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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대하여 - 낙수(落穗)와 잡념(雜念)
이영자 - 도시의 탐욕에 희생된 산골소녀, 절에서 평안을 얻다 안철수 - 의대 출신 컴퓨터 백신 전문가 전순옥 -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여동생 박미경 - 자폐증 아들 마라톤 완주시킨 강한 엄마 유동근 전인화 - 사극 주인공으로 눈길 끄는 탤런트 부부 김재형 - 은퇴할 나이에 다시 뜨는 사극 전문 PD 이외수 - 들개 같은 작가 백기완 - 시들지 않는 언변, 영원한 재야 조수미 - 신이 내린 목소리,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세리 - 슬럼프 딛고 5개 대회 우승한 프로골퍼 유양선 - 상노랑이 젓갈할머니 김강자 - 매매춘과의 전쟁 일으킨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전재국 - 대통령의 아들에서 출판계의 기린아로 박성용 - 전 재벌 총수의 신나는 제2인생 최원석 - 전 동아건설 회장, 쓰러진 재벌 총수 그후 중 광 - 백담사에서 나눈 걸레 스님과의 산중문답 김대중 - 죽음의 고비길 딛고 일어선 현대 정치사의 거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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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소녀 영자 아버지의 피살 사건, 그 뒤의 후일담으로 그가 출가했다고 전해졌다. 그의 처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세상으로부터 숨은 듯했다. 그런데 한 출판사에서 『영자야, 산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의 시집을 펴냈다. (출판사가 영자 부녀에게 원고료 10만 원을 건네준 것으로 계약서에 나와 있다.) 중이 됐다는 그는 과연 이런 시집이 나왔다는 걸 알았을까.
(...) 강원도 산골의 한 사찰. 법명조차 안 밝히려는 주지스님이 나를 대웅전 법당으로 이끌었다. 내가 고개 숙여 합장한 뒤 앉으려고 하자, 그는 "허 이곳에 들어왔으면 마땅히 부처님께 절을 드려야지요"라고 제지했다. 엎어지듯 일배를 하고 일어났을 때 "부처님 앞에서는 적어도 삼배는 해야지요"라는 말이 들렸다. 한낮의 땡볕더위인데도 법당의 열린 문으로는 바람이 통했다. 한 처사가(절에서 일하는 사람)가 소반에 수박과 삶은 옥수수를 담아왔다. 보름 전 문전박대당했을 때에 비하여 융숭한 대접이었다. 주지스님이 나를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속세 사람들이 자기네와 상관없는 일에 궁금해하니 먹고살기가 넉넉한가봐, 쯧쯧"이라고 중얼거렸다. 얼마 뒤 키가 140센티미터 될까말까, 잿빛 승복이 커 보이는 영자가 들어왔다. 박박 깎은 머리가 익숙하게 동글동글했고 이마에는 조그만 여드름이 솟아 있다. 도대체 열아홉 처녀라기보다는 개구쟁이 소년 같은 냄새가 더 났다. 나를 향해 합장하는 그의 빰에 홍조가 번졌다. 그가 이 암자로 온 지 넉 달이 됏다. 아직 행자의 신분이지만 '도혜'라는 임시 법명을 받았다. 올 초 산중에 홀로 남아 있던 그의 부친이 살해된 뒤 경찰에서는 그가 의탁할 곳을 물색했다. 독지가도 여럿 나왔다. 하지만 그녀가 스스로 택한 곳은 절이었다. - 왜 하필 절로 가겠다고 했나요? "아버지가 불경이나 책을 읽고 얘기해 줬어요. 그때도 절이 그리웠어요. 이제 스님과 살아보니까 좋고.. 스님께 빨리 머리 깎아달라고 졸랐어요" 그러면서 "전생의 인연인가 보지요, 뭐"라고 툭 한마디했다. 절에 온 지 20일 만에 머리를 깎았다. 그때 한 번 삭발을 해준 뒤로는 혼자서 머리를 깎는다고 했다. --- pp.44-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