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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 우리시대 사람산책
최보식
생각의나무 200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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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와 산책

책소개

목차

인터뷰에 대하여 - 낙수(落穗)와 잡념(雜念)

이영자 - 도시의 탐욕에 희생된 산골소녀, 절에서 평안을 얻다
안철수 - 의대 출신 컴퓨터 백신 전문가
전순옥 -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여동생
박미경 - 자폐증 아들 마라톤 완주시킨 강한 엄마
유동근 전인화 - 사극 주인공으로 눈길 끄는 탤런트 부부
김재형 - 은퇴할 나이에 다시 뜨는 사극 전문 PD
이외수 - 들개 같은 작가
백기완 - 시들지 않는 언변, 영원한 재야
조수미 - 신이 내린 목소리,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세리 - 슬럼프 딛고 5개 대회 우승한 프로골퍼
유양선 - 상노랑이 젓갈할머니
김강자 - 매매춘과의 전쟁 일으킨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전재국 - 대통령의 아들에서 출판계의 기린아로
박성용 - 전 재벌 총수의 신나는 제2인생
최원석 - 전 동아건설 회장, 쓰러진 재벌 총수 그후
중 광 - 백담사에서 나눈 걸레 스님과의 산중문답
김대중 - 죽음의 고비길 딛고 일어선 현대 정치사의 거목

저자 소개 1

작가이자 언론인인 최보식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에서 '최보식 칼럼'과 '최보식이 만난 사람'을 담당했으며, 조선일보 주말판 'Why'를 창간하고, 사회부장을 지냈다. 북극과 히말라야, 알프스 원정대에 다섯 차례 참여했다. 중앙아시아, 북미대륙, 유럽을 르포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했다. 독일 단기특파원을 했고 미국 워싱턴에서 일 년 간 연수했다. 저서로 『김유신 무덤에서 뛰쳐나오다』, 『얼굴』, 『우리시대 사람산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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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2쪽 | 72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1348

책 속으로

산골소녀 영자 아버지의 피살 사건, 그 뒤의 후일담으로 그가 출가했다고 전해졌다. 그의 처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세상으로부터 숨은 듯했다. 그런데 한 출판사에서 『영자야, 산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의 시집을 펴냈다. (출판사가 영자 부녀에게 원고료 10만 원을 건네준 것으로 계약서에 나와 있다.) 중이 됐다는 그는 과연 이런 시집이 나왔다는 걸 알았을까.

(...)

강원도 산골의 한 사찰. 법명조차 안 밝히려는 주지스님이 나를 대웅전 법당으로 이끌었다. 내가 고개 숙여 합장한 뒤 앉으려고 하자, 그는 "허 이곳에 들어왔으면 마땅히 부처님께 절을 드려야지요"라고 제지했다. 엎어지듯 일배를 하고 일어났을 때 "부처님 앞에서는 적어도 삼배는 해야지요"라는 말이 들렸다.

한낮의 땡볕더위인데도 법당의 열린 문으로는 바람이 통했다. 한 처사가(절에서 일하는 사람)가 소반에 수박과 삶은 옥수수를 담아왔다. 보름 전 문전박대당했을 때에 비하여 융숭한 대접이었다. 주지스님이 나를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속세 사람들이 자기네와 상관없는 일에 궁금해하니 먹고살기가 넉넉한가봐, 쯧쯧"이라고 중얼거렸다.

얼마 뒤 키가 140센티미터 될까말까, 잿빛 승복이 커 보이는 영자가 들어왔다. 박박 깎은 머리가 익숙하게 동글동글했고 이마에는 조그만 여드름이 솟아 있다. 도대체 열아홉 처녀라기보다는 개구쟁이 소년 같은 냄새가 더 났다. 나를 향해 합장하는 그의 빰에 홍조가 번졌다. 그가 이 암자로 온 지 넉 달이 됏다. 아직 행자의 신분이지만 '도혜'라는 임시 법명을 받았다. 올 초 산중에 홀로 남아 있던 그의 부친이 살해된 뒤 경찰에서는 그가 의탁할 곳을 물색했다. 독지가도 여럿 나왔다. 하지만 그녀가 스스로 택한 곳은 절이었다.

- 왜 하필 절로 가겠다고 했나요?
"아버지가 불경이나 책을 읽고 얘기해 줬어요. 그때도 절이 그리웠어요. 이제 스님과 살아보니까 좋고.. 스님께 빨리 머리 깎아달라고 졸랐어요" 그러면서 "전생의 인연인가 보지요, 뭐"라고 툭 한마디했다. 절에 온 지 20일 만에 머리를 깎았다. 그때 한 번 삭발을 해준 뒤로는 혼자서 머리를 깎는다고 했다.

--- pp.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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