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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PART 1 철학은 교양이 아니다 철학은 교양이 아니다 우리 철학엔 현장감이 사라졌다 우리는 쓸모있는 철학을 원한다 옛날 같지 않은 철학 철학은 과학의 시녀로 전락했는가 철학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 철학의 4분야 삶의 의미는 철학만이 말할 수 있다 철학자들은 이렇게 작업한다 - 존 롤스의 정의론 모든 철학은 사유 실험으로 이루어진다 현실은 철학의 고향이자 이상향이다 PART 2 철학은 삶의 숨소리다 우리의 일생은 유전자 안에 내장돼 있다 - 운명과 행복 둘은 그저 우연으로 맺어진 관계다 - 사랑과 섹스 겨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니다 - 화장과 패션, 성형수술 웃음에도 차이가 있다 - 우스개와 유머 인간은 일하는 동물인가 노는 동물인가 - 일과 여가 우리 앞에ㅡ불평등이란 없다 - 복권과 스포츠 하나라는 미명 아래 숨어있는 위험 - 국가와 통일 PART 3 이 땅의 철학이 우리의 철학이다 두 줄기 서양 철학이 이 땅에 흘러들다 고립과 외면으로 철학의 병을 자초하다 철학의 위기는 밥그릇의 위기였다 철학이 경쟁의 밖에 머물 특권은 없다 경쟁력은 현실 참여에 있다 주석 에필로그 부록 : 철학책 읽는 방법 |
卓石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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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한국 철학계는 대리전을 치루고 있다. 섬 밖에서 들어온 외국 철학이 이곳에서 서로 싸움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양 철학의 경우 영미 철학과 독일, 프랑스 철학과의 불화다. 독일과 프랑스를 친정으로 삼는 대륙 철학자들은 영국과 미국을 본거지로 하는 영미의 분석 철학을 말장난을 일삼는 사이비 철학으로 치부한다. 즉 철학도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비판은 수업 시간에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어떤 때에는 두 시간 내내 이런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럼 영미 철학 전공자들은 독일 철학이나 프랑스 철학을 어떻게 보는가? 관념적이고 사변적이어서 실제로는 전공자조차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학회에서는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돌아서서 모이면 이런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 p. 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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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복권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사행심을 조장한다거나, 노력하지 않고 횡재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거나 등등, 어쨌든 부정적 평가가 대체적이다. 하지만 복권이 단순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많이 팔리고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돈 때문에 사람들은 복권을 긁는 것일까?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복권이 자연적 불평등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치유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복권은 전적으로 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식도, 미모도, 성격도, 재산도 관계가 없다. 오로지 운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불평등이란 없다. 뭔가가 있다면 운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뿐이다. 그야말로 운이므로 불평등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주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당첨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지하철 담벼락에 껌처럼 붙어 서서 즉석 복권을 긁을 때의 삼매경, 희망을 잔뜩 안고 복권을 사는 순간에는 어떠한 불평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마치 원초적 상태에 있는 것과 같다. 아무런 차이도 없기 때문에 불평등도 없는 원초적 상황이 복권을 긁을 때의 마음의 풍경이다. 이런 이유에서 경제적으로 풍요한 유럽에서도 복권의 인기는 결코 수그러들지 않는다. 사회적 불평등을 상당히 해소한 사회라 하더라도 자연적 불평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복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 pp.199 ~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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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철학은 교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잘은 모르고 어렵지만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고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철학의 ‘교양주의’다. 교양으로서 철학, 누구나 알아야 할 철학, 하지만 살아가는 데 없어도 거의 지장이 없는 철학, 이것이 교양으로서 철학의 뜻이다.
… 나는 이런 목표에 반대한다. 즉 철학은 교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철학은 전문 지식이며 전문 기술이다. 교양이란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며, 있으면 조금 더 나아 보이기는 하지만 생활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 교양이 있어봐야 사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학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삶과 사회와 세계에 대한 전문 지식이며 가혹한 훈련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다. --- p.13 ~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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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_삶을 싱싱케 하는 철학자
2000년,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물으며 탁석산은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의 주체성≫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탁석산의 철학은 타성에 젖은 채 흘러가던 우리 철학을 전면 중단시키고, 도발적인 수정 사항을 내밀었다. 현실을 내팽개치고 꿈속을 거닐던 우리 철학으로 하여금 눈을 뜨게 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정체성과 주체성이라는 큰 테두리부터 바로잡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대로 철학이란 우리 삶에 스며 있는 ‘우리 것’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좀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이야기, 곧 우리 일상과 삶을 이야기할 차례다. ≪철학 읽어주는 남자≫는 바로 이러한 작업의 결실이다. 이 책에서 탁석산은 사랑, 섹스, 행복 등 우리 삶의 주요한 문제를 다루며, 우리네 현실과 멀어진 우리 철학을 진단하고 처방한다. 그러나 우리 철학에 대한 지난번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철학의 위기는 독자 탓이 아닌 철학자의 잘못이며, 우리 철학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없다는 지적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 탁석산은 잊혀진 ‘삶의 철학’을 되살림으로써 우리 철학과 우리네 삶 모두 싱싱하게 해줄 것이다. 주요 컨셉 삶을 잃어버린 철학 우리 주위의 철학책은 하나같이 어렵다. 내용도 우리 삶과 별 관련이 없어 지루하다. ‘존재’가 어떻고, ‘이성’이 어떻다는 식이다. 우리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며 운명과 죽음을 되새긴다. 왜 사람들이 로또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지도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복권을 얘기하는 철학책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복권뿐만 아니라 북핵과 관련한 남북문제도, 지방흡입술 같은 성형수술 얘기도, 가장 흔한 섹스 얘기도 없다. 우리 주위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데도 철학은 입을 굳게 다물고만 있다. 삶의 고민과 고뇌를 다룬다고 하면서도, 철학은 왜 우리 일상과 동떨어져 있는가? 철학은 교양이 아니다 탁석산은 철학의 ‘교양주의’를 우리 철학에 현장감을 사라지게 한 주범으로 지적한다. 많은 이들이 철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대충 걸쳐 입으면 ‘폼’이 나는 교양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1920년대 일본에서 건너온 이러한 편견은 우리 철학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에게는 암호문이나 다름없는 ≪순수이성비판≫ 같은 책이 버젓이 ‘교양서’로 둔갑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철학은 교양이 아니다. 누구나 셈을 하지만 아무나 수학자가 될 수 없고, 누구나 공을 차지만 아무나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철학도 고된 훈련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삶과 세계에 대한 전문 기술이자 전문 지식이다. 이러한 난해한 전문 지식을 아무런 여과 없이 내놓았으니 대중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리 없다. 아울러 ‘정신성’만을 강조하는 교양주의에 사로잡힌 철학이 우리네 삶을 얘기할 리는 더더욱 없다. 그 결과 우리 철학은 현실과 멀어졌고, 대중은 난해하고 지루한 철학을 외면했다. 대중에게 외면받는 철학이 제대로 발전할 리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금 철학을 현실로 돌이킬 수 있는가? 삶을 말하는 철학은 즐겁다 탁석산은 전문 기술자인 철학자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려운 물리학 공식을 모른다. 하지만 복잡한 물리 공식을 몰라도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휴대폰이나 퍼지 에어컨을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철학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삶에 필요한 철학이 나와야 한다. 일반 대중들이 직접 철학을 하는 게 아니라, 전문 철학자들이 대중들이 원하는 철학을 재미있고 쉽게 응용, 가공해서 내놓아야 한다. 전문 철학자인 탁석산 역시 직접 이러한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행복, 운명, 사랑, 섹스, 성형수술, 유머, 복권, 스포츠, 통일……. 이 책은 우리 삶과 맞닿은 철학 이야기로 가득 하다. 오랫동안 잊혀진 삶의 철학을 부활시켰다. 중요한 건 우리 삶과 일상을 얘기하기에 그의 철학이 즐겁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원하고 듣고 싶던 철학을 보여주니 유쾌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을 말하는 철학은 즐겁다. 즐거움은 철학의 영원한 파트너다 이러한 삶의 철학은 Part 2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우리 삶에서 자주 부딪히는 15가지 대표적인 주제를 골라 살펴본다. 그에 앞서, Part 1에서는 왜 철학이 삶과 멀어졌으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간다. 교양주의의 기원을 알아보고, 과학과 철학의 차이를 논한다. 아울러 철학이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식으로 철학자들이 일하는지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Part 3에서는 우리 철학계의 현황과 전망을 집중 조명한다. 외국 철학에 연연하지 않고 건전한 비판과 경쟁이 활발해지는 철학, 대중과 현실의 요구를 귀담아듣는 철학, 전문 철학 연구소와 철학 저술가가 생동하는 철학을 얘기한다. 탁석산은 우리 삶과 우리 철학을 주제로 마음껏 개인기를 펼쳐 보인다. 이미 두세 권의 책에서 짤막한 개인기로 준비 운동을 끝낸 한 노련한 철학자의 무르익은 기량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움은 철학의 영원한 파트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