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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판을 내면서
가면 꼽추네 사랑 틈 할미소에서 생긴 일 이경자 연보 |
李璟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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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성민은 지난밤에도 술을 잔뜩 마시고는 후배들과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간밤에 라면을 끓여 먹었던지 싱크대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들 가운데 이불에 오줌을 싸고 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잡지사 기자라는 여자 후배는 민희에게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해대는데도 별로 달갑지 않았다. 민희는 분노가 일었다. 민주화 인사로, 노동 문제?환경 문제?여성 문제를 줄줄 꿰는 성민이 자신의 아내를 집안일하고 아이들 돌보고 자신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에 민희는 화가 났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아서 원고료, 번역료 등 돈도 적잖이 버는 것 같은데 집으로는 가져오는 돈이 적어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다. 게다가 성민을 인터뷰하러 온 잡지사 기자들 앞에서도 성민은 민희를 내돌렸다. 격려금 2천만 원의 젊은 ‘민주 인사’에게 주는 상을 받던 날도 성민은 민희를 집으로 돌려보내며 자신은 동료들과 택시를 타고 사라진다. 민주화 운동을 해온 남편이 가정에서는 아내를 지배하고 비민주적으로 군림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성과 가정의 문제를 이론적으로는 공감하지만 자신은 가부장제의 틀에 안주하며 실천하지 않으려는 남성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는 글이다. 「꼽추네 사랑」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배 한 척을 살 때 성환은 꼽추를 믿고 고기잡이를 시작했다. 꼽추는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 고기의 행방을 알아내고 바람이나 물 흐름도 잘 보았다. 하지만 고기를 마구 잡아들이는 기구와 기술을 가진 어부가 등장하면서 꼽추의 경험이 효험을 잃기 시작했다. 성환은 꼽추보다 열세 살 아래인 꼽추의 아내 영숙을 자주 넘겨다보았다. 어릴 적 가난으로 가족이 생살같이 찢어진 후 영숙은 술집으로 흘러들어 거기서 꼽추를 만났다. 영숙은 성환의 눈길이 편치 않았다. 자신의 과거를 들추고 만만히 보는 것만 같았다. 배 판 돈으로 영숙을 술집에서 빼내온 꼽추가 성환에게 매어 있으므로 영숙은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하던 터였다. 꼽추와 성환이 바다에 나갔다가 그물을 잃고 돌아온 날 영숙은 태평하고 느긋해 뵈는 꼽추에게 왈칵 성을 내고, 성환은 영숙에게 도망가자고 한다. 꼽추는 잃어버린 그물 하나를 찾아오지만 그것을 두고 빈정거린 성환과 다투던 영숙이 딸 미애를 업고 아무 기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꼽추는 황망히 영숙의 빈자리를 더듬으며 꼬박 하루를 보낸다. 다음날 저녁 늦게 미애를 데리고 돌아온 영숙은 읍내에 나가 돈 벌 방법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꼽추는 “당신 맘이 내 맘이라”라고 하며 영숙의 선택을 지지한다. 영숙은 꼽추의 다리를 베고 잠이 든다. 처음 꼽추를 만났을 때 몇 날 며칠을 잠만 잤던 것처럼. 그리하여 마침내 새 힘을 얻었던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