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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들
체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조심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연보 옮긴이의 말 |
Raymond Car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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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衍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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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처럼 긴 여운……
스산한 일상의 풍경에서 건져올린 삶의 신비! 1983년에 출간된 『대성당』 역시 미국의 평범한 소시민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서로 단절된 채 소통하지 못하거나(「깃털들」 「비타민」 「대성당」 「조심」),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거나(「비타민」), 직장을 잃거나 알코올에 취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보존」 「굴레」 「내가 전화를 거는 곳」). 등장인물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 그들의 삶은 어딘지 어긋나 있는데다 삶의 방향 감각마저 상실한 상태다. 카버는 간결한 문체와 일상적인 대화로 이들의 삶을 스케치하듯 보여준다. 그는 일견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풍경을 응시하며,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치부와 상처를 고집스레 파고든다. 건조하고 차가운 카버의 시선이 훑고 간 일상의 풍경은, 그때서야 참 모습을 드러내며 읽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압박해온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부부는 장난 전화에 시달리며 울분을 토하고(「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관계가 악화되어 헤어졌던 부부는 새로 얻은 집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인다(「체프의 집」). 사랑했던 아내는 직장동료와 바람이 나 아이들까지 버리고 집을 나가고, 주인공은 배신의 상처와 육아 문제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낸다(「열」). 이들에게 행복은 찰나의 신기루일 뿐이며, 희망을 품는 그 순간 삶은 또다시 이들을 기만하고 조롱한다. 그러나 카버는 이것이야말로 삶의 진짜 모습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희망이 삶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음도. 이러한 희망의 모습은 표제작인 「대성당」과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가장 극명하게 제시된다. 이 두 단편은 카버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사랑했던 작품으로, 특히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카버가 이전에 발표했던 「목욕」(이 단편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수록되어 있다)을 다시 고쳐 쓴 것으로 유명하다. 두 작품 모두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된 사람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소통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단절이 가장 극에 달한 순간, 놀랍게도 카버는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대성당」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예술에 대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은유라고 말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화자의 손에 맹인의 손이 닿는, 그 실제적인 접촉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건 완전히 상상에서 나온 겁니다. 그런 의도는 내게 없었어요. 뭐랄까, 아주 기이한 발견 같은 게 있었던 거죠. 같은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한 부부가 빵집 주인과 함께 있습니다. 저는 애당초 이 소설을 영혼의 차원까지 끌어올릴 생각은 없었는데,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납니다. 그 부부는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죠. 그게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일종의 영성체 의식인 셈이죠. 두 이야기는 긍정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제가 정말 좋아합니다. 이 두 단편이 살아남는다면 제가 정말 행복할 겁니다." - 레이먼드 카버, 본문 p.365 레이먼드 카버는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정직하고 무심한 태도로 삶을 응시한다. 그리고 이를 더없이 간결하고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낸다. 그는 미니멀한 태도로 세계를 응시하고 작품을 써내려가지만, 바로 그 미니멀리즘의 역설적 서정성 덕분에 그의 소설들은 삶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단번에 관통해 보여주는 놀라운 힘을 획득한다. 레이먼드 카버가 '소설가들의 소설가'로 불리며 소설가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러한 그의 문학적 성취 때문일 것이며, 때로 마주하기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그의 소설을 우리가 쉽사리 외면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