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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즐겁고 배부른 베짱이처럼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국가 같은 건 어떻게 되어도 좋아 거북 모양 멜론빵과 나의 연애 고구마 철학 슬럼 도쿄에서 살아남기 남에게 폐 끼칠까 걱정 말고 절간에서 담배를 피우다 돼지 발바닥이나 핥아라 오스기 사카에와의 만남 배꼽 없는 인간들 반인간적 역사 고찰 노장사상의 여성관 미친 사회를 위한 화장실 사보타주 옮긴이의 말 |
Yasushi Kurihara,くりはら やすし,栗原 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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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진심으로 절실히 일하고 싶어 할까. 오히려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으니 해고가 되거나 일자리를 얻기 힘들 때는 돈을 받으면서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 아니,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일자리 찾기가 힘드니까 서로 도와서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편이 좋지 않을까. _「언제나 즐겁고 배부른 베짱이처럼」
나는 일단 귀를 닫고 우리에게 내려지는 명령을 거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호이치처럼 격렬한 통증을 동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귀를 닫는 그 행위에는 살육당한 원혼의 무게가 무한대로 얹혀질 것이므로. 우리가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_「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생의 본질은 대가 없는 사랑이며 연민의 정이다. 그리고 정치가가 할 일은 그것을 널리 퍼뜨리는 것뿐, 그저 오로지 살아 있는 것들을 가엾게 여길 뿐. _「국가 같은 건 어떻게 되어도 좋아」 아무래도 내가 쇼핑을 가서 아무것도 사지 않은 것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뭐라도 살걸 그랬다. 나는 그녀에게 미안했다. _「거북 모양 멜론빵과 나의 연애」 아아! 이것이 먹는다는 것인가. 이런 걸 쾌감이라 하는 걸까. 그 이후 나는 참는 것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니 고구마든 뭐든 먹을 것은 가지고 나오면 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든가, 그런 말을 하는 놈들은 먹는 기쁨을 모르는 놈들이다. 일하지 않고도 배불리 먹고 싶다. 그리고 나는 ‘어엿한 사회인 되기’를 그만두어 버렸다. _「고구마 철학」 어디든 모두 어차피 슬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국가에 매달리는 것이 차별주의자들이다. 그들에게 우리는 도대체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 것인가. 모두 같은 국민이라는 말 같은 걸 하기보다 우선 침을 뱉자. _「슬럼 도쿄에서 살아남기」 부모님은 시시한 공무원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나는 부모님께 싫은 소리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집 밥상에 반찬 수가 줄었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건 국가가 주도하는 집단 괴롭힘이다. 국가 덕분에 날 때부터의 효자가 갑자기 불효자로 전락했다. 나는 충격을 받고 사흘이나 방에 처박혀 있었다. _「남에게 폐 끼칠까 걱정 말고」 남들에게 어떻게 평가받을까가 아니라, 그저 자유롭게 행동하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 분명 거기에는 부처의 힘 같은 것이 움직이고 있지 않을까. 슥 하고 뻗쳐 온 스님의 손과 같은 것. 우리는 그 힘에 몸을 계속 맡길 수 있을까. 언제든 손은 내밀어져 있다. _「절간에서 담배를 피우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 반대 데모에서 방사능은 위험하다고 반인종주의 데모에서는 차별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주장은 물론 완전히 정당하지만 동시에 초등학생도 아는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방사능은 안전하다는 정치가나 어용학자가 있고 차별은 해도 된다는 인종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이 초등학생 이하의 수준이라는 말이 되는데, 그런 무리들에게 도덕 수업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_「돼지 발바닥이나 핥아라」 사람은 언제든 제로가 되어 자신의 인생을 다시 살아볼 수 있다. 좋은지 나쁜지는 별도의 문제이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살아 있어도 지루할 뿐이지 않을까. _「오스기 사카에와의 만남」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운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얻기 위해서는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해서 이만큼 움직이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는다. 그러니까 배꼽이라는 뚜껑을 덮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뚜껑을 덮고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에 표준을 설정해 놓고 그것을 따라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_「배꼽 없는 인간들」 나는 나의 의지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싫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기야 하겠지. 그러나 내가 말하려는 것은, 도움이 필요 없다든가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의 주변 일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는 것, 적어도 최종 결정권이 극소수의 인간에게 맡겨지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이건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의식하지 않고 있으면 잊어버리고 만다. 선거 따위 하고 싶지 않다. 민주주의를 끝장내자. _「반인간적 역사 고찰」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질서를 만드는 인간의 힘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 쓸모없음, 부자연스러움도 함께 생각했을 것이다. 메뚜기를 먹고 일본인에게 먹히는 구조가 두렵다면 모두 먹어치우면 된다. 어차피 인간이든 동물이든 만물은 결국 변하는 것이니 언제까지나 먹히는 존재로 살라는 법은 없다. _「노장사상의 여성관」 사람은 배가 아프면 똥을 싸고 엉덩이를 닦는다. 화장실이 저절로 고장난다. 화장실이 없으면 일할 수 없다. 자, 땡땡이를 치자. 그다음은 수리비를 들이든가, 화장지를 갖다 놓든가 경영자가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잠자코 화장실을 막히게 하자. 그것이 사보타주의 철학이다. _「미친 사회를 위한 화장실 사보타주」 --- 본문 중에서 |
‘상호부조’의 정신을 되살려 남에게 폐 끼칠까 걱정 말고,
‘일하기 싫다’고 당당하게 선언해 보자! 내년부터 적용되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 주 40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한 한 달 임금은 1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겨우’ 먹고살기도 힘든 오늘의 현실을 ‘8시간노동제’를 주장했던 1886년 미국 시카고의 헤이마켓 광장의 노동자들은 예상이나 했을까. 더 큰 문제는 시간당 얼마라는 이 기준이 우리의 삶을 계산하고 인간의 자격을 논하는 척도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 말라”는 사도 바울의 말은 오랫동안 인간을 지배해 온 의무이자 규범으로써 노동의 신격화에 일조했다. 나날이 더욱더 가혹한 형태로 진화하는 노동이라는 이 괴물에 언제까지 생을 저당잡혀 살아갈 것인가.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는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굴절된 반인간적 노동윤리에 반기를 든다. ‘우리는 일하고 싶다. 일자리를 달라’ 대신, ‘우리는 일하기 싫다. 그러나 생활을 보장하라’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자고 말한다. 저자는 14편의 에세이를 통해 일관되게 노동과 소비로 만들어진 부채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8시간 노동제’나 ‘주5일근무’가 아닌 ‘노동 거부’ 즉 ‘노동 시간 제로’를 추구하는 것이고 그때 비로소 인간다운 삶이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특별히 세계적 아나키스트 오스기 사카에, 페미니스트 이토 노에 등 우리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일본의 걸출한 사상가들의 흥미로운 일면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지 말고 대신 함께 나누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 서로의 쓸모없음이 위로가 되고 가치가 되는 나라를 꿈꾸어 보자’는 옮긴이의 말이 영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