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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밤바다
황당한 꿈도 이루어진다 2년 차 기자의 칼럼〈지하수〉 독서와 시심… 나의 작은 연장 “서울로 가야겠다” 상경전후 2부 홀로 가는 배 깊이도 모른 채 뛰어든 편집의 바다 밟아도 안 터지는 지뢰밭의 1년 정예 외인부대,〈세계일보〉로… 〈동아일보〉, 그 시련의 땅 뿌리도 덜 내린 나무를 흔드는 바람 3부 폭풍경보 매수 협박, 그리고 스며드는 연탄가스 비극을 잉태한 ‘유신독재의 완성’ 疾風知勁草, 몰아치던 바람아 구름아 行路難, 行路難, 믿음과 갈등 4부 지상에서 살다 간 별무리 산이 무너지네, 거목이 부러지네 저문 거리 떠도는 고래떼 편집 사천왕, 뛰어난 네 사람의 편집기자 그 ‘남산’의 기억 언어의 연병장, 감성의 무도회 나의 양생법 … 대가를 지불하라 · 후기묻어두고 가더라도 억울할 것도 없는 그러나 뜨거웠던 날들을 엮어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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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의미를 촌철살인의 언어로 가려 뽑는 문사(文士)이기를 원했지만 시대의 어둠에 저항하는 투사(鬪士)의 삶을 병행해야 했던 〈동아일보〉 권도홍 전 기자가 자신의 20년 기자생활을 ‘자전(自傳)’의 형태로 감칠맛 나게 담아낸 신간《날씨 좋은 날에 불던 바람》(나남)을 냈다. 저자는 1955년 대학 중퇴자 신분으로 〈부산일보〉에 입사, 75년 〈동아일보〉 자유언론수호투쟁 사건으로 해직되기까지 만 20년을 신문 편집에 장인정신을 불어넣고자 했던 열정적인 기자였다.
권 기자의 장인정신과 고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1969년 삼선개헌안 사건. 서슬 퍼런 유신정권이 민의를 거스르고 밀어붙인 삼선개헌안에 대해 다른 모든 신문들은 ‘변칙 통과’라는 제목으로 뽑았지만 권 기자는 ‘변칙 처리’라는 제목의 1면 반절짜리 먹컷을 뽑았다. 기자의 양심상 법리적 합법성을 의미하는 ‘통과’라는 단어를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처리’나 ‘통과’나 그게 그것이라는 생각이 있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제목에 대해 회사는 물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중정)까지 압력을 넣었지만 권 기자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또 중정이 삼선개헌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6면 지면 전체를 통째로 사 기사를 가장한 광고를 밀어넣은 것에 항의해 1면 지면안내를 통해 해당면이 ‘전면광고’임을 독자들에게 알린 것은 편집기자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자 책무였다. 〈부산일보〉에서 출발해 〈한국일보〉 〈세계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을 거친 저자의 이력은 당대를 주름잡던 명필가, 대기자들과의 교우 기간이기도 했다. 김중배 기자나 천관우, 조강환 기자 등과의 인연을 서술하는 대목은 독자들에게 ‘현재 우리 사회에 절실한 기자의 역할과 모습’을 고민하게 한다. 사람 욕심에서는 쌍벽을 이루는 〈조선일보〉 방우영 사장, 〈한국일보〉 장기영 사장과의 인연도 흥미롭다. 유능한 인재를 끌어가려는 메이저 신문사들의 물밑작업은 ‘결국 신문은 사람 장사’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권 기자의 편집기자 생활 20년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무엇보다 그의 감칠맛 나는 글솜씨에서 배가된다. 소동파의 전·후 〈적벽부〉 전문을 외는 등 웬만한 고전을 모조리 섭렵한 저자의 광적인 독서 편력은 책 곳곳에 적절하고 날카로운 인용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30여년 전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편집기자’라는 직업에 열과 혼을 다했던 저자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편집의 레이아웃이 바뀌고 작업시스템이 진보했다 하더라도 일의 핵심은 그 기본에 있기 때문이다. 편집기자의 위상과 역할이 날로 축소되는 이 때에 저자의 고집스러운 편집기자 외길은 많은 울림을 준다. 독자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이루고자 했고 결국 이뤘던 한 인간의 도전기를, 어두운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한 사회인의 초상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자로 출발하던 시기의 이야기는 1부 밤바다에 담겨있다. 첫 꼭지 제목은 “황당한 꿈도 이루어진다”. 대학 졸업장도 없이〈부산일보〉에 찾아간 소년티의 청년이 기자가 되는 과정이 남다르다. 2부 홀로 가는 배는 본격적인 편집기자 시절의 이야기다. “밟아도 안 터지는 지뢰밭의 1년”에서는 “성격이 불같아 걸핏하면 화차처럼 경고 기적을” 울리던〈한국일보〉장기영 사장 아래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3부 폭풍경보는 제목 그대로다. 유신독재시절, 기사의 경중을 판단하고 제목을 결정하는 편집기자였던 저자의 ‘편집권’ 사수를 위한 고분분투기다. 4부 지상에서 살다 간 별무리에는 당대의 인물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목 천관우, 술을 고래처럼 마시던 고래떼(술고래 기자들이다. 물론 저자도 그 중 한 명이다), 뛰어난 네 사람의 편집기자들, 그 외에 저자가 만났던 다양한 기자군상까지 인물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