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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서른다섯 살 봄에 어두운 숲 앞에 선 사람 4
PART 1 길을 잃었다고 알아챈 그 자리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다 16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는 숲은 대개 졸음 속에서 시작된다 23 언덕을 가로막은 짐승들은 대개 내 안에서 걸어 나온다 30 곧장 오를 수 없는 산이라면 돌아가는 길도 길이다 37 겁이 나서 멈춘 발을 다시 떼게 한 것은 누군가의 한마디였다 44 PART 2 사랑하고 잃은 자리에서 한 사람의 말이 새로 태어난다 아홉 살에 본 한 사람이 평생의 문장이 되었다 53 인사 한 번에 하루가 달라지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60 마음을 숨기려고 세운 방패가 오히려 나를 다치게 했다 67 떠난 사람을 붙들던 손으로 다른 책을 펼쳤다 74 아직 할 수 없는 말이라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아껴 두어도 된다 81 PART 3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내 편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두 달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다 90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이름이 판결문에 올랐다 97 남의 빵이 얼마나 짠지는 떠나 본 사람만 안다 104 나쁜 무리와 갈라선 일이 가장 잘한 선택이 될 때도 있다 111 고개를 숙여야 열리는 문이라면 나는 들어가지 않겠다 118 PART 4 지옥을 내려가며 나는 내 안의 얼굴들을 하나씩 만났다 아무 편도 들지 않은 사람들은 지옥 문 안에도 들지 못했다 127 행복했던 날을 떠올리는 일이 가장 아플 때가 있다 134 남의 싸움을 넋 놓고 구경하는 마음은 낮다 141 푹신한 이불 속에서는 아무도 이름을 얻지 못한다 148 우리는 짐승처럼 살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155 PART 5 끝까지 걸어 나온 사람만이 다시 별을 본다 가장 깊은 바닥에서 몸을 뒤집어야 위로 오를 수 있다 164 오늘 얻은 이름도 바람 한 번이면 방향을 바꾼다 171 미루는 사람 곁에는 늘 그럴듯한 그늘이 있다 178 이제 네 뜻대로 가도 된다는 말을 듣기까지 184 마지막 노래를 끝내고 나서야 그는 길 위에서 쉬었다 191 에필로그 | 길을 잃었던 그 숲이 이야기의 첫 장이었다 198 |
Alighieri D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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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첫 줄을 여러 번 읽다가 낱말 하나에 걸렸다. 그는 내 인생길이라고 쓰지 않았다. 우리 인생길이라고 썼다. 숲에 들어선 사람은 단테 한 명인데 그가 걷던 길은 처음부터 모두의 길로 그려져 있다.
--- p.17 잠은 이 시에서 게으름보다 넓은 것을 가리킨다. 깨어 있지 않은 상태,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채 하던 일을 계속하는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사람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다만 아주 조금씩 방향을 놓친다. 한 걸음 한 걸음은 멀쩡한데 백 걸음을 걷고 나면 엉뚱한 곳에 와 있다. 숲은 그렇게 들어서는 곳이다. --- p.25 이 꽃의 비유에는 꽃이 스스로 일어섰다는 말이 없다. 해가 비추었고 꽃은 그 빛을 받아 일어섰다. 단테도 혼자 겁을 이겨 내지 않았다. 누군가 그를 걱정해 사람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그 걱정이 하늘에서 지옥 문턱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 p.49 방패를 한꺼번에 내려놓으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단테도 그러지 못했다. 다만 숨기는 데 쓰는 힘의 일부를 말하는 데 써 보았으면 한다. 서운했다는 한 문장이나 사실은 그 일을 해 보고 싶다는 한 문장이면 된다. 단테에게 그것은 노래 한 편이었다. --- p.73 빵은 매일 먹는 것이고 계단은 매일 오르내리는 곳이다. 추방이 무서운 까닭은 큰 재앙이 한 번 닥치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작은 일들이 하나도 내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남의 식탁에서 먹는 빵에는 고마움과 눈치가 함께 배어 있다. --- p.105 이불 속은 따뜻하다. 하지만 그 따뜻함은 나를 기억해 주지 않는다. 당신의 이름은 당신이 일어나 걸어간 걸음 수만큼 남는다. --- p.154 다시 본다는 말이 좋다. 그가 본 별은 숲에서 길을 잃기 전에도 하늘에 떠 있던 그 별이었다. 바닥을 지나 나온 사람의 눈에 세상은 새 세상이 아니다. 예전과 같은 하늘인데 그 하늘을 보는 사람이 달라져 있다. --- p.169 나는 당신의 숲이 언젠가 당신 이야기의 첫 장이 되기를 바란다.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다. 칠백 년 전 서른다섯의 피렌체 사람도 그랬고, 이 책을 쓴 나도 그랬다. 길을 잃었다는 걸 알아챈 그 자리에서 우리는 이미 다음 걸음을 떼고 있다. --- p.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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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 무렵, 우리는 처음으로 내리막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일은 손에 익었고 월급은 들어오는데,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찾아옵니다. 하이엔드 고전 시리즈 아홉 번째 권으로 단테를 고른 것은 그가 이 감각을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적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신곡』은 위대한 고전이기 전에, 길을 잃은 한 사람이 쓴 고백입니다.
『신곡』은 분량도 크고 배경 지식도 많이 필요해서 선뜻 펼치기 어려운 책입니다. 이 책은 그 문턱을 낮추려 했습니다. 시의 행수와 곡수를 밝혀 원문을 따라가되, 해석은 출퇴근길과 회의실, 퇴근 뒤 서점의 풍경으로 옮겼습니다. 한 꼭지가 짧아서 하루에 하나씩 읽어도 좋고, 마음에 걸린 장면부터 골라 읽어도 좋습니다. 이 책은 위인을 우러러보게 하지 않습니다. 숲 앞에서 겁내고, 억울한 판결을 오래 끌어안고, 몸을 낮추었다가 다시 거칠어지기도 했던 한 사람으로 단테를 그려 냅니다. 겉으로는 멀쩡한데 혼자만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분, 상실 뒤의 저녁을 어떻게 보낼지 모르는 분, 미뤄 둔 긴 일을 마음에 안고 사는 분께 권합니다. 고전이 낯선 독자에게도 첫 단테로 건넬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