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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로미오와 줄리엣 에세이•김서해 |
William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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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베로나. 이곳의 두 명문가는 오랜 원한으로 또다시 싸움을 일으켜 시민들의 피로 서로의 손을 물들인다. 이 두 원수 집안에서 불운한 별 아래 태어난 한 쌍의 연인. 두 사람의 가련하고 비극적인 죽음은 마침내 부모들의 오랜 싸움에 끝을 맺는다. 죽음의 운명을 타고난 두 사람의 사랑과, 자식들의 죽음이 아니고서는 끝낼 수 없었던 두 집안의 뿌리 깊은 증오.
--- p.8 하나뿐인 사랑이 하나뿐인 증오에서 싹트다니! 누군지 모를 땐 너무 일찍 알아보았고, 알아챘을 땐 너무 늦었구나! 하필 미워해야 할 원수를 사랑하게 되다니, 어쩌다 이런 끔찍한 사랑이 내게 찾아온 걸까! --- p.55 내 심장이 여기 머물러 있는데 어떻게 떠나겠어? 내 마음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자. --- p.57 아, 로미오, 로미오. 왜 당신은 하필 로미오인가요? 아버지를 부정하고 그 이름을 버려요. 그럴 수 없다면 나를 사랑한다고 맹세해줘요. 그럼 내가 캐풀릿이라는 이름을 버릴게요. (…) 이름이 대체 뭐라고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그 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텐데. 로미오도 마찬가지예요. 로미오라는 이름이 아니라도, 그 이름 없이도 여전히 당신은 지금처럼 완벽할 거예요. 로미오, 그 이름을 벗어던져요. 당신의 일부도 아닌 그 이름 대신, 내 전부를 가져요. --- p.62~63 아, 달을 두고 맹세하지 마세요. 저 변덕스러운 달은 한 달 동안에도 차고 기울면서 모습을 계속 바꾸잖아요. 당신의 사랑도 그렇게 변할까 봐 걱정돼요. --- p.66~67 제 사랑은 바다처럼 끝이 없고 깊어요. 당신에게 나눠줄수록 오히려 사랑이 더 많아져요. 우리 둘의 사랑에는 끝이 없으니까요. --- p.68 격렬한 기쁨은 격렬한 끝을 부르는 법이야. 불과 화약이 입 맞추는 순간 함께 타버리듯 가장 찬란한 순간에 끝나고 말지. 아무리 달콤한 꿀도 너무 먹으면 단맛이 오히려 역겹고 질리듯 말이다. 그러니 사랑도 절제해야 한다. 오래가는 사랑은 다 그런 법이야. --- p.97 그래, 우물처럼 깊지도 않고 교회 문짝만큼 넓지도 않지만, 사람 하나 보내기엔 충분하지. 꽤 커. 내일 날 찾으면 아마 무덤 속에 얌전히 누워 있을 거다. 이 세상에서 나는 이제 끝장난 것 같군. 두 집안 다 망해버려라. --- p.106 훗날 내가 죽으면 로미오를 작은 별로 잘라 하늘에 뿌려줘. 그럼 그가 밤하늘을 너무도 아름답게 만들어 온 세상이 밤을 사랑하고 저 눈부시기만 한 태양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 p.114 아, 내 사랑, 내 아내! 죽음이 당신의 달콤한 숨결을 모두 뺏어갔어도 아름다움까지 가져가지는 못했군요. 당신은 죽음에 정복되지 않았어요. (…) 두 눈아, 마지막으로 바라보아라. 두 팔아, 마지막으로 끌어안아라. 숨결의 문 입술아, 마지막 입맞춤으로 모든 것을 삼키는 죽음과 영원한 계약을 맺어라. --- p.188~190 “내 심장이 여기 머물러 있는데 어떻게 떠나겠어?” 로미오가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하는 말 같다. 내 작품이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는데, 이곳에서 흔들리고 움직이며 맞울림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떠나겠어? 배경, 장소, 생김새, 말투, 언어, 음악을 몇 번이고 바꾸어가면서 쫓아내도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고 독약을 먹어도 죽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독자를 향해 모습을 바꾸어가며 나타날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 끈질긴 사랑 이야기를 사랑한다. --- p.212~213 김서해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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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을 벗어던져요. 내 전부를 가져요.”
“나를 그저 사랑이라 불러줘요.” 촛불 아래 시작되어 별빛 아래 저문 사랑 400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이름, 로미오와 줄리엣 위즈덤하우스의 고전 시리즈 ‘위픽 클래식’의 여섯 번째 책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출간되었다. ‘위픽 클래식’이 이번에는 누구나 제목을 알지만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드문 희곡을 골랐다.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에서 대대로 원수인 몬터규가와 캐풀릿가의 오랜 원한이 거리를 붉게 물들이던 시절, 가면무도회의 촛불 아래 두 눈동자가 마주친다. 몬터규의 아들 로미오와 열네 살도 채 안 된 캐풀릿의 딸 줄리엣은 단 한 번의 눈맞춤으로 서로에게 이끌리고, 서로의 이름이 원수의 이름임을 알게 된 순간에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달빛 어린 발코니에서 속삭인 맹세, 새벽빛에 쫓긴 짧은 이별, 그리고 엇갈린 운명 속에서 둘의 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 사랑, 어긋난 편지 한 통이 갈라놓는 운명까지,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랑 이야기의 원형이 이 작품에 담겨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사랑받는 비극이자 사랑이라는 감정의 눈부심과 잔혹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야기다. 사랑의 가장 찬란한 순간과 가장 깊은 상실을 한 편의 이야기에 담아낸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황홀함, 세상이 정해놓은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열망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걸 수 있을까? 서로를 향한 마음이 세상과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오래된 고전의 틀을 넘어 오늘의 독자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 책을 옮긴 조주희의 번역은 ‘고전 희곡’의 무게를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서 소리 내어 읽히는 말을 향한다. “내 원수는 오직 당신의 이름뿐이에요”라고 말하는 줄리엣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당돌하며, “빌어먹을 두 집구석”을 저주하는 머큐쇼의 마지막 대사는 거칠고 생생하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유희와 음담패설, 신화와 설화의 인용에는 꼼꼼한 옮긴이 주를 달아, 낯선 장면에서도 맥락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갈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소설가 김서해의 에세이가 실렸다. 김서해는 “하룻강아지 같은 사랑을 단숨에 영원으로 만드는 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마테오 반델로의 노벨라에서 셰익스피어에 이르는 각색의 계보, 퀴어적으로 재배치한 영화 〈프라이빗 로미오〉, 줄리엣이 죽지 않기로 결심하는 뮤지컬 〈앤 줄리엣〉,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베로나로 옮긴 2026년 퍼블릭 시어터 공연까지를 가로지르며 이렇게 답한다. “하룻강아지 같은 작품을 고전으로 만드는 건 죽음이 아니라 재해석이다.” 연인은 사랑을 따라 죽어도 이야기는 시대를 따라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 오늘의 독자는 셰익스피어의 의도에 복종할 필요 없이 원하는 이야기를 발굴하면 된다는 것이다. “내 심장이 여기 머물러 있는데 어떻게 떠나겠어?” 담을 넘기 직전 로미오가 한 이 말을, 김서해는 셰익스피어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다. 배경과 언어와 음악을 몇 번이고 바꿔도 떠나지 않고, 독약을 먹어도 죽지 않는 이야기. 새 번역으로 도착한 이 ‘끈질긴 사랑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는지 다시 묻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