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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죽은 자들의 여왕 카밀의 방 중환자실 부검 비밀 통로 어린 목격자 범죄현장 생쥐 여인 향낭 아기 갈등 과거의 호출 얼굴 없는 여자 한센병 또 다른 희생자 재회 돌연한 죽음 사라진 마을 밝혀진 진실 취조 옥타곤 한 통의 전화 침입자 선택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
Tess Gerrit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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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 병명에 그리 강한 인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병은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오래전부터 공포의 메아리를 울리던 이름. 나병, 즉 문둥병이다. 중세 시대에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회에서 배척당한 채 살아간 사람들. 고립되어 비참하게 살면서 자비를 구걸했던 사람들, 조심성 없는 사람들에게 괴물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나병 환자들의 도착을 알리던 교회 종소리. 이것은 이런 끔찍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이다.
하지만 그 괴물들은 미생물 침입자, 즉 ‘나균’의 희생자일 뿐이다. 나균은 천천히 자라나 기하급수적으로 수를 늘리면서 숙주의 외관을 망치고 피부에 끔찍한 발진들을 퍼뜨린다. 또 손발의 말초신경을 손상시켜 숙주가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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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천형이라 불렸던 한센병(나병)을 소재로 한 쇼킹 의학 미스터리
2007년 여름 대한민국의 공포는 ‘병원’에서 기인한다. 전신마취 후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나 통증을 느끼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수술 중 각성’을 다루는 영화 <리턴>이나, 해부용 시체를 소재로 한 영화 <해부학 교실>, 그리고 일제 시대 경성의 한 병원을 배경으로 한 <기담>에 이르기까지 의학 소재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브라운관을 강타했던 의학 드라마 붐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가운데, 출판계에서는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의학 스릴러 『파견의사』가 출간됐다. 『파견 의사』는 인류의 천형이라 불렸던 한센병(나병)을 소재로 한 쇼킹한 의학 미스터리다. 보스턴의 어느 버려진 빌딩에서 단신의 여자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의 얼굴은 쥐들에 의해 갉아 먹혀진 상태로 심각했지만, 이미 그 전에 피부가 벗겨졌다는 사실이 부검 결과 드러난다. 또 손발은 절단되었으며, 온몸에는 수포가 잡혀 있었다. 법의관 아일스 박사의 노력으로 시체는 한센병 환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미국에서는 이미 절멸된 것으로 알려진 한센병 환자의 출현은 수사진을 전율케 만든다. 한센병. 우리에겐 ‘나병’, ‘문둥병’이란 이름이 더 친숙할 것이다. 이 병에 걸리면 얼굴은 코부터 시작해 내부에서부터 먹히듯이 무너져 내리고, 손가락?발가락은 기부(肌膚)만 남고 뚝뚝 끊어져 버리게 된다. 천하의 미녀도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증상 때문에 한센병 환자들은 극심한 혐오와 천대의 대상이었다. 고대와 중세에는 ‘하늘이 내린 벌’이라 여겼다. 우리나라만 해도 문둥병 환자들이 아이를 유괴해서 간을 먹는다더라 하는 유언비어가 횡행했다. 이 끔찍한 질병은 또 다른 사건(수녀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한센병’이라는 이색 소재를 다룬 이유에 대해 테스 게리첸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수 세기 동안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이 질병에 대해 쓰고 싶었다. 이 질병은 기원전 1550년 이집트에서, 그리고 기원전 326년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되었다. 성서는 이 질병에 대해 ‘신이 내린 질병’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한센병이다. 병에 걸린다고 해도 치명적인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고, 감염 위협도 상대적으로 적은 이 병이 그토록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한센병이 얼굴과 손발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한센병 환자들은 병에 의한 아픔보다 사회의 혐오와 냉대에 더 고통받았다. 인턴으로 근무할 때 나이 든 한센병 환자를 진찰할 기회가 있었다. 나병이 치료 가능한 질병임을 알고 있었지만, 녹아내린 얼굴과 손가락을 치료하는 일은 의사인 나에게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었다. 그 강렬한 경험을 소설에서 다루고 싶었다.”(북리포터) 최악의 산업재해 ‘보팔 사건’이라는 환경적 이슈를 담아낸 의학 소설 『파견 의사』에는 전혀 별개로 보이는 두 개의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하나는 고풍스런 보스턴의 수녀원에서 벌어진 수녀 살해사건에 얽힌 미스터리이며, 다른 하나는 한센병에 걸린 시체의 신원을 둘러싼 미스터리이다. 주인공인 제인 리졸리와 아일스 박사는 추적 끝에 범인에게 두개골을 얻어맞아 의식불명 상태가 된 우르슬라 수녀가 5년 전 인도에 간 적이 있으며, 한센병에 걸린 시체도 인도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인도는 살인자를 밝혀내는 단서이자 별개로 보이는 두 개의 미스터리를 묶어내는 고리이며,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무대다. 그것은 국제적 이슈인 ‘산업 재해’에 대한 것이다. 게리첸은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라 알려진 보팔 사건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였다. ‘보팔 사건’이란 1984년 인도 보팔 시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인 유니언 카바이드 사의 비료공장이 다량의 메틸 이소시안염을 누출시켜 약 2천 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60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던 사고를 말한다. 당시 보팔 시민들은 유니언 카바이드 사를 상대로 30억 달러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유니언 카바이드는 1989년 4억 7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하였으며, 형사책임을 끝까지 회피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게리첸은 옥타곤 케미컬스라는 다국적 기업이 유독물질을 누출해 인도의 나환자촌인 바라 마을의 주민들을 떼죽음으로 몰았고, 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정치적인 대학살극으로 꾸몄다는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별개로 보인 두 사건을 저지른 범인은 당시 옥타곤 공장에 파견되어 있는 공장 의사, 즉 산업보건의(Factory Doctor)였다. 회사 측의 은폐 지시를 받고 온 마을의 시체와 가축, 집에 불을 질렀던 자신의 악행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수녀와 이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인도에서 온 한센병 환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작에서 게리첸이 끔찍한 살인마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했다면 상대적으로 이 작품은 평범한 인물을 범인으로 내세웠다. 전작이 독자들로 하여금 사악한 범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쾌감을 안겨주었다면, 『파견 의사』는 평범한 인간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 혹은 개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악마’로 변할 수 있다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이런 두 가지 이슈에 더해 『파견 의사』는 여자의 모성과 그를 둘러싼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명의 여성들(이혼녀이자 냉철한 과학자인 아일스 박사와 열혈 페미니스트 형사 제인 리졸리)은 자신이 처한 개인적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성숙해 간다. ‘쌈닭’처럼 남자와 싸우려고만 들던 리졸리 형사는 FBI 요원과의 사랑과 임신을 통해 보다 성숙한 여성으로 거듭나고, 냉철하게만 보였던 아일스 박사는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전 남편과의 조우를 통해 진정한 홀로서기를 이룬다. 단순한 의학 이슈만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재미가 가득하기 때문에 게리첸의 소설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32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300만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리라. 게리첸의 작품은 국내에 『외과의사』와 『견습 의사』가 차례로 출간되어 있다. 특히 테스 게리첸의 작품 『외과의사』는 ‘시골의사’ 박경철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호의적인 서평에 힘입어 작년 출간작임에도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그는 『외과의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코마』 이후 내가 읽은 최고의 메디컬 스릴러라는 외국 서평 작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책의 얼개나 구조, 묘사가 그야말로 펄펄 살아 있다. 사실 의사들은 웬만해서 메디컬 스릴러에 열광하지 않는다. 일반인에게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의사에겐 당연하고 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사건들 역시 의사들에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과의사』는 최근에 읽은 가장 기막힌 스릴러이며, 읽지 않고 넘어갔다면 억울했을 것이다.”라고. 박학한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빼어난 공포와 서스펜스를 창조해내는 게리첸의 소설들은 랜덤하우스코리아를 통해 계속 발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