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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끼굴 속으로
2 눈물 웅덩이 3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 4 작은 빌을 들여보낸 토끼 5 애벌레의 조언 6 돼지와 후추 7 엉뚱한 티 파티 8 여왕의 크로케 경기장 9 가짜 거북이의 이야기 10 바닷가재 카드리유 11 누가 타르트를 훔쳤는가? 12 앨리스의 증언 에세이•문보영 |
Lewis Carroll,Charles Lutwidge Dodg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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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면서 이상할수록 더 이상하네!” 앨리스는 외쳤다. (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러니까 지금 세상에서 가장 긴 망원경처럼 내 몸이 쭉쭉 늘어나고 있는 거잖아! 발들아, 잘 가!” (앨리스가 내려다봤을 때 너무 멀리 떨어진 발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내 불쌍한 작은 두 발. 이제 누가 너희들에게 신발과 양말을 신겨줄까? 나는 못 할 것 같거든! 너희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버렸으니, 신경 쓸 수도 없겠구나. 그러니 너희들이 최선을 다해 알아서 잘 지내야 할 거야.” --- p.24~25 “저런, 저런! 오늘은 모든 게 정말 이상하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았는데. 밤새 내가 변한 걸까? 어디 보자.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는 똑같았나? 조금 달랐던 것 같기도 해. 하지만 만약 내가 달라진 거라면,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이지? 아,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수수께끼야!” --- p.28 “그런데 지금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는걸. (…) 적어도 여기 이 방에서는 더 클 자리가 없으니까.” 그러다가 다시 생각했다. “그래도 말이야, 설마 앞으로도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자라지 않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보면 그것도 나쁘지 않아, 절대 늙은 여자가 될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평생 배워야 할 게 있다는 거잖아! 아, 그건 정말 싫어!” --- p.55 “저쪽으로 가면 모자 장수가 살고.” 고양이는 오른쪽 앞발을 빙 돌려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면 3월 산토끼가 살지.” 이번엔 다른 쪽 발을 빙 돌렸다. “둘 중에 가고 싶은 데로 가봐. 둘 다 미쳤거든.” “하지만 난 미친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은데.” 앨리스가 말했다. “아, 그건 어쩔 수 없어. 우린 다 미쳤어.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지.” 고양이가 말했다. --- p.99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서사는 앨리스의 곱슬머리와 닮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 곳곳에서 ‘어느 쪽이지? 어느 쪽이지?’라는 질문이 메아리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이 이상한 세상에 직선으로 쭉 뻗은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앨리스는 끊임없이 여러 갈래의 길 앞에 놓이며,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앨리스는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선택할 뿐이다. 모든 것이 얼마간 주먹구구식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완독하고 나서 알게 되는 사실은 어느 쪽으로 가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점이다. --- p.204, 문보영 에세이 〈직모의 앨리스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중에서 말하자면 이 소설은 통째로 회피형이며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독자는 화가 난다. 이야기가 뭐 이래? 이러한 분노에는 이야기에는 응당 완결된 결말이 있어야 한다는 기대가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든, 관계에서든 완결의 감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 결말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다. --- p.209~210, 문보영 에세이 〈직모의 앨리스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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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 미쳤어.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지.”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끝도 없이 떨어지다가 쿵! 다다른 곳은 몸이 제멋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이상한 나라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는 똑같았나?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이지? 아,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수수께끼야! 대중문화에서부터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예술가와 지식인에게 영감을 준 ‘불멸의 동화’, 성서와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인용된 영어권 텍스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위픽 클래식으로 선보인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앨리스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존 테니얼의 삽화를 빠짐없이 담고,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도 커다란 환상으로 바꾸어내는 시인 문보영의 에세이를 곁들여 익숙한 고전을 읽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언니 곁에 앉아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던 소녀 앨리스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보고 늦겠다고 외치는 하얀 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들어간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이렇게 떨어지는데 끝이 있기는 한 걸까?”(14쪽) 떨어지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어 졸려질 때쯤, 앨리스는 쿵! 하고 바닥에 닿는다. 도착한 곳은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면 몸이 제멋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이상한 나라였다. 이상한 나라 여행은 문보영 시인이 주목한 앨리스의 ‘곱슬머리’처럼, 옆길로 새지 않는 직모와는 달리 끊임없이 방향을 튼다. “이 이상한 세상에 직선으로 쭉 뻗은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204쪽) 앨리스는 자신의 눈물 웅덩이에서 헤엄치고, 온갖 생물들과 모두가 1등인 엉터리 경주를 하고, 퉁명스럽고 심드렁한 애벌레에게 조언을 듣는가 하면 돼지가 된 아기를 안고 돌아다니거나 입이 찢어지게 웃는 고양이에게 길을 묻는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헛소리를 하는 ‘미친’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미치지 않았다면 이 이상한 나라에 와 있을 리 없으니까. “모든 일에는 교훈이 있단다. 네가 그걸 찾아낼 수만 있다면 말이야.”(139쪽) 이야기를 즐기는 순수한 마음을 잃고 공작부인처럼 타인에게 교훈을 ‘선물’하는 어른이 된 독자에게, 무한히 반복되는 티 파티처럼 영원히 읽히는 이 소설은 여전히 아무런 방향도 그럴듯한 교훈도 알려주지 않고 “가장 큰 수수께끼”만을 남긴다.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이지?”(2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