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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한 벨기에 청년이 사회복지 공부를 마친 뒤 먼저 엠마우스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보고 싶다며 찾아왔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이름은 베르나르이다. 어느 여름, 엠마우스 공동체 작업장에서 그는 한 아가씨를 알게 되어 결혼했다. 그들은 모든 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후 베르나르는 갑자기 병이 들어 병원에 입원했다.
어느 날 아침 의사가 내게 말했다. "그는 가망이 없어요. 백혈병이 빠는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요. 나로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군요." 나는 의사에게 그 사실을 환자 부인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부인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고는 이렇게 넌지시 말했다. "환자에겐 얘기할 필요가 없겠어요. 그냥 편안히 놓아두세요. 곧 죽음이 닥칠 텐데, 고통이 거의 없어 알지도 못할 겁니다." 그러자 부인이 의사에게 한 마디 쏘아주었다. "당신이 무슨 권리로 그에게서 죽음을 훔치려 하는 거죠? --- <죽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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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불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은 그 무엇보다도 끔찍한 가슴 아픈 고통이다. 맹인이 된 한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공동체에서 하던 일이 내 삶의 유일한 가치였는데, 이제는 눈이 없어졌으니 더 이상 나는 타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되고 말았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자네에게 수프를 가져다 주는 친구에게 자네가 웃는다면 그 친구가 하루 종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셈 아닌가. 베풀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네. 자네의 기분을 베풀 수도 있으니 말일세."
--- ―<형제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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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사랑을 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없다. 인간이 자유로운 건 사랑을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하는 것은 우리가 줄 수 있는 것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소유자가 아니라 소유당한 자일 뿐이다. 홀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사랑할 것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이 선택을 해야 한다. ……홀로 만족하는 사람은 사랑을 모독한다. --- <사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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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이냐, 말이냐
자전적 기록인 『단순한 기쁨』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과 헌신의 삶을 일깨웠던 피에르 신부의 실천어록 『피에르 신부의 고백Confessions』이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죽음이 어서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아흔의 노사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실천하고 사유했던 글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새길 만한 구절들을 '사랑''형제애''죽음'이라는 삶의 가장 근본적인 주제별로 세심하게 엮은 책이다. 이 구절들의 진정한 의미는 피에르 신부가 행동으로 실천했기에 살아 있는 말이 되었다는 것이다. 피에르 신부에게 실천하지 않은 말은 그저 아름다운 수사에 불과하다. 인생의 길 끝자락에 다다른 피에르 신부의 삶에 대한 연륜 있는 통찰과 마음의 넉넉함이 배어 있는 이 책은 읽는 이들을 깊은 명상에 젖어들게 하는 내면의 글이며, 동시에 행동하고 참여하게 하는 도발의 글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이병률의 고요하고 맑은 풍경 21컷이 흑백의 이미지로 어우러져 평화와 박애의 메시지를 잘 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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