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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삵
詩人 삵 진달래 장의사 단검 검수(劍樹) 숨에 관한 보고 친절한 神 우주로 가는 당나귀 택리지 겨울 남행 고래와 시인 권총 로드킬 혁명을 추억함 시론 혼자 꿈꾸는 혁명 육박 빗살무늬 상처에 대한 보고서 해변의 교회 제2부 꿈은 멀었다 근황 꿈은 멀었다 멕시코 만에서의 전생 소금인형 청춘 랭보를 추억함 살쾡이의 눈 마쓰오 바쇼를 추억함 백 년 동안 술을 마시다 7월의 꿈 싱싱싱 여행 가을 햇살 아래 구나행(驅儺行) 생각의 구름 탈출 서른의 마지막 날 자화상 응시 절정 제3부 만행 한 오백 년 천 마리 나비가 날아올랐다 직방(直方)의 그늘에 서다 상원(上院)에 서다 만행 이대흠에게 태백에서 칼국수를 먹다 거리의 악사 낡고 깨끗한 방 동행 무릎으로 기다 애월, 애원, 겨울비 가을이 오면 이상한 나라에서 열하(熱河)에서 꿈꾸다 잠겨간다는 것 설국(雪國) 제4부 겨울 나그네 사라진 역 겨울 나그네 배웅 뻥의 나라에서 환화(幻花) 허공의 절간 모자란남움직씨 불완전타동사를 위한 변명 예인 칼의 노래 달나라에서 영정 기일 치마 열두 폭 무애(無碍)에 관한 명상 물에 젖은 초파일 소풍 첫눈 시인 해설 / 이혜원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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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벼린 칼, 『단검』
단정한 어법을 구사하면서도 활달한 상상력을 통해 현대시의 지평을 넓혀온 우대식 시인이 두번째 시집을 냈다.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첫 시집『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에서 선보였던 낭만적 열정과 비애감을 한층 더 결 고운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실험과 전위의 미명 아래 소통 불가능한 언어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정시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우대식의 이와 같은 면모는 확실히 시단의 주된 흐름으로부터 비껴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존재의 심연을 바라보는 번뜩이는 시선으로 충만해 있다. 지상의 삶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날카로운 부정의식을 엔진으로 삼은 이 시집은 우선 ‘지금, 여기’가 아닌 저 먼 곳을 향해 열려 있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가는 당나귀는/며칠을 걸어야 우주에 당도하는가/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우주로 가는 당나귀」 부분 )는 바람으로 시인은 유랑의 길에 나선다. 시인이 흠모하는 랭보와 보들레르, 바쇼, 정약전, 등반가 고상돈 등은 일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추방시켜 자유를 지향한 유랑의 지표다. 해설을 쓴 평론가 이혜원은 유랑의식의 기저에 깔린 심리를 “진정한 고향이나 집은 이제 존재하지 않고, 현실적 공간은 진실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방랑은 필연적이다. 낭만주의자들의 무정부적인 성향은 그들의 방랑이 추구하는 자유의 정신과 상통한다”고 분석한다. 모든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기획하는 그 자유의 정신이 바로 ‘단검’이다. 시집『단검』은 “한순간/모든 빛과 어둠을 뚫고 그대와 연락되기를”(「택리지」) 바라는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다. ‘한순간’으로 명명된 서정적 시간대에 닿기 위해서 시인은 ‘단검’을 벼린다. 이 시간대는 일상적 인식으로는 닿을 수 없는, 모든 경계성이 허물어지는 시간대이다. 수원시가 수원부가 되고, 서울역이 한성역으로 치환되는 상상력을 통해 노숙자 할머니는 한 자루의 ‘꼿꼿한’ 단검으로 거듭난다. 단칼에 일상의 영역을 베어버린 뒤 ‘그곳’에 닿고 싶은 초월의지를 상징하는 ‘단검’이 기실은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곳’을 지향하면서도 ‘지금, 여기’의 삶에 끝없이 밀착하고자 하는 시인의 다감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일테면, 결연한 의지로 무장한 ‘단검’은 지상의 삶에 대한 연민으로 흘린 시인의 눈물에 벼린 칼날이었던 것이다. “나는 평생 영원이라는 집 앞에서 서성거렸지만 언제나 지상의 삶을 그리워할 것이다”(「탈출」)라는 고백이 이 시집을 응축한 구절이다. 그 구절은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이미지를 낳는다. 전갈에겐 독이 있다. 시집『단검』에도 세계와 대결하는 맹독성의 결기가 보인다. 우대식은 극단을 향해 자신을 몰고 간 뒤에 얻어낸 독으로 전 생애를 다해 싸우는 시인이다. 빛나는 별자리에 닿기 위해 지상의 상처를 기꺼이 감내하는 싸움이 그의 노래다. ‘죽음으로 제 별자리를 만드는’ 그 아름다운 독에 누군들 감염되고 싶지 않으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