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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부채
작품해설 작가연보 |
李炳注, 호: 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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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가치로 반짝이는 나림(那林) 이병주의 문학이 다시 빛을 발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전 생애가 걸쳐 있어 한평생 소란스러운 삶을 살다 1992년 타계한 작가 이병주. 마흔네 살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문단을 두드린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지난했던 과거의 경험과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엄청난 필력을 자랑하며 한국의 발자크로까지 불렸다. 하지만 그가 발표한 수많은 작품에 대한 문단의 평가는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와 가치의 무게에 비해 대단히 가혹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날 서울대 김윤식 교수와 경희대 김종회 교수가 주축이 되어 이병주 문학 다시 보기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남 하동에 이병주 문학관을 설립하고 이병주국제문학제와 같은 관련 문화 행사를 마련함과 동시에 그의 미완성 유작 『별이 차가운 밤이면』을 발굴해 출간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쉽게 넘겨보아서는 안 될 이병주의 기존 작품들을 그 개성 그대로 하나하나의 그릇에 담아 곱씹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병주의 데뷔작인 『소설·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해 『쥘부채』, 『박사상회|빈영출』을 각각 한 권에 책에 담고 서울대 김윤식 교수, 경희대 김종회 교수의 해설을 곁들여 펴냈다. 역사적 비극과 개인의 고통이 마주친 자리를 보듬는 뛰어난 작가적 시선 「쥘부채」는 1969년 월간《세대》에 실렸던 단편소설로, 이병주가 지닌 작가적 상상력과 감수성의 폭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작품이다. 비상조치법 위반으로 형무소에 수감되어 결국 유명을 달리한 두 남녀의 사랑, 이것의 배경이 된 부조리한 시대의 아픔, 당시 젊은이들의 고뇌, 방황 등이 쥘부채라는 작은 소품을 통해 한데 어우러진다. 문학을 통해 역사의 산맥이 아닌 역사의 골짜기를 섬세하게 그려내고자 했던,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이 아닌 역사의 파도에 부딪쳐 표류하는 개개인의 모습을 대변하고자 했던 이병주의 날카로운 시선이 더욱 돋보인다. 대다수의 소설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병주의 소설은 간략하게 정돈하기 어려운 많은 사유와 소재와 이야기의 굴곡을 거느리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한국 근대사의 질곡에 잇대어 놓고 있다. 주인공 여성의 ‘비상조치법 위반’이라는 죄목에서도 쉽게 드러나듯이 이 소설의 배경에는 민족 간의 분쟁과 분단의 비극이 점철되어 있으며, 그러한 사회적 상황이 한 쌍의 연인의 사랑에 치명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것이 동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에게도 감정의 이입이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다른 단편 작품들, 「박사상회」나 「빈영출」등에서는 해학과 풍자를 통해 사회와 시대를 담아냈다면 이 작품에서는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고 있다. 각각의 작품마다 때로는 해학적으로,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처절한 슬픔으로 시대를 담아낼 수 있는 것 또한 작가 이병주의 탁월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병주의 「쥘부채」는 작가의 전체적인 작품세계를 압축해 놓은 하나의 매뉴얼과도 같다. 1969년 《세대》에 발표되었으니, 늦깎이 작가의 초년병 시절이다. 단편으로서는 약간 길고 중편으로서는 좀 짧은 분량 속에, 그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성격들이 모두 요약되어 있는 형국이다. 체험의 역사성, 이야기의 재미, 박학다식과 박람강기, 지역적 특성 등이 저마다의 빛깔로 웅크리고 잠복해 있는 가운데로 시대사의 질곡에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두 젊은이의 사랑과 그 원념이 화살처럼 꿰뚫고 지나간다. 작품 해설 중에서(김종회 경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