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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
한 아이가 아침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다. 그리고 옷을 차려입고 책가방에 책과 연필을 챙겨서 아래층으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간다. 삶은 달걀과 토스트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아이는 동네 할머니의 차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실험으로 오전 수업을 끝낸 아이는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사 먹고 운동장으로 나가 새로 전학 온 친구의 고향 이야기를 듣는다.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해적에 대해 공부한다. 학교가 끝나자 엄마가 차를 타고 아이를 데리러 온다. 집에 도착한 아이는 샤워를 하고, 아빠가 만든 저녁을 먹은 뒤 난로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깜박 잠이 든 아이를 아빠가 안아 위층 방으로 데려다 준다. 이렇게 여느 날과 다름없는 피곤한 하루가 끝난다. 그런데 정말 오늘 하루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을까? [발칙한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또 다른 날] 『오늘의 일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생활을 순서대로 기록한 일기이다.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을 단순하게 나열해 놓았다. 그러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느 날과 다른 특별한 하루가 숨어 있다. 과연 그게 뭘까? 하나, 발칙한 상상력의 세계 여기 나오는 자명종은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시계가 아니다. 어디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뛰어나옴 직한 아저씨가 시끄럽게 두들기는 쇠망치 소리이다. 따라서 아이의 기상에는 여느 집처럼 엄마와의 짜증스러운 전쟁은 없다. 아이는 편안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할 뿐이다. 또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이동하는 과정에도 엉뚱한 상상력은 힘을 발한다. 아이는 걸어서 내려가는 대신 새 모양의 갑옷을 입고 날아서 밑으로 향한다. 힘겨운 계단을 한 번의 날갯짓으로 순식간에 해결해 버린 것이다. 점심시간과 수업 시간에도 상상력은 계속 발동된다. 아이는 화려한 만찬이 차려진 학교 식당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법한 웨이터 아저씨의 정중한 시중까지 받으며 점심을 즐긴다. 또 도서관 수업 시간에는 해적 모자를 쓴 선생님의 지휘 아래 책으로 만든 배를 타고 흥미진진한 해적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이처럼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야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러한 시도는 평범한 상황도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충분히 재미있고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준다. 둘, 글과 그림의 아이러니한 만남 『오늘의 일기』에서는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 못지않게 그림 역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아침에는 별로 입맛이 없습니다. 삶은 달걀 한 개와 토스트 두 조각 정도는 괜찮지만요." 그러나 그림에는 어른보다 더 큰 달걀이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 개라는 단위의 한계를 최대한 이용하여 기막히게 상황을 비꼬아 놓았다.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동네 할머니 역시 유쾌하게 묘사했다. 글에서는 동네에서 최고로 나이가 많은 분이라고 했는데 그림을 들여다보면 웬 공룡 한 마리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 나이가 많다는 표현을 얼마나 과장해 놓았는지 작가의 재치가 엿보인다. "새로 전학 온 친구 수가 아주 먼 곳에 있는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전학 온 친구 수는 외계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당연히 수의 고향은 먼 우주의 어느 곳일 것이다. 아이들은 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 속으로 우주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 "아빠가 저녁 식사로 카레를 만들었습니다. 늘 그렇듯 그냥 조금 매웠습니다." 그러나 아빠가 만든 조금 매운 카레는 연기까지 내뿜으며 불타고 있다. 그림 한쪽에는 소방관 아저씨까지 출동해서 불을 끌 태세이다. 이처럼 작가는 단순한 글에 아이러니한 그림을 그려 독특한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글과 그림의 이율배반적인 조화 앞에서 즐거운 웃음을 터트리는 동시에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길 것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오늘은?] 요즘 아이들의 하루는 어떤가? 엄마의 잔소리에 겨우 일어나 빈속으로 간신히 교문을 통과해서 학교 끝마치기 무섭게 학원 두세 군데를 돌면서 바깥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깜깜해지면 집에 돌아와 파김치가 된 몸으로 잠자리에 들지 않는가? 당연히 이런 아이들의 하루는 어른들보다 더 바쁘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 아이들에게 오늘은 어제와 똑같은 날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일기』의 하루는 다르다. 그 속에는 아이들이 꿈꾸는 또 다른 세상이 숨어 있다. 잔소리 대신 장난 같은 몸짓으로 나를 깨워 주는 어른, 날아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집, 따분한 이론 대신 실험으로 채워지는 과학 시간, 흥미진진한 우주 이야기가 함께하는 점심시간, 책으로 배를 만들고 떠들썩한 해적 놀이까지 즐길 수 있는 도서관, 포근하게 온몸을 감싸 줄 것 같은 애완동물 사자까지. 날마다 오늘 하루가 이런 것들로 꾸며진다면 매일매일이 얼마나 신나고 즐거울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하루가 너무 바쁘고 피곤한 것은 아닌지,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꿈꾸는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