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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4
1부 나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12 그런 이야기를 좋아해 14 할머니는 토마토를 예뻐해 16 양말의 역사 18 아기 코끼리는 코끼리가 될 거야 20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 22 애벌레의 하늘 23 지구를 떠날 거야 26 카운트다운 28 할머니가 뿌린 상추씨는 몇 장의 상추가 되나요? 32 이야기가 빵이라면 34 슈퍼히어로 36 2부 무당벌레야 너는 모르겠지만 별별 할머니 40 이상한 나라의 도서관에서 42 소리가 달라질 거야 44 교실은 조용하지 않을 거야 46 삐삐는 구구단을 거꾸로 외운다 48 체셔 고양이처럼 말해 주세요 50 돈가스 때문일까 52 초콜릿으로 말해 54 너는 모르겠지만 56 삐삐에게 58 어머어머어머 60 3부 나는 여름의 사과 여름의 사과가 말했다 64 공룡이 살았다 66 악어가 있으니까 괜찮아 68 어제의 꿈이 라면이 되면 어때 70 일요일의 아빠에게 71 전국노래자랑 74 레고 76 우리 마을에 크고 환한 마트가 생겼는데 78 곰 인형 같은 미래를 기다린다 80 여름 나무는 악어 같아 82 시는 84 4부 이제 올라가도 될까요? 아침의 애호박 88 여름을 병에 넣어요 90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일 층이에요 94 키오스크 96 교훈 같은 건 없을지도 몰라요 98 밥을 먹어요 100 슬픔이 쿵, 104 일기장 106 휘파람 부는 할머니 108 캔디에게 110 우리가 달까지 가는 이유 112 해설 긍정을 긍정하는 선순환의 언어 _김준현(시인) 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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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이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심상
어린이쪽으로 몸을 뻗는 조인정의 동시 “사과가 되고 싶어.” 나는 여름의 사과 나는 사과일까 아직 익지 않은 연두 사과는 사과가 아닌 것 같아 _「여름의 사과가 말했다」 중에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들을 기다리는 동안 책상 위에 있는 미래는 차곡차곡 두꺼워진다 아무도 미래를 알려 주지 않으니까 나는 일기장을 믿는다 _「일기장」 중에서 사과가 되고 싶지만 아직 연두인 나의 정체를 자문하는 마음, 미래를 알려 주는 사람이 없으니 내 이야기를 적은 나의 일기장을 믿겠다는 선언. 언뜻 상반된 자리에 있는 마음 같지만 한 겹 안으로만 들어가 본다면 모두 열심히 자라고 있는 존재의 현재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인정의 동시 속 어린이는 자신이 만든 동그란 구멍을 통해 하늘을 보며 “나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애벌레의 하늘」) 하고 감탄하거나, 스마트폰 전원을 스스로 끄고 학원 숙제를 끝낸 나를 향해 “나는 나를 구했지”(「슈퍼히어로」) 하며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내 기분도 중요하지만 누가 울면 자꾸 마음이 쓰여”(「교실은 조용하지 않을 거야」) 고민하기도 하고, “잠이 올 때까지/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하면서”(「삐삐에게」) 슬퍼지려는 자기 자신에게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한다. 시인이 펼쳐 놓은 너른 우주의 “별별 일들” (「별별 할머니」) 사이에서 아이들은 마음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을 찾아 저마다의 얼굴을 비춰 볼 것이다. 말랑이처럼 부드럽고 유연하며 시시때때로 변화무쌍한 아이들 쪽으로 조인정의 동시가 몸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삭막한 현실에서 건져 낸 건강한 유희 슬픔의 강에서 길어 올린 올곧은 낙관 노래처럼 되풀이하는 자기 암시의 강인한 힘 시는 소원, 어둠 속에서도 시를 쓸 수 있어 시는 삐삐, 언제나 나를 웃게 해 시는 아침, 나를 다시 일으켜 줄 거야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사실들이 있어서 세상에는 그만큼 많은 시가 있어 어느 날, 네가 나쁜 꿈처럼 어떤 사실을 겪는다 해도 어떤 시가 울고 있는 너를 구해 줄 거야 시를 따라간 곳에서 어둠을 밀어내는 아침을 볼 수 있다면 너는 웃으면서 말할 거야 시는 아름답구나 _「시는」 중에서 해설을 쓴 시인 김준현은 「시는」을 논하며 “자기 구원을 동력으로 삼은 시가 화자인 ‘나’의 내면을 경유해 독자인 ‘너’에게로 향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자고 청한다. 시가 자신이 어린이 독자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 줄 수 있는지 스스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인이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자 하는 사랑의 모양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과연 조인정의 목소리는 부러 먼 길을 에두르거나, 번지르르하게 꾸민 외피 뒤에 숨는 일이 없다. “일요일의 아빠”가 곰처럼 누워 있는 소파 옆이라든가(「일요일의 아빠에게」) “해 질 무렵 집에 돌아온 사람들이 차곡차곡 타기를” 기다리는 엘리베이터 안(「엘리베이터는 아직도 일 층이에요」), “오늘도 일 학년이 울고 있”는, “우당탕탕 컵이 떨어지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급식실(「돈가스 때문일까」) 같은 일상의 공간에서 아빠를 응원하는, 늦은 사람을 재촉하지 않는, 다시 서로를 좋아하기로 하는 범상한 마음 위에 맺히는 오묘한 무늬를 편안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그려 낸다. 시라는 개념 위에 쌓인 가벼운 편견 안에서 덜 빛나기 십상인 이 직진성과 정직함, 그것의 반복성이 오히려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일깨우며 고유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 “올곧은 리듬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직선적으로 드러”내는 조인정의 어조가 마치 “세상에는 그만큼 많은 시가 있어”(「시는」)라는 말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우리 동시를 읽고 쓰는 이들의 손에 도착한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의 열네 번째 열매 김개미의 『어이없는 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어린이 수다’라는 화법이라는 전무후무한 형식을 발명한 『사회의 쓴맛』(양슬기, 2025), ‘예민한 아이’라는 개념을 시 안으로 초대한 『삼각뿔 속의 잠』(임희진, 2024), 철저하고 지극한 관찰로 그려낸 세밀화의 시적 절경을 보여 준 『웨하스를 먹는 시간』(조정인, 2021), 동시의 클리셰를 벗어던진, 음습하고 기괴한 상상력을 펼쳐 낸 『착한 마녀의 일기』(송현섭, 2018) 등 우리 동시사에 수많은 사건들을 남긴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이 오늘의 눈으로 발굴한 작품은 역설적으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작품이었을지 모른다. “기성 동시가 보여 주는 문제의식, 말놀이, 고급한 비유와 같은 특징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김준현) 있거나, “현실의 고민이나 갈등”에서 기인하는 “시적 긴장”(유강희)이 아닌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이 시편들이 현재 우리 동시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 것인가. 다양한 방향으로 향하는 질문과 대답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이어진 본심 과정에서 세 심사위원은 “갱신에 대한 욕망이 없다는 점이, 갱신을 지향하는 동시 담론의 패러다임을 역행하여 역설적으로 갱신을 구현해 내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명료하게 도달하였다. 동시 문학이 수행하는 가장 근원적인 역할과 가치를 이번 수상작을 통해 다시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않고 나는 그냥 울어 _「캔디에게」 중에서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는 눈 닿는 곳 어디에나 아군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어린이의 행복과 건강을 응원하는 든든한 말들이 페이지 어느 곳에나 능청스레 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렇게 작고 예쁜 것들이 어디에서 왔지” 하고 감탄하는 할머니(「할머니는 토마토를 예뻐해」),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집에 가는 길을 알려 줄” “남겨 둔 빵 한 조각”(「이야기가 빵이라면」), “내 운동화에” “오래오래” 앉아 있었던 무당벌레(「너는 모르겠지만」)와 “너는 사과야.” “너는 사과지.” “안녕, 너는 사과구나.” 하고 말하는 햇빛, 소나기, 바람의 틈 안에서 어린이는 영글어 간다. 화가 김소리의 무구한 색채, 경계의 끝에서 끝까지 뛰어 다니는 에너지의 표현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와 가장 어울리는 순수한 음률을 만들어 낸다. 시인의 말 동시를 통해 어린이들과 ‘좋아해’를 나누고 싶습니다. ‘좋아해’는 나쁜 꿈처럼 힘든 시간을 겪을 때 우리를 위로하고 안심하게 하니까요. ‘좋아해’가 많을 때 삶은 자주 기쁘고 허무하지 않으니까요. _조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