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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 권력의 얼굴 - 고대 이집트 <산우스레트 3세의 초상> 2. 어미에서 여신으로 - 기원전 2세기 그리스 <승리의 여신상> 3. 참회하는 손은 아름답다 - 도나텔로 <막달라의 마리아> 4. 성스러운 인간의 세속적인 사랑 - 미켈란젤로가 그린 나체 인물상 5. 매너리즘의 꽃 - 폰토르모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6. 인간 예수,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 - 바로크 시대의 종교화 <엠마우스에서의 만찬> 7.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8. 화가의 우연한 시선 - 베르메르 <연애편지> 9. 죽음을 기억하라 - 네덜란드 정물화의 숨겨진 주제 10. 로코코의 살롱과 부엌 - 로코코의 여인들 11. 화가와 하녀 - 들라크루아 <제니의 초상> 12. 누가 이 여자의 입을 지워버렸나 - 도미에 <세탁부> 13. 건초마차와 증기기관차 - 컨스터블과 터너의 풍경화 14. 저기 흘러가는.... - 부댕 <흰 구름, 파란 하늘> 15. 위대한 눈 - 모네 <파라솔을 든 여인> 16. 모든 것은 스쳐지나간다 - 드가 <압상트 주> 17. 움직이는 정물 - 세잔 <사과, 유리잔이 있는 정물> 18. 세기말의 문학과 미술에 나타난 팜 파탈 이미지 - 로제티 <레이디 릴리트> 19. 꽃보다 아름다운 꽃병 - 에밀 갈레 <목이 긴 병> 20. 당신이 보는 것은 과연 진짜인가 - 르네 마그리트 <못 박힌 시간> 21. 사각형 속에 길을 잃다 - 에드워드 호퍼 <햇빛 속의 여인> 말하는 풍경 도판 목록 |
Choi Young Mi,崔泳美
최영미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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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여신상들이 걸친 튜닉과 비슷한 형태인 마리아의 누더기는 오히려 그녀의 상대적 누추를 조롱하듯 강조하지요. 마리아의 빈약한 몸을 덮은 천조각은 <사모트라케의 니케>처럼 한창 물오른 여체를 감출 듯 드러내는 대신 한 많은 여인의 파산한 정신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누더기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려 주지 못하지요.
그녀는 두 손을 모아 밀고 있습니다. 마지막 혼신을 힘을 다해 비는 당신의 어린양을 하늘은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회하는 손은 아름답지요. 간절히 마주 닿은 두 손만 왜곡되지 않은 채 정상적으로 빚어진 건 하나의 계시입니다. 육체는 비록 망가졌으나 영혼은 온전할 수 있고, 아무런 흠 없는 완전무결한 육신보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인간을 하느님은 더 사랑하신다고 말하려는 듯이..... 여성성이 거세된 대신, 날개를 잃은 대신 그녀는 불멸을 얻었지요. 종교적 주제를 넘어 간곡한 휴머니즘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입니다. --- pp.3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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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의 귀 밑에, 목덜미에 반짝이는 하얀 점들을 보세요. 우리 눈에 다가와 부서지는 빛. 사랑의 빛이지요. 살아 있는 것의 눈부심, 설렘이여. 그림을 보는 지금 나를 숨막하게 하는 건 바로 그 시선입니다. 누군가, 언젠가 그녀를 쳐다보았겠지. 그토록 뜨겁게..... 그런 애틋한 시선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살아 있다는 것의 기쁨과 허망함이 내 안에서 교차됩니다. 아쉽고도 안타까운 순간이지요.
이 그림의 모델은 누구였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녀도 죽고 그도 죽고...... 오로지 화가의 따뜻하면서도 잔인한 시선만이 남아 있습니다. --- pp.87~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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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영미 시인의 신작 미술 에세이
『시대의 우울』(1997년) 후 5년 만에 내놓는 최영미 시인의 신작 미술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화가의 우연한 시선: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은 고대 이집트의 초상 조각에서 1960년대 미국회화까지, 서양미술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저자에게 깊이 각인된 거장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사색과 비평을 담고 있는 책이다. 시인의 섬세한 감성이 묻어나는 21편의 에세이는 예술가와 작품, 나아가 삶을 대하는 저자의 독특한 '시선'을 보여주는 지적인 산문들이다. 특히 화가의 삶과 작품 간의 유기적 연관성에 주목하는 저자는, 자칫 시선 밖으로 제외되기 쉬운 범속한 사물에조차 비평적 안목을 발휘하고 있다. 이 책은 두꺼운 미술사를 채우고 있는 각 사조에 대한 꼼꼼한 정보를 담은 분석적 비평서가 아니다. 관습적이고 무감각한 개념어에서 탈피한 비평 언어, 그리고 풍부한 시감과 미술사학도로서의 예리한 관찰력이 녹아 있는 저자의 글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차원의 미술 비평을 만날 수 있다. 유려한 문장으로 전해지는 뛰어난 감식안, 각 작품의 디테일까지 살려내는 섬세한 해설, 그리고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따뜻한 관조와 연민이 담긴 이 책에는, 작품 이해를 돕는 66컷의 생생한 컬러도판이 실려 있다. 2. 시인다운 감수성과 미술사학도다운 관찰력으로 읽어 낸 '명작을 보는 눈' 기원전 2천 년 전의 이집트 미술에서 시작하여 독자들과 대화하듯 삶과 작품에 대한 시선을 나누고 있는 저자는, 서양미술사의 명작들 속으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헬레니즘,르네상스,바로크,네덜란드 미술,19세기,20세기 회화에 이르는 서양미술사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인 미켈란젤로,카라바조,렘브란트,베르메르,들라크루아,컨스터블,모네,르네 마그리트 등의 삶과 작품 이야기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서양미술사 거장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점 외에도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은, 기존 미술 교양서에서 잘 다루지 않은 장르의 숨은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르네상스 작품인 〈막달라의 마리아〉(도나텔로, 1455년)나 매너리즘의 유일한 대표작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폰토르모, 1525/1526~1528년), 18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시장에서 돌아와서〉(샤르댕, 1739년), 19세기 아르누보 작품 〈목이 긴 병〉(에밀 갈레, 1898년), 그리고 1960년대 미국 회화인 〈햇빛 속의 여인〉(에드워드 호퍼, 1961년) 같은 작품들은, 낯설지만 명작을 만나는 흥분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저자는 이미 알려진 대표작을 제쳐두고 시인의 눈으로 다시 발견한 거장들의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대담한 색채대비로 유명한 낭만주의 작가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ux, 1798~1863)가 단조로운 흑백톤으로 그린 〈제니의 초상〉(1840년, 107쪽)을 포함시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3. 관습을 벗고 바라본 서양미술사 속의 편안한 울림들 서양미술사 속의 거대한 흐름들을 편안하고 조용한 울림으로 전하고 있는 목소리에서 우리는, 단단한 자의식의 틀을 벗어버린 저자의 여유 있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그녀의 변화를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지점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풍경화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서양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풍경화를 가장 좋아한다는 저자는, 전에는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의 〈톨레도 풍경〉(1595~1600년, 201쪽)처럼 으스스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모네나 터너의 눈을 시원하게 하는 풍경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유와 안정에 대한 저자의 동경은 19세기 아르누보의 유리공예가 에밀 갈레(Emile Galle, 1846~1904)의 생활공예작인 〈목이 긴 병〉(1898년, 171쪽)의 우아한 선과 색채를 접했을 때도 드러난다. 그녀는 이 화려한 꽃병 앞에서, '사치와 고요에 푹 잠기고픈 유혹'을 느끼며 넋을 빼앗기고 만다. 외광파 부댕(Eugene Boudin, 1824~1894)이 그린, 텅 빈 하늘의 여백에 다름 아닌 〈흰 구름, 파란 하늘〉(1895년, 129쪽)과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파라솔을 든 여인〉(1875년, 139쪽) 속에 표현된 대기와 바람과 햇살의 조화에서도 저자의 감탄은 이어진다. 어떤 심각한 사연도 사회적 메시지도 담겨 있지 않은, 전에는 달착지근하다고 멀리했을 법한 편안함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는 어디서 온 것일까. 여기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옛날엔 장식이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취미도 달라지더군요. 적당한 장식은 삶의 양념입니다. 옷도 우중충한 무채색보단 원색계열을 선호하고 밋밋한 벽에 작은 그림이라도, 진품을 복사한 포스터라도 걸고 싶더군요. 화병에 꽃도 꽂고…… 자신이 사는 공간을 소중히 여기고 꾸미는 건 나쁜 일이 아니죠. 아무튼 전 변했어요. 변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그 화사한 꽃병들이 눈에 띄었던 겁니다." ―173쪽 4. 거장들의 삶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작가 정신 저자는 끊임없이 자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는 도나텔로,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오노레 도미에 같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작가로서의 진지한 자기 반성과 응시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인생의 황혼 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모험을 감행'한 도나텔로의 작가 정신을 높이 사고 있다. 초기 르네상스의 거장인 도나텔로(Donatello, 1386~1466)는 장식적이고 세련된 미술을 선호하던 15세기 중엽에 69세의 나이로 자신이 과거에 이룩했던 성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작품에 착수한다. 당대의 대중적 정서와 너무나 다른, 파괴적이고 과격한 형태의 〈막달라의 마리아〉(1455년경, 33쪽)를 조각한 것이다. 페스트와 기아로 점철된 위기의 시대를 살며 목격한 죄와 구원의 이미지를 막달라 마리아의 몸을 빌어 나타낸 이 상은, '대중을 배반하고 자신조차 배반할 줄' 아는 진정한 예술가 정신 그 자체를 상징한다. 도나텔로뿐만 아니라 남성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그려졌던 유디트(아시리아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여 살해한 유대인 과부)를 근육질의 에너지 넘치는 여전사로 그려 냈던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에게 보내는 저자의 찬사도, '마르크스의 『자본론』 못지않게 19세기 유럽 노동계급의 열악한 삶을 고발하고' 있는 〈세탁부〉(1860~1861년, 115쪽)의 작가 도미에(Honore Daumier, 1808~1879)에 대한 저자의 부러움도, 언젠가는 오랜 침묵과 방황을 깨고 '나를 다시 쓰게 될 그날'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구의 표현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