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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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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세의 진실한 삶의 기록
이 시집은 헤세의 거의 모든 시를 연대기별로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다. 헤세는 평생 동안 시를 썼으며 시를 자신의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따라서 그의 시는 어떤 문학적 야망을 가지고 쓴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을 돌이켜보고 쓴 삶의 진실의 기록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헤세의 시는 어쩌면 윤동주의 시와 비슷하다. 윤동주가 <서시>에서 노래한 삶의 자세가 헤세에게서도 엿보인다. 헤세는 시적으로 완성된 작품을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인생의 문제를 가장 중요한 테마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을 통해 헤세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모든 정신 세계를 접할 수 있다.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결핍 속에서 더없이 아름답게 피어난 그의 시의 꽃들이 풍기는 향기를 맡고 거기서 우리의 아픈 마음을 달래볼 수 있을 것이다. ■ 고독과 방랑의 삶 헤세의 시는 주제별로는 개인의 고독에 대한 성찰과 진정한 자아 찾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는 시를 통해 인생 무상과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엔 낙관적 사고를 펼쳐 보인다. 그의 시에는 시대를 읽는 리트머스지가 들어 있다. 그의 영혼은 시대의 아픔 앞에 시를 붉게 물들인다. 그러면서도 헤세는 변화된 시대 현실 속에서 고독한 개인의 감정세계를 지키려 한다. 따라서 한 곳에 얽매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방랑하는 모습을 시의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번 핀 꽃은 시들고, 젊음도 늙음을 피할 수 없듯, 우리의 모든 생의 단계도 꽃피고, 모든 지혜도 그리고 모든 미덕도 한철은 꽃피지만,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 우리의 마음도 언제나 생이 외치는 소리에 선뜻 이별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중략) 어쩌면 우리의 죽음의 순간마저도 우리에게 새로운 젊은 공간을 보내리라, 우릴 향한 생의 부름은 결코 그침이 없으리라... 그렇다면, 마음아, 이별을 하고 건강하게 살자! - <층계> 부분 헤세는 시민적인 것에 스스로를 얽어매지 않고 구름처럼 떠도는 삶을 바랐으며 또 그런 삶의 태도를 견지하려고 노력했다. 고이지 않는 삶이 부패를 막아주고 영혼의 신선한 샘물을 글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헤세는 시를 씀으로써 자신의 삶의 방향을 명확히 했다. ■ 자연에서 위안 찾기 전쟁으로 얼룩진 암울한 독일을 떠나 스위스 몬타뇰라의 자연 풍광 속에서 살면서 헤세는 자신의 인생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보고자 한다. 헤세는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세상의 부질없는 사물들을 노래하여 예술로 영원화하는 데서 찾고 있다. 이때 자연은 가장 큰 메타포의 보고寶庫로 기능한다. 헤세는 이 보고의 보물들을 하나씩 꺼내서 자신의 마음속의 보물들을 나타내는 데 사용한다. 자연 풍경이 곧 시인의 영혼의 풍경이요, 영혼의 풍경은 곧 자연 풍경으로 나타난다. 헤세는 자연시를 쓰면서 거기에 역사적, 철학적 사고를 가미하여 보여준다. 그의 자연시에는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칭송만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미 끝난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름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되찾았다. 여름은 며칠 동안 강렬한 빛을 내면서, 쾌청하게 불타는 태양을 자랑한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일생의 노력 끝에 실망하여 뒤로 물러났다가는 다시 한 번 느닷없이 파도에 몸을 맡기고 불쑥 남은 여생을 모험에 걸어본다.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든, 뒤늦은 일에 착수하든, 그의 행위와 욕망 속에는 가을처럼 맑고 깊게 종말에의 앎이 울린다. - <8월 말> 전문 각박한 사회적 현실을 떠나 시인의 영혼은 가까운 곳이 아니라 먼 곳을 그리워한다. 먼 곳은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로 나타난다. 과거는 즐겁고 유쾌하던 어린 시절의 고향의 모습으로, 미래는 고통스런 현실을 대체할 만한 유토피아적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시에서 유토피아는 구체적인 공간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항상 고향을 찾는 나그네이다. 그의 고향은 개인과 자연이 하나로 녹아 있는 마음의 고향이다. 그는 자연과 개인이 보다 높은 차원에서 합일되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하나의 맑은 영혼이 자연의 혼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장場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