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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i Otsu,おついち,乙一,야마시로 아사코(山白朝子), 나카타 에이이치(中田永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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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다다미 위에 누워 어둠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자면, 이대로 꼼짝도 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가만히 있을까 싶은 순간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가만히,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변화를 몸으로 받아들여 따스해졌다가 식어 가는 것의 반복을 느끼는 게 전부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먹고 마시지 않아도 몇 년이든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쪼글쪼글한 노인이 되어 수명이 다하면 이윽고 잠자듯 숨을 거두는, 그런 조용하고 평화로운 소멸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p.19~20 계단 끝에 있는 어둠을 바라보며 상상했다. 그녀가 계단을 올라가 성큼성큼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그 뒷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처음에 그녀의 머리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상반신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계단을 올라갈수록 몸은 어둠 속으로 파고들다가 이윽고 마지막까지 보이던 발끝까지 완전히 어둠에 녹아든다. 아키히로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녀가 인간이 아닌, 아주 조금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세계에 살고 있는 생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p.90 뭔가가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사람일 것이다. 누군가가 조용히, 목소리는 물론이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이다. 미치루가 모르는 사이에 냉장고를 열고 식빵을 갉아먹고 있다. 가장 상상하기 어려운 가능성이기는 했으나, 무언가가 있다는 위화감과 함께, 주인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인간적인 의지가 느껴졌다. 그 인물은 좀 멍청한지도 모르겠다. 식빵을 먹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개수가 줄어들었다는 걸 당연히 알게 될 텐데. 아마도 그 인물은 미치루가 식빵 개수를 세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울하게 여기는 인생한 여자가 존재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 p.104 사랑스러움이 가슴에 가득했다. 그에게 경찰에 가도록 권하거나 신고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제 속으로는 그가 있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바로 조금 전인지, 아니면 스튜를 처음 만들어 주었을 때인지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줄곧 따스한 마음으로 그와 침묵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부엌 바닥에 멀거니 서서 깨달았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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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의 어둠 속에 누군가 찾아왔다.”
섬세한 음영을 자아내는 빛과 어둠. 오츠이치만의 슬픈 서스펜스. 교통사고로 앞을 볼 수 없게 된 채, 정적 속에서 홀로 살아가던 미치루의 고독한 어둠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들었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쫓기던, 폐쇄적인 성격의 아키히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 몰래 잠입한 아키히로와 앞이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는 미치루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눈치 채고 있으면서도 절대로 마주 보아서는 안 되는 기묘한 공간. 숨조차 쉴 수 없는 팽팽한 긴장,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마지막 순간 마주친 단 하나의 진실은? 무채색의 어조로 가장 섬세한 마음의 음영을 말한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애조 띤 투명함이 공존하는 귀재 오츠이치의 걸작 장편 소설! 혼자만의 어둠 속에서, 사람은 계속 누군가를 기다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관계의 두려움’을 완벽하게 그려 낸, 올해 최고의 심리 소설. 볼 수 없는 자와 보여서는 안 되는 자가 함께하는 적막하고 이상한 공간. 세상을 향한 눈을 차단당한 여자와 스스로를 세상과 차단시킨 남자,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그 어둠 속에서 그려진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어두운 한겨울, ‘고독’이라는 차갑고도 평온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소멸되고 싶어 했던 미치루. 시력과 함께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마저 잃고 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 한 그녀는 점차 세상에서 단절되어 간다. 언제나 세상이 낯설게만 느껴진 끝에 자기 쪽에서 세상을 ‘차단’하고 스스로 어둠 속에 침잠하려 한 남자 아키히로.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증오의 대상과 단 둘이 서서 차를 기다리던 전철의 플랫폼에서 어떤 사건을 겪은 뒤, 그는 미치루의 어둠 속에 도피한다. 그해 겨울은 그렇게 춥고 어두웠다. 눈앞에 있는 너의 존재와 마주치기 전까지……. 거기 숨죽이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둠, 그 깊은 간극에 희미한 빛이 비치는 순간. 혼자라고 느끼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고요한 회색 소나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