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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료자 신성왕국 요제의 계보 서장 엄마의 손가락 피리 / 투사의 울음소리 / 안개의 백성, 아료 / 엄마의 손가락 피리 / 정령수精靈獸 제1장 벌치는 사내 / 살아나다 / 여왕벌의 비상 / 계약 제2장 하늘을 달리는 야수 / 꿀벌과 수금竪琴 / 여름 오두막 / 하늘을 달리는 야수 제3장 새끼 왕수를 바치다 / 번개 이알 / 요제와 아르한 / 새끼 왕수를 바치다 제4장 카자룸 왕수 보호소 / 조운의 아들 / 입학시험 / 유얀 / 왕수 피리 / 리란 / 토무라 / 밑에서 올라오는 빛 |
Nahoko Uehashi,うえはし なほこ,上橋 菜穗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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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는 결코 길들지 않아. ……길들면 안 되는 동물이야. 우리 투사지기나 전사들도 반드시 이 무성피리로 투사의 감각을 마비시켜놓고 만진단다.” 엄마는 손바닥 위에 작은 피리를 도르르 굴려 보였다.
물론 엄마가 피리를 입술에 대는 모습은 자주 보았다. 또한 훈련하러 가는 전사들이 일제히 피리를 입술에 대고 불어서 꼭 통나무처럼 뻣뻣해진 투사의 등에 재빨리 안장을 걸쳐놓고 올라타, 대가리에 난 두 개의 긴 뿔을 잡고 자세를 취하는 모습도 본 적 있었다. 일단 등에 올라타서 뿔을 잡으면 투사는 자기 등에 올라탄 전사의 뜻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뿔을 쥐고 턱을 쳐들게 하면 물속으로 잠수하는 일도 없다고 했다. 투사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네 다리가 있어, 뭍에 올라 달리면 어떤 준마보다 빨랐다. 지상을 달리는 모습은 뱀이라기보다 용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서식하는 곳은 물속이고 다리를 몸통에 꼭 붙이고 꿈틀거리며 헤엄치는 모습은 물뱀을 닮았다. 견고한 비늘은 화살도 뚫지 못하고, 전사를 태우고 적진으로 뛰어 들어가 병사와 말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흉포한 뱀……. 야생 투사가 산란철을 맞으면 투사지기는 어미 몰래 둥지에 있는 알 가운데 한두 개를 빼냈다. 그들은 그 알을 부화시키는데, 갓 깨어난 새끼일 때 귀를 덮는 뚜껑 같은 비늘을 일부 잘라내야 했다. 에린은 엄마가 그 작업을 하는 모습도 본 적 있었다. 그 비늘을 제거하면 투사가 스스로 귀를 막을 수 없게 되어 인간이 무성피리로 부릴 수 있게 된다고 엄마가 가르쳐주었다. 피리를 불어 투사에 올라탄 전사들은 그 비늘을 가공하여 만든 덮개로 투사의 귀를 가린다고 했다. 적이 부는 피리에 조종당하지 않도록. --- pp.19~20 하늘은 아직 짙은 군청색이지만 아침 해를 등진 산의 윤곽은 벌써 엷은 금빛으로 떠올라 있었다. 그 희미한 빛 속에서 검은 점이 솟아오르나 했더니 날개를 펼친 거대한 무엇이 하늘을 활강하여 순식간에 머리 위로 닥쳐왔다. 복잡한 가락을 가진 피리 소리를 닮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그것이 에린과 조운 위로 날아들자 한순간 주위가 어두워졌다. 그것은 새가 아니었다. 에린은 눈 감는 것도 숨 쉬는 것도 잊고 머리 위를 지나가는 것을 망막에 각인했다. 바위 턱을 완전히 뒤덮을 만큼 거대한 날개와 은빛으로 빛나는 바늘 같은 체모, 승냥이 같은 사나운 얼굴,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커다란 다리……. 날개가 일으킨 바람이 모포를 날려 에린은 황급히 모포 자락을 잡았다. 그 날개 달린 괴수는 공중을 매끄럽게 미끄러져 투사 위로 내려갔다. 투사를 내려다보던 에린은 깜짝 놀랐다. 어느새 투사는 둥지에서 대가리를 돌리고 마치 내 몸뚱이를 먹어달라는 듯이 몸을 구부린 채 배를 위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기묘한 사냥이었다. 날개 다린 괴수가 덤벼들어도 투사는 낫처럼 생긴 대가리를 들려고 하지 않았다. 매한테 잡아먹히는 뱀처럼 투사는 가뿐하게 잡혀 올라가 이빨에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날개 달린 괴수는 화살도 뚫지 못하는 투사의 딱딱한 비늘을 마치 부드러운 살가죽이라도 찢는 것처럼 갈가리 찢었다. 투사 세 마리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으로 잡아먹혔다. 아침 햇살이 산 테두리 너머 비쳐들어 날개 달린 괴수를 은빛으로 떠오르게 했다. 공물로 바쳐진 괴수를 잡아먹는 무서운 신 같은 아름다운 괴수에게서 에린은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야생 왕수(王獸)…….” 에린은 괴수를 쳐다보며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저것이…….” 신이 요제에게 왕권을 내려준 증표로 천계에서 내려 보냈다고 하는 신성한 동물. 요제의 비호 아래 많은 왕수가 귀하게 사육되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만에 하나 그 수가 줄어들면 왕국에 재앙이 닥친다고 했다. --- pp.153-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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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머나먼 태곳적 신들의 세계에서 건너온 요제(신성왕)가 지배하는 료자 왕국. 이 나라에는 무섭고도 아름다운, 거대한 ‘야수’들이 살고 있었다. 왕에게 내린 신들의 선물이라는 ‘왕수’ 그리고 국방을 책임지는 대공이 부리는 ‘투사’. 서로에게 천적이자, 사람에게 결코 길들지 않는 이들 야수를 제압하는 방법은 오직 무성피리(불어도 소리가 나지않는 피리)를 부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무성피리로 제압한 야수들은 전투에 이용되었다.
투사지기 마을에서 투사를 돌보는 수의사인 엄마와 살아가던 소녀 에린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열 살이라는 나이에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되어 벌치기 사내 조운과 함께 살아간다. 조운에게서 벌들의 생태와 수금 연주를 배우던 에린은 어느 날,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열쇠인 왕수를 본 이후 운명적인 이끌림을 느낀다. 조운의 도움으로 ‘카자룸 왕수 보호소’에 입학한 에린은 상처를 입은 새끼 왕수 리란을 돌보게 되고, 우리에 갇힌 채 먹이를 거부하는 리란을 살리기 위해 위험한 결심을 하는데...... 왕국 내에서 요제를 위협하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는 가운데, 야수를 조종하는 비술을 얻게 된 소녀 에린은 자신과 엄마를 둘러싼 놀라운 비밀에 접근한다. 그 비밀은 료자 왕국을 완전한 혼란으로 빠뜨릴지도 모르는 것으로, 이미 시작된 운명의 수레바퀴는 에린을 야수와 요제, 신들이 얽힌 세계로 이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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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정령의 수호자〉 원작자의 최신감동대작
《정령의 수호자》《어둠의 수호자》《꿈의 수호자》 등이 포함된 ‘수호자’ 시리즈로 노마 아동문예 신인상,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일본 아동문학자협회상, 소학관 아동출판 문화상, 아동복지 문화상, 로보노이시 문화상, 이와야 사자나미 문예상 등을 수상한, 일본 판타지문학계의 정상급 작가 우에하시 나호코의 본격 판타지소설 〈야수〉.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거머쥐며 일본 판타지문학계의 정상을 거듭 확인한 저자가 새롭게 선보인 《야수》는 판타지라는 장르의 벽을 넘어 일본 다양한 취향, 다양한 연령의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강한 흡인력, 스펙터클한 구도와 작가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이 책은 일본 《책의잡지》가 선택한 2007년 상반기 베스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4월 NHK-BS2에서 방영하여 인기를 모은 애니메이션 《정령의 수호자》의 원작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인간에게 결코 길들지 않는 고고한 짐승을 마주 보며 수금을 퉁기는 여인. 벌써 여러 해 전에 그런 광경이 문득 마음에 떠오르더니 내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짐승은 어떤 짐승일까? 그 여인은 무엇을 하려는 걸까? 그 장면에서 멈춘 채 좀처럼 착상이 펼쳐지지 못하더니, 어느 날 우연히《꿀벌?사육·생산의 실제와 밀원식물》이라는 책을 읽다가 생물의 신비에 가슴 설레는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형태를 갖춘 것이 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는 아득히 먼 타자를 향해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분들에게 그런 감정이 수금 소리를 타고 전해진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 부디 왕수와 소녀의 이야기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우에하시 나호코, 지은이의 말 중에서 - 소심하고 눈물 많은 소녀에서 왕국의 운명을 가르는 지혜롭고 당당한 여인으로 변신하는 주인공 에린! 《야수》의 주인공 에린은 호기심 많고 착한 소녀다.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적 힘이나 마력도 없고 신이 편애하는 특별한 존재도 아니다. 차라리 주변 사람들에게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소심하고 눈물 많은 소녀. 그녀는 생명에 대한 애정과 성실하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거대한 야수의 언어를 알아듣게 되고 마침내 서로 대화를 나눈다. 자신이 한 일이 이를테면 핵물리학의 비밀과도 같은 위험한 지혜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에린이 소통을 끌어낸 야수 리린은 왕실의 상징이자 무시무시한 괴력을 가진‘왕수’다. 순수한 마음으로 왕수의 마음을 열게 된 에린은 그때부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왕국의 운명을 가르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등 지브리 스튜디오 세계를 뛰어넘는 감동 이런 모티프에서 독자들은〈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천공의 성 라퓨타〉같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것이다. 주인공이 영웅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소녀이고, 그 소녀의 어깨에 세계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점, 그리고 인간 문명의 권력욕과 자연이 충돌하는 구도 따위가 지브리 세계와 상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지브리 세계에 머물지 않고 자기 나름의 판타지 세계를 구축해 냈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리광 부릴 나이에 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소녀가 자연 속에서 생명과 교류하며 올곧게 성장해 간다는 성장소설의 모습이다. 훗날 왕국의 운명을 한 몸으로 감당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 되지만, 에린을 그런 존재로 키워낸 것은 문명이나 권력이 아니라 자연 속의 생명들이었다. 에린이 가진 힘은 생명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녀의 단순한 시선 앞에서 권력과 명예는 허망한 욕망일 뿐이다. 중세 일본의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모티프로 한, 사실주의적 판타지 그리고 또 눈에 띄는 것은 이 소설의 배경이 판타지답지 않게 실제적이라는 것이다. 종교적 권력을 지닌 요제와 세속적 권력을 쥔 아르한이라는 이중 권력이 서로 대립한다는 설정을 독자들은 별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이러한 체제는 작가의 공상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상 실제로 존재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교황과 왕의 관계가 그랬고, 중세 일본에서 덴노(天皇)와 쇼군(將軍)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덴노와 쇼군의 공존과 대립은 일본 중세사의 커다란 맥을 이루는데, 작가는 이러한 일본 역사의 특수성을 판타지의 배경으로 활용했다. 심지어 화려한 장식을 배제한 왕궁의 질박한 목조 건축 구조라든지 왕궁을 둘러싼 커다란 숲 따위는 일본의 이세신궁을 연상케 하고, 신격화된 특별한 혈통을 가진 왕, 왕의 선조를 제사장으로 보는 시각 따위도 덴노의 그것과 매우 닮았다. 이렇듯 일본 문화를 차용하여 쓰여진 이 작품은 일본에 토착화된 판타지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한 흡인력, 스펙터클한 구도, 섬세한 디테일 아무리 규모가 큰 이야기라도 섬세한 디테일로 조곤조곤 안정되게 풀어나가는 것은 이 작가의 특징이다. 《야수》가 보여주는 강한 흡인력도 성장소설다운 알뜰한 디테일이 왕국의 운명을 가르는 스펙터클한 구도와 매끄럽게 어우러진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책이 판타지라는 장르와 상관없이 다양한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