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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프롤로그 A. 수사 제1장 살인 제2장 수사 제3장 밴 다인 법칙 제4장 생략에 의한 거짓말 B. 재수사 제1장 끝없는 밤 제2장 거짓말쟁이의 패러독스 제3장 사실임직하지 않은 것들 제4장 이상적 살인범 C. 망상 제1장 교차로 제2장 망상이란 무엇인가? 제3장 망상과 이론 제4장 망상과 비평 D. 진실 제1장 커튼 제2장 진실 제3장 단지 진실만 제4장 그러나 모든 진실을 수수께끼 위에서 - 조지안 사비뇨 |
Pierre Bay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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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자, 내레이션과 독서에 관한, 그것의 한계와 위험과 망상,
특히 해석 망상에 관한 치밀한 에세이다. - 르몽드 발표하자마자 즉각 애거서 크리스티를 유명 작가로 만든 걸작 『로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처음부터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화자話者가 살인범으로 밝혀지는,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놀라움을 넘어 속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 최고의 추리소설. 이 독창적인 기법 덕택에 소설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의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1926년에 애거서 크리스티가 발표한 책을 왜 갑자기 들추어내서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라고 뻔히 알고 있는 질문을 던지는가? 지난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으로 독서 활동에 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독서, 즉 텍스트에 빠져들어 독자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리는 독서를 지양한다. 그는 특히 독자의 주관성에 따라 무한히 유동적인 대상이 될 수 있는 문학 텍스트 앞에서 독자는 ‘창조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등장인물과 부분적인 대화로만 구성된 문학 텍스트가 낳는 세계의 불완전한 부분, 빠진 부분들을 독자가 저마다의 상상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완성하는 이는 독자요, 작품이 여는 세계를 다시 닫는 이도 독자라는 바야르는 이제 ‘창조적 읽기’의 훌륭하고 완벽한 예를 보여준다. 그것도 달리 읽어볼 수 없는 외길 독서를 요청하는 탐정소설을 대상으로 말이다. 많은 독자들은 이따금 픽션 텍스트를 읽은 후 모든 것이 다 이야기되지 않았다는 불유쾌하고 찜찜한 느낌을 갖곤 한다. 피에르 바야르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최고의 추리소설을 읽은 후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화자가 바로 범인이라는 기가 막힌 설정에 가려진 허점들을 지적하고, 명탐정 푸아로의 추리가 유효한지 재검토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는 얼토당토않고 황당한 논리와 상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와 푸아로에 맞서는 게 아니다. 엄밀함과 타당성이 생명인 추리소설이 그러해야 하듯, 흠결 없는 논리에 입각해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관련 자료들을 낱낱이 다시 살피며 치밀한 논리를 전개해간다. 그리하여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를 밝혀가는 이 책은 또 한 권의 추리소설의 성격을 지니는데, 피에르 바야르의 추리와 논리 전개의 바탕에는 ‘망상妄想’ 이론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즉 푸아로의 해법을 의문시하는 것은 곧 그것을 망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푸아로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추리 결과를 들려주었을 때, 그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셰퍼드 의사(화자)가 푸아로에게 퍼부은 것과 똑같은 비난을 그에게 퍼붓는 것과 같다. 잠시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흘렀다. 내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당신은 미쳤소.” 그러나 푸아로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니오, 나는 미치지 않았소.” 『로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중에서 저자에 의하면 푸아로는 자신이 미리 제기해둔 궁극적인 해답(예컨대 화자인 셰퍼드 의사가 살인범이라는 것) 망상에 사로잡혀, 새로운 정보나 사실, 그 사실들 간의 있을 법한 다양한 관계들을 통제하고 자신의 가설에 부합하도록 ‘해석’한다. 또는 자신이 설정한 가설의 견고함을 위협하는 의미심장한 사실이나 단서 등은 교묘하게 ‘배제’한다. 그래서 바야르는 겉으로 보기에 흠잡을 데 없지만 알아차리기 힘들게 비뚤어져 있는 푸아로의 이러한 논리와 과잉해석의 맹점을 검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료와 단서들을 재수사하여 가장 그럴듯한 진짜 살인범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이, 또 하나의 ‘망상적 독서’를 구성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즉 ‘명탐정 푸아로의 추리는 틀렸다. 진범은 따로 있다.’라는 망상에 따라, 푸아로가 행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자면 책에서 시종일관 세심하게 단서를 찾고 이런저런 사실을 해석하고, 추론을 하나의 조화로운 총체적 구조물로 구성해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추진해나가는 것이다. 피에르 바야르는 이렇게 어떤 망상을 구축해보려는 시도를 왜 하고 있는가? 바야르는 이것이 진정한 읽기의 토대 혹은 본성에 관해 다르게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가 읽은, 또는 읽고 있는 문학 텍스트들을 대상으로 의문을 품고 질문을 제기하며, 텍스트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를 탐험하는 재독再讀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바야르의 해석 망상에 따른 재독을 따라가 보자. 그는 단순히 『로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한 작품을 헤집는 것이 아니라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들-『로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발표된 지 40여 년이 지나 씌어진 『끝없는 밤』이라든가, 에르퀼 푸아로의 마지막 수사이자 푸아로 자신이 살인자가 되는 『커튼』을 비롯한 방대한 작품들-과 의미심장한 비교를 하고 자신의 논리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데, 자료의 방대함과 그 깊이가 무한해 보인다. 거기에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이론적 법칙과 정신분석학의 망상 이론을 토대로 철저하고 치밀하게 푸아로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진실을 밝혀갈 때에는, “에르퀼 푸아로는 알고 있소.”라며 우쭐대던 탐정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통쾌함까지 느껴진다. 바야르의 ‘다시 읽기’를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로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새로운 추리소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피에르 바야르가 말하는 ‘진정한 읽기’란 이런 것이다. 문학 텍스트는 독자마다 다르게 경험될 수 있으며, 읽을 때마다 새로워질 수 있음을 알아가는 것이다. 바야르는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에서 진정한 독서, 창조적인 독서의 한 예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이 책의 보너스와 같으며, 진범에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참을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 눈앞의 텍스트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해석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그 과정을 따라 텍스트 내부를 탐험하는 것, 그러한 ‘읽기’의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훌륭한 점이다. 다만 애거서 크리스티와 에르퀼 푸아로를 무한 신뢰하던 추리소설 애호가들은 낱낱이 드러난 허점에 대해 다소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한편 『바스커빌 가의 개 사건』을 놓고 피에르 바야르가 셜록 홈즈와는 또 어떤 흥미진진한 대결을 벌이며 ‘홈즈가 틀렸다’고 주장할지, 매우 기대가 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