 우린 서로 덕분에 조금은 나아질까. ---p. 70 결과보다 과정이 차고 넘치는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 올해 첫 노래인 ‘big love’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실처럼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아’ 노래와는 반대로, 가느다란 우리 사랑이 자꾸 엉킨다. ---p. 75 둘이 되어 산다는 것은 겨우 내가 이 정도 인간임을 깨닫는 것. 겨우 내가 이 정도 일에 화가 나고,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툴고, 별 거 아닌 일에 오래 섭섭해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걸 인정하기 어려워서 눈앞에 있는 동거인에게 예민해지다보면 알게 된다. 이건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생기는 감정이구나.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겨우 이 정도의 인간임을 알게 되는 것. 남들과는 다를 줄 알았던 우리도 겨우 그 정도로 마음이 상하고 다투게 되는 것을 아는 것. 그러면서 우리도 남들처럼 어찌저찌 살아가겠다 싶은 희망이 생기는 것. 둘이 되어 사는 것은 그런 서로임에도 여전히 함께한다는 것. 겨우 이런 인간일 뿐임에도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꼭 안아주고, 바깥에서보다 모자라 보이는 모습마저 귀여워해주는 것. 겨우 이런 내 모습을 환대해줄 누군가가 늘 옆에 있다는 것. ---p. 88 어떤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어떤 사람들의 얼굴을 하객석에서 마주하고 싶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나도 그들의 경사에 기꺼이 축하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하자. 혹 오지 못하더라도 섭섭해하지 말자. 그들을 좋아하는 만큼 그들이 선택한 그 주말의 시간도 존중해주자. 선뜻 시간을 내어 축하하러 와준 이들에게는 감사를 전하자. 그거면 되지 않을까? ---p. 116 같이 지내는 동안 사랑이라는 것은 뭔지, 결혼은 대체 뭔지 답이 없는 질문을 계속 곱씹었어. 여전히 답은 모르겠지만 같이 살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사랑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아. 훨씬 더 복잡하고 넓은 사랑을 더듬어보게 돼. 사랑이 전부라는 말은 어쩌면 사랑 속에 미움, 슬픔, 지긋지긋함 같은 것들이 다 포함되었다는 말일지도 모르겠어. 이대로면 87살 정도된 우리는 얼마나 큰 사랑을 품게 될까? ---p. 1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