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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 어머니, 손을 내밀어 주세요 : 고흐, 준데르트에서 파리까지 3. 불행한 과거가 힘이 되어 : 고갱, 리마에서 퐁타방까지 4. 색채의 눈부심, 인간의 완성 : 파리, 고흐와 고갱의 첫만남 5. 언제까지라도 당신을 기다리겠어 : 아를에서의 고갱과 고흐 6. 고흐의 귀는 누가 잘랐나? : "선한 고흐:와 "악한 고갱" 7. 에필로그 그림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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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준 timidbear@yes24.com
6월 13일 선거일, 왜 투표용지는 다섯 장씩이나 되는 거야? 그중 투표용지 세 장을 들고 투표함 앞에 섰다. 용기(?)를 내어 투표함에 넣고 있는 중에 투표함을 감시하는 사람이 외쳤다. “그거 거기다 넣으면 안 돼요! 파란색은 파란색 함에다 넣어야죠 “ 헉, 이럴 수가! 색맹이 들통나는 순간이었다. 이 비애는 얼마전부터 읽어왔던 『반 고흐 VS 폴 고갱』이라는 책을 만나는 순간부터 스트레스로 쌓여가고 있었다. 유난히 그림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이 책이 색맹인 나에게는 색깔에 대한 확신이 없음으로 인해서 종종 공포감을 자아내곤 했다. 하지만 글은 충분히 색맹이라는 홧병(畵病)을 치료해주었다.
이 책은 미술을 좀더 대중과 가깝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책들과는 그 깊이가 조금 다르다. 그림을 보는 개인적인 감상이나 사실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고흐와 고갱의 정신분석학적 분석이 들어가면서 그림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전형적인 프로이드적 분석의 틀을 사용하고 있어 조금은 답답한 측면도 있지만 심리적 분석에 치우치지 않고 그림의 설명과 함께 그림을 그릴 때의 고갱과 고흐의 상황과 상태를 소개함으로써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고갱과 고흐의 어린 시절과 그들의 가정 환경에서 겪었던 상황과 함께 그림 입문의 과정을 설명한다. 고흐의 경우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인해 광신도로 살게 되었던 7년과 함께 불안정한 삶 그리고 왜곡된 사랑의 스토리와 그 시기에 그려졌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고갱 또한 어린 시절의 불우한 기억과 함께 그림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두 명의 거장이 동거하게 되는 아를(프랑스 남부)에서의 생활과 고흐가 그렇게도 바라고 좋아했던 고갱과 끝내 불우한 이별을 해야 했던 과정을, 생활과 두 화가의 꿈 그리고 심리 상태와 그림을 보여주며 이해를 돕고 있다. 고흐의 그 유명한 해바라기 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고흐 특유의 노란색이 쓰인 이유와, 어떤 연유에서 초기 그림에 등장하던 교회당 첨탑이 나중에 와서는 평원 위의 태양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마지막 장에 고흐를 빗대어 그린 그리스도 성화는 고흐가 귀를 잘랐다는 슬픈 사실을 뛰어넘는 고갱의 아픔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흐와 고갱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가 제기하는 특유한 문제 제기 방식에 빠져들면서 인간 고흐, 고갱과 함께 호흡하다 보면 화가 고흐, 고갱을 만날 수 있다. 책 안에서 현장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대부분 읽는 이의 상상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상상할 수 있는 꺼리들과 분석을 끊임없이 던져준다. 색맹은 차라리 낫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맹(畵盲)이다. 이 그림 소경들은 색깔을 모르는 것보다 전시관에서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 작가들의 수많은 작품에 으레 주눅들어 있는 우리의 모습은 비참하게 보이기도 한다. `문화 생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냐.' 라는 자괴감을 덜어주듯 출판계에서는 미술에 관련한 책을 많이 내고 있다. `미술의 대중화'라는 과제는 몇 백년이 넘게 예술계에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일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미술에 대한 향유는 대중 문화의 발달로 그 입지가 더 좁아져간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미술 학교, 미술 학예사의 설명까지 다양하게 그림을 설명해주는 기획이 주변에 있다. 하지만 미술과 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책을 읽으며 그림에 대한 설명을 보게 되면서 그림을 보는 눈이 생긴다. 자신의 언어로 그림을 설명하는 날이 오게 되면... `그날이 오면' 색맹이면 어떠랴? 삶의 한 부분이 자신감으로 가득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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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고갱, 두 사람은 서로의 삶과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고갱은 고흐가 귀를 자르는 데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까? 그들의 공동 생활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여전하다. 빈센트 반 고흐. 그가 죽은 지 백 년도 넘었지만 그의 작품은 아직도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고, 그의 열정적인 삶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의 무덤이 있는 오베르나, 그가 그림을 그렸던 프랑스의 남부 도시 아를에는 요즘도 유언에 따라 화장한 재를 뿌리러 오는 일본인들이 있다고 하니 그의 인기는 신화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국내에도 그와 관련된 책들이 이미 여러 종이나 나와 있으며, 그 중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있으니 국내에서도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작품을 남긴 그가 우리에게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의 삶과 예술에서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폴 고갱은 과연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책은 미술사가인 저자가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며 그들의 만남과 결별, 그리고 갈등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서로의 예술을 사랑했으나 참을 수 없는 질투를 느껴야 했던 고흐와 고갱의 삶을 어린 시절 겪었던 불우한 성장과정을 통해 조명하여, 지칠 줄 몰랐던 예술혼의 원동력이 어디에 있었는지 추적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이랄 수 있는 고흐와 고갱의 아를에서의 공동생활은 고흐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파리 생활에 많이 지쳤던 고흐는 화가들의 공동체를 꿈꾸며 1888년 2월 19일, 프랑스의 남부 도시 아를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서 화가 공동체를 이끌어줄 고갱을 기다리지만 고갱은 퐁타방에 머물며 아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전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었던 고갱은 결국 고흐가 있는 아를로 향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머나먼 열대 지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파리에서 도시적이고 미술 시장과 연결된 화가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반면 고흐는 고갱이 오기만 하면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훌륭한 그림을 그릴뿐만 아니라 고갱을 따르는 많은 화가들이 몰려들어 이상적인 화가 공동체를 건설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갱의 속마음을 알게 된 고흐는 크게 상심을 하고, 고갱의 생각을 인정하려 애썼다. 두 달여 동안 그들은 함께 그림을 그리고 함께 생활을 했지만 고흐의 거듭되는 광기와 발작 속에서 고갱은 점점 지쳐갔다. 결국 귀를 자르고 병원에 입원한 고흐를 남겨둔 채 고갱이 서둘러 아를을 떠나면서 그들의 짧았던 공동생활은 끝이 났다. 이 책에서는 이들의 공동생활의 전개 과정과 업적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서로 교환한 고흐의 <불교적 자화상>과 고갱의 <레미제라블>(이 책의 표지), 그 둘이 함께 살았던 <노란 집>(160p), 후기 인상주의 영향을 보여주는 여러 작품들, 똑같은 장소를 나름대로 다르게 그린 <알리스칸>(228∼229p) 등은 그 당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그들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커다란 미덕은, 고흐와 고갱의 대표작을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주제를 공유하기도 했고, 서로의 주제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그려냈던 그들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다 보면 예술사 최고의 라이벌 고흐 vs 고갱의 예술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