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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일어나는 대륙
식인귀와의 만남 파리의 이방인 프리다, 열정의 화신 코끼리와 비둘기의 결합 천재의 아내라는 것 샌프란시스코의 사랑과 고독_ 혁명에 휩싸인 아메리카 대륙 뉴욕, 뉴욕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물지 않는 사랑의 기억 나의 영혼, 디에고 축제 혁명, 그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의 춤 EPILOGUE 행복한 두 심장 연보 작품목록 감사의 글 |
Jean-Marie-Gustave Le Clezio
J. M. G. 르 클레지오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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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를 잘라냈다.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다. 내게 남은건 정신적 충격가 혈액순환마저 바꿔 놓은 불균형이다. 수술한 지 일곱 달이 지났는데 나는 여전히 누워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더 디에고를 사랑한다.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그림도 계속해서 그리고 싶다. 디에고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에 디에고가 죽는다면 나 역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뒤를 따르리라 우리는 함께 묻힐 것이다. 디에고가 죽은 뒤에도 내가 살아있으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디에고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는 아들이자 어머니이며, 배우자이고, 그리고 내 전부이다.'
--- p.295 죽음의 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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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터치가 많이 보이지 않는 화면에서 가장 강렬한 것은 4개의 눈동자이다. 무언가를 쏘아보는 듯하기도 하고, 그저 덤덤히 화면 밖을 응시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강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자화상 속의 눈동자. 그것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는 또 다른 자아의 시선을 아닐까. 그녀의 시선이 포착해낸 그림은 자신의 일생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3번에 걸친 유산과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괴로움, 당대 멕시코 최고의 화가이면서 가정적으로는 불성실한 남편을 둔 불구의 여자가 당면해야 했던 고통스런 현실에 대한 사적인 고백이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던지는 인간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의 투영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녀의 고통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느껴지게 하는 작품의 보편성은 여기서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한 여성화가의 숨가쁜 인생이 뿜어져 나오는 <두 명의 프리다>로의 여정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성으로서의 연대감이 느껴진다.
--- p.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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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에 있는 내 벽화를 파괴한다면 나는 마음 속 깊이 고통을 느낄 것이다. 내 삶의 일 년이라는 시간과 내게 있는 최고의 재능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일이면 나는 다른 벽화를 그리느라 바쁠 것이다. 나는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생리적으로 그림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나무는 꽃과 열매를 맺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잃는다고 한탄하지 않는다. 이듬해에 다시 꽃이 피고 열매 맺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 p.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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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지는 않다. 그냥 피곤할 뿐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종종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진다. 그림에 대해 몹시 강한 의욕을 느끼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 그림이 무언가에 소용이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까지는 당에 유용하게 쓰일 것과는 완전히 차별된, 극히 개인적인 감정만을 표현해 왔다. 이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혁명을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삶을 지속할 유일한 이유이다.
--- p. 2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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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당신의 두려움과 당신의 고뇌, 당신의 심장소리에 내가 갇혔음을 느낍니다. 이 모든 광기를 요구한 것은 나였지만, 당신은 나에게 호의를, 빛과 온정을 주는군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이마에 난 제 3의 눈' '목을 휘감고 있는 머리카락' '눈물 방울' '화면에 낭자한 피' 등의 이미지로 상징된다. 이것들은 상처입고 고통받은 삶의 표상이자 내면의 깊은 고독에서 흘러나오는 절규이다. 트로츠키와 멕시코 혁명으로 대표되는 사회참여, 아스텍과 마야문명에 뿌리를 둔 토속적인 세계관 등이 그녀의 그림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프리다 칼로는 생전은 물론이고 1957년, 사후에도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로서만 기억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이 대두되면서 그녀의 존재는 새롭게 부각되었고 1984년 멕시코 정부는 그녀의 그림을 국보로 지정했다. 20세기 초반 제3세계 국가의 여성으로 태어나 강렬한 인상의 그림을 남긴 프리다 칼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80년 대 중반이다. 그러나 그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녀에게 금새 매료되는데, 그녀에 붉은색 주조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격정적인 삶과 20세기 초 혁명의 소용돌이와 애증의 굴레에 휘말렸던 그녀의 인생을 느끼기 때문이다. 벽화주의 운동의 상징인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에서는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을 만난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며 넘치는 창작의욕을 분출했던 그는, 프랑스에서 세례를 받았던 큐비즘의 영향을 떨쳐버리고 멕시코 전통 예술에 기초한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했다. 멕시코와 미국 등지에 남아있는 그의 프레스코 벽화는 그의 예술과 세상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나도 뚜렷한 개성을 가졌던 탓에 '비둘기와 식인귀의 만남'이라는 말을 들었던 두 멕시코 화가부부의 만남과 사랑, 예술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이 책은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구성한다. 또한 컬러도판 115컷, 흑백도판 81컷에 달하는 그림도상과 현장감 있는 사진을 통하여 읽는 재미를 넘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예술가의 평전이라는 형식을 넘어 20세기 초 혁명과 예술 전반에 걸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