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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편
레슨 1 초등학생을 위한 창작교실 레슨 2 이야기의 첫 행을 향하여 레슨 3 이야기는 아직, 아직, 시작되지 않는다 레슨 4 이야기를 붙잡기 위해, 암흑 속에서 눈을 뜨고, 침묵 속에서 귀를 기울인다 실천편 레슨 5 소설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 상장 레슨 6 아기처럼 흉내 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태어났을 때 우리 모두가 그랬듯이 레슨 7 이야기에 좀 더 깊게 들어갈 것, 그러면 언젠가는 레슨 8 나만의 이야기를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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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시작하지 않은 상태, 한 글자도 쓰지 않은 상태를 충분히, 마음껏, 실컷, 즐기라
아, 내가 무엇을 쓰려고 했더라? 뭐부터 써야 하지? 뭘 준비해야 하지?라고 불안해하고 계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그런 당신은 작가로서 전도유망한 분. 만일 당신이 아무 불안도 없이 쓱쓱 첫 문장을 써냈다면, 그게 오히려 걱정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아무도 걸어간 적 없는 길을 간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시작하기 전에 잠깐, 나는 당신이, 몹시, 부럽습니다. 왜냐면 당신은 아직 소설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는 소설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네, 그 멋진 세계를 이제부터 천천히 걸어갈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이 몹시 부럽습니다. ▶ 첫 행은 꾹꾹 참아 최대한 늦게 시작하라,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전혀 관계없는 것을 생각하라 정말 난처한 이야기지요? 아무튼 우리는, “무언가를 해라.” 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어왔을 테니까요. 하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한다’고 할 때의 그 ‘무언가를 한다’ 와는 미묘하게, 그러나 명백하게 다른 행위입니다.……생각해주십시오.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책상을 마주하고 앉았지만, 미처 하지 못한 무슨 일인가가 있지는 않으십니까? 뭔가 마음에 걸렸던 일도 있겠지요? 아참, 그러고 보니 어제 치과에 예약을 해두었던가? 아차, 잠깐, 오늘, 로또 복권 발표하는 날이었어! 당첨이 되면, 아아, 당첨이 되면 우선 빚부터 갚고, 그리고, 그리고……아무튼 뭔가 해야지……. ▶ 쓰기 위해서는 ‘바보’가 되라, 그리고 이야기를 붙잡아라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는 데다 아직 쓰지 말라고 하시고, 아까부터 그냥 멍하니 칠판만 쳐다보고 있으려니, 이것 참, 뭔가 바보 같아요.” 아뇨, 바보 같은 게 아닙니다. “예? 그 말씀은?” 바보 그 자체예요. “윽, 너무해!” 그게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그야말로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선 참이에요. 당신은 자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요? 정말 다행입니다. 만세! 나는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당신에게는 소설 쓰는 데는 아무 쓸모도 없는 지식을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지식을 전부, 일단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감수성을 날카롭게 벼리고, 이렇게 암흑 속에서 눈을 크게 뜨고, 침묵 속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이야기를 붙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쉿, 조용히. 그렇게 떠들어서야 당신의 이야기가 그냥 지나쳐 가버리지 않겠습니까. ▶ 이야기와 놀아주라, 그리고 아이처럼 흉내 내라 자, 일단 소설을 마주하기 시작했습니까. 그러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우선, 소설과 놀아주십시오. 소설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너를 꼭 안아줄게!”라는 둥의 말은 하지도 말고, 그냥 함께 놀아주면 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소설은 불신이나 불안이나 의심을 버리고 당신의 품을 향해 자기 쪽에서 뛰어 들어올 테니까요. 그리고 실컷 놀았다면 이제 아이처럼 흉내 내보세요. 우선 맨 처음에 꼭 빼닮도록 흉내 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불안하시다고요? 독창성과 개성을 중시하라고 배웠다고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독창이고 무엇이 개성인지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두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흉내 내보는 것, 흉내 냄으로써 그 세계를 깊이 아는 것, 그렇게 해서 수많은 언어의 세계를 아는 것, 나아가 그것을 통해 그 이외의 언어 세계의 가능성을 실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라. 다만, 아주 조금 즐거운 거짓말을 넣어서. 날씨가 좋아서 잠깐 산책을 다녀오겠습니다. 그 동안에 당신의 소설을 써주십시오. 첫 행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요. 아 지난번에 나왔던 것이라고요? 뭐, 괜찮지 않습니까.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누구든 긴장해서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요. 그럴 때는 첫 부분만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리고, 그리고 다 쓰고 난 뒤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빌려왔던 첫 부분을 고쳐서 다시 돌려주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빨리 읽어보고 싶군요, 여러분의 이야기.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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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재미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스무 가지 열쇠
1.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를 충분히, 마음껏, 실컷, 즐긴다. 2. 첫 행은 되도록 꾹꾹 참고 최대한 늦게 시작한다. 3. 기다리는 동안 전혀 관계없는 것을 생각한다. 4. 쓰기 전에 고래 다리가 몇 개인지 조사해본다. 5. 언제부터 쓰기 시작할지 고민한다. 6. 쓰기 위해서 스스로 ‘바보’가 된다. 7. 정말로 알고 있는 것, 그것부터 시작한다. 8. 이야기는 쓰는 것이 아니다. 붙잡는 것이다. 9. 철저히 생각한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다시 생각한다. 10. 세계를 완전히 다르게 본다. 혹은 완전히 다르게 보일 때까지 기다린다. 11. 다른 이야기와 놀아준다. 12. 날아온 이야기 공에 본능적으로 몸을 맡긴다. 13. 그저 놀이 삼아 상대의 이야기와 함께 한다. 14. 이야기를 붙잡기 위해 내 쪽에서도 걸어 나간다. 15. 세계는 이미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음을 파악한다. 16. 그리고 아기가 엄마의 흉내를 내듯 흉내 낸다. 17. 흉내 내기는 가장 좋은 공부법이다. 18. 이야기는 말한다, 살아라, 라고. 19. 이야기는 사진 옆에, 만화 옆에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돌연 태어난다. 20.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라. 다만, 아주 조금 즐거운 거짓말을 넣어서. “이토록 황당하고 음탕하면서도 따뜻한 글쓰기 책은 처음이다” 옛 근대로부터 문인이란 죽자고 방탕으로 치닫는 업종으로, 자살하질 않나 정사하질 않나, 혹자는 마누라 바꿔치기를 하질 않나, 혁명입네 하는 것에 홀딱 빠지기도 하고, 절개와 지조가 없어도 재주 좋은 익살꾼에, 자랑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IQ도 높다. 정확히 계산된 ‘완벽한 바보’를 살아간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 친구에게도 옛 문인의 흔적이 남아, 마시고, 때리고, 원성을 사는 것으로 3관왕. 방탕하여도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언제든 여유만만.(…) 적에게 쫓겨 궁지에 몰렸어도, 마감 날을 진즉에 넘겼어도, 이혼을 했어도, 위궤양에 걸렸어도, 겐이치로, 이 친구, 노상 빈둥빈둥 휘적휘적.(…) 오늘도 겐이치로, 만 권의 책을 읽어 제친다. 바짝바짝 다가드는 남의 책을 어찌 무시하고 넘어갈쏘냐. 문학사에 평생을 바칠 각오는 되어 있다. 겐이치로 스스로도 착실히 문학사를 살고 있으니. 나쓰메 소세키도 모리 오가이도, 히구치 이쵸도 미야자와 겐지도, 겐이치로네 옆집 사람. 칭찬으로 때려눕힌 젊은 작가의 사체는 차곡차곡 쌓여가고, 껍데기를 홀딱 벗긴 대문호의 허상은 슬금슬금 퇴장한다. 오늘도 겐이치로, 섹스 연구에 여념이 없으니, 삐끗 나간 허리를 달래가며 일념으로 품어 안는다. 바람은 안 피워, 언제든 본심이지. 결혼이 무서워서야 어찌 사랑을 할까. 허리는 삐끗 나갔지만 겁쟁이는 아니네. 소문 안 난 플레이보이, 과거를 돌아보는 미래파.(…) ___‘겐 짱의 일생’, ≪분게이(文藝)≫ 2006년 여름호 <다카하시 겐이치로 특집>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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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의 다카하시 겐이치로, 글쓰기 선생으로 돌아오다
무게만 잡는 무미건조한 창작 이론서가 아니다. 마치 어린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쉬운 문장에 톡톡 튀는 상상력과 익살을 섞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유쾌한 일인지 증명해 보인다. 초등학생도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대중적 눈높이를 확대하는 동시에, ‘창작’이라는 영역을 기웃거리는 수많은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마음가짐을 환기시켜주는 교본이다. 왜 다카하시 겐이치로에게 글쓰기 비법을 묻는가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소설가다. 서점에 나가면 자칫 그의 작품이 스포츠 코너에 있거나(제목이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이므로), 음악 혹은 SF 코너에 있거나(제목이 ≪존 레논 대 화성인≫이므로), 혹은 성인물 코너에 놓여 있기도 하지만(제목이 ≪어덜트≫이므로), 그는 어쨌든 많은 이야기를 써낸 소설가다. 작가로서 살아온 지난 몇 십 년간 스스로 날마다 소설을 읽어왔으며, 그만큼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자부하는 작가. 수많은 작가들의 소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낡은 시계를 분해하듯 수많은 작품을 세세한 부품으로 분해하여 점검하고 재조립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작가. 그런 짓을 하면서 ‘소설이라는 놈은 대체 어떤 놈일까’ 고민해온 작가. 그가 마침내 뼛속까지 작가로 살아가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쓰기 비법을 털어놓았다. 1951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나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오르며 수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까지,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결코 녹록치 않은 인생역정을 살아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설과 평론을 발표하고 자신이 직접 쓴 희곡으로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열혈 문학 소년이었지만, 대학 시절 가담한 학생운동으로 체포 구금된 후유증으로 극심한 실어증을 앓게 되면서 10여 년간 언어를 멀리하게 된다. 하지만 20대를 육체노동으로 연명하던 그에게 삶의 고비를 버텨내는 힘이 되어준 것은 역시 글쓰기였고, “나는 이 컵이 좋아”라는 단순한 문장을 매일 쓰는 실어증 재활운동으로 다시 연필을 잡게 된다. 그리하여 ‘어찌 이런 생각을 문장으로 쓸 수 있는가’라는 탄성을 절로 일으킬 만큼 모든 글쟁이들의 질투를 받는 기린아로 우뚝 서기까지 글쓰기는 그의 삶에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동반자가 되었다. 그런 다카하시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독자들에게 소설 쓰기 비법을 알려준다. 문학 읽기와 쓰기에 대한 수많은 글을 써내면서 이야기에 대한 무궁무진한 애착을 보여주기도 했던 다카하시 겐이치로. 어떤 글쓰기 책보다 가볍고 유쾌하지만, 따뜻한 진심과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상상력을 불어넣어준다. 소설을 쓴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심어린 위안‘소설 따위’와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세상에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라고 꼬드기는 이 책은, 문학이란 ‘세상 고민을 저 혼자 떠맡은 양 고민이 가득한 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세상에서 ‘일부러 세상 고민을 떠안고 사는 우중충한 인종’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모두가 일제히 성공을 향해 내달리는 시대에,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마음껏 실패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직업으로 작가, 그들이 ‘죄다들’과 다르면 ‘죄다들’에 맞추려고 하는 세상에서, 그 ‘죄다들’ 쪽이 틀린 게 아닌가 하는 고독한 의심 속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소설이라고 말한다.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소설을 쓴다는 것은 저 너머에 가고 싶다는 인간의 근원적 바람 속에 그 단초가 있으며,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가고 싶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저 벽 너머로 가고 싶다”라는 본능이 소설을 낳았다고 말한다. 이른바 ‘글 잘 쓰는 비법’을 일러주는 수많은 책과 강의에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어딘가 으슥한 비밀의 교실에서 이름 모를 고수에게 글쓰기와 인생쓰기의 참맛을 전수받는 느낌을 주는 다카하시만의 이야기는,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은 물론, 살아감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위안과 깨달음을 안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