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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생전 (성현)
주생전 (권필) 하생기우전 (신광한) 월단단 (서거정) 이생규장전 (김시습) 만복사저포기 (김시습) |
鄭吉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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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 년 전, 최초로 선보인 삼각관계 러브스토리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작품은 15세기와 16세기에 한문으로 창작된 애정소설들이다. 이 작품들은 애정소설의 범위를 넘어 16세기까지의 우리 소설 전체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신라 말 고려 초 무렵부터 창작되기 시작한 우리 소설이 활짝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 바로 15세기와 16세기이다. 김시습의 걸작 『금오신화』를 시작으로 권필의 「주생전」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 우리 소설의 주류는 단연 애정소설이었고, 이 시기 애정소설의 대표작들은 거의 한결같이 높은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다.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 빼어난 애정소설이 연이어 등장함으로써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 수준 또한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7세기 이후 여러 갈래의 소설이 등장하여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며 소설사를 다채롭게 만든 공로는 바로 이 책에 수록된 소설 작품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千년의 우리소설’ 제1권 『사랑의 죽음』에 실린 17세기와 18세기의 애정소설들과 이 책에 실린 15세기와 16세기의 애정소설들이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 「주생전」은 석주 권필이 지은 소설이다. 권필은 허균과 조위한 등 당대의 대표적 문인들과 가깝게 지냈다. 풍자시에 능했는데, 광해군 초기 외척의 방종을 풍자한 시를 지었다가 유배형을 받고 귀양가는 도중에 생을 마쳤다. 「주생전」은 중국의 이름난 애정소설을 도처에서 패러디하는 등 동아시아 애정소설의 전통을 잘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반면에 남녀의 삼각관계를 스토리 전개의 주요한 계기로 삼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우리 소설사에서 남녀의 삼각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삼각관계의 구현을 통해 「주생전」은 우리 애정소설이 견지해 오던 일대일의 남녀관계라는 일반적인 틀을 허물고 새로운 작품세계를 만들어 냈다. 「주생전」은 앞선 시기의 단편소설에 비해 분량이 꽤 확장되어 있다. 전반부에 놓인 주생과 배도의 사랑, 후반부에 놓인 주생과 선화의 사랑이 결합된 결과, 작품의 길이가 중편 분량으로 늘어났다. 「주생전」 이후 「최척전」, 「운영전」 등 작품 분량이 확대된 중편 애정소설이 속속 등장하는데, 이들 작품은 모두 양적 확대에 따른 주목할 만한 질적 변모를 보여 준다. 세부 묘사가 강화되고 인물 성격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며 주인공 외의 보조적 인물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점 등을 그 변모 내용으로 들 수 있는데, 「주생전」은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신광한의 「하생기우전」, 서거정의 「월단단」, 성현의 「안생전」,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등 5백 년 전 남녀의 사랑을 다룬 대표적인 소설을 수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