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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度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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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정 (sbbonzi@yes24.com)
이 이야기는 앞으로 10여 권이 더 나올 풀잎그림책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시인 안도현이 마음먹고 쓰고 있는 이 책은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세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만복이, 슬기, 난이는 도시의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성능 좋은 장난감에 시간을 줄 때, 바람부는 길가에서 자연과 함께 노는 아이들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만복이가 주인공인데, 이 아이는 한글 이름으로 지어진 어여쁜 이름을 가진 것도 아니고, 빌딩 사이에 사는 아이들처럼 뽀얗지도 않다. 키는 또래의 고만고만한 친구들만하고, 머리는 짧은 밤송이에서 조금 더 자라 있다. 동그란 얼굴에 볼은 발그레, 입은 꾹 다물고, 고개는 얼마쯤 쳐들어서 의기양양해 있다. 만복이가 오늘처럼 의기양양한 것은 얼마전 서울에 다녀와서 자랑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에 가서 보고 온 것, 서울 사람들, 동네 친구들은 보지 못한 것이 많으니 자연히 턱은 뻣뻣하게 올라가 있다. 만복이가 전해주는 높다란 63빌딩 얘기며, 신나는 롯데월드, 유람선을 타고 한강을 다녀온 얘기를 듣자니 슬기와 난이의 눈이 주먹만큼 커져 있다. 만복이는 그게 즐겁기만 하다. 자기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눈이 주먹만해질 때까지 부러움을 담아 열심히 들어주는 그 모양에 점점 신이 난다. 슬기와 난이는 만복이의 얘기를 듣고 기가 죽어서 고개가 점점 숙여지는 반면, 만복이의 고개는 하늘을 향해 쳐들려 있다. 그런데 한참 자랑을 하고 나니 만복이의 자랑거리가 톡 떨어져 버렸다. 만복이는 서울 다녀온 자랑으로 으스댄 것이 사그라들까봐 자신이 다녀온 서울이 아주 멀리 있다고 마무리를 한다. “니들은 못 가 볼 만큼 제일 멀리 있다”고, “내가 다녀온 곳이 가장 멀어서 너희는 다녀오지도 못하니깐 나처럼 자랑할 수 없을 거야”라는 뜻을 담아서 큰소리를 낸다. 헌데 만복이의 그 말이 끝나자 마자 고개를 숙이고 기죽어 있는 슬기와 난이는 서울보다 더 먼 곳을 앞 다투어 대기 시작한다. 한참을 여기네 저기네 다투다가 세상에서 제일 먼 곳은 슬기 할아버지 고향이라는 말에 아무도 대꾸를 못하고, 모두 슬기 할아버지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슬기 할아버지의 고향은 어디일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말하는 할아버지의 눈동자는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만복이와 슬기, 난이가 호기심에 찬 눈망울로 그곳이 어디일까를 궁금해한다면, 할아버지의 눈동자에는 오랜 세월 가슴에 담아 두기만 하고, 머릿속으로 수천 번 생각만 할 뿐 가지 못하는 그 길에 대한 애절함이 녹아 있다. 할아버지의 고향이 세상에서 가장 먼 이유에 대한 간단한 질문 하나가 많은 생각을 담고 있다. 그 그리움의 한(限)을 제대로 설명해주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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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만복이네 작은아버지가 살고 있었어요.
만복이네 작은아버지는 서울에서 커다란 신발 가게를 한다고 했어요. "우와, 우리 작은아버지네 가게에 신발이 억만 개쯤 되더라." 만복이가 두 팔을 쫙 펼치며 이렇게 말하면, "그으래?" 하고 슬기와 난이의 눈동자가 주먹만큼 커지는 거예요. 그래서 만복이는 신이 났어요. --- p.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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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쳇, 그렇지 않을걸." 하고 난이가 입을 삐쭉거렸어요. "그럼 서울보다 더 먼 곳이 있으면 어디 말해 봐." 만복이가 난이한테 대들듯이 물었어요. 난이는 만복이의 콧대를 꺾고 싶어 자신만만하게 말했어요. "이 세상에서 제일 먼 곳은 미국이야." --- p.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