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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베네치아 지도
I II III IV V VI VII VIII 옮긴이 해제 알프레드 드 뮈세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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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포의 집은 에스클라본 선착장에 있었다. 나니 대저택과 멀지 않은 소운하 모퉁이에 있는 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두운 소운하 안쪽에서 곤돌라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공은 장막 뒤에서 보이지 않고 뱃노래만 들려오는 그 가녀린 배는 납작한 노로 화살처럼 빠르게 물결을 가르며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갔다. 석호와 운하를 나누는 다리 아래를 지나는 순간 곤돌라는 멈췄다. 귀태가 흐르고 가냘픈 몸매의 한 여인이 곤돌라에서 내려 선착장 쪽으로 향했다. 집에서 내려온 피포가 망설이지 않고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당신인가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대답 대신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를 따랐다. 집안의 그 어떤 하인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들은 한마디 말도 없이 발끝 걸음으로 문지기가 잠들어 있는 안쪽 회랑을 가로질렀다. 젊은이의 방으로 들어오자 부인은 소파에 앉았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그녀는 곧 천천히 마스크를 벗었다. 피포는 도로테아 부인이 그를 속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진정 자신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름 아닌 도나토 행정장관의 과부이자 두 명문가의 상속녀인 베아트리체 도나토였다. --- pp.45~46
「티치아노의 아들」에 등장하는 피포 또한 롤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 볼 수 있는 인물로서, 아버지로부터물려받은 유산뿐만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재능까지 스스로 파기하고 “죽을 때까지 게으름을 고귀하게 여기는 삶”을 산다. 그리고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을 선택한 이상 가문의 영광이나 예술은 한낱 ‘광대놀음’에 불과하다고 천명한다. 뮈세는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19세기 낭만주의를 관류하고 있는 병적(病的) 성향, 즉 자신이 파리와 베네치아를 오가면서 실제로 경험한 ‘세기병’(mal du si?cle)을 투영한다. 세기병은 지나치게 예민한 감수성과 상상력에서 오는 고독감,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와의 단절된 의식, 그리고 이러한 의식에서 비롯된 우수와 불안”을 기저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독감과 불안은 가늠할 수 없는 정열을 품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고독하고 더욱 불안하다. --- pp.91~92, 「옮긴이 해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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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같은 운하의 도시에 은밀히 싹튼 사랑 그리고 예술!!
티치아노의 아들, 그의 사랑과 예술 소설의 배경은 16세기 베네치아, 주인공은 16세기 이탈리아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티치아노(Tiziano Vecellio)의 (가상의) 둘째아들 피포다(티치아노에겐 실제로 아들 오라조가 있었으나, 부자는 전염병으로 몇 주 간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에게 막대한 유산과 화가로서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이지만, 그림은 그리지 않고 밤마다 도박과 무도회에서의 시시덕거림으로 젊음을 낭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은밀한 선물(정성들여 수놓인 주머니)이 전해진다. 베네치아의 거미줄 같은 수로 사이에서 선물을 보낸 이의 정체는 비밀에 붙여지고……. 호기심이 깊어질수록 피포의 삶 역시 이전과 같은 것일 수 없다. 미지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피포는, 그녀에게 사랑의 소네트를 보내 마음을 얻어 드디어 그녀를 만나고 만다. 여인은 베네치아 최고위층의 미망인 베아트리체. 그렇게 고결한 귀족 여인과 방탕한 예술가의 금지된 사랑은 시작되고, 베아트리체는 사랑뿐 아니라 피포의 재능까지 얻고자 한다. 그렇게 두 연인 사이의 시소 게임은 시작되고……. 뮈세와 조르주 상드의 실제 사랑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소설 『뮈세의 베네치아』에 수록된 단편소설 「티치아노의 아들」에는 뮈세(Alfred de Musset, 1810~1857)와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의 실제 연애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재기 넘치는 22세의 시인 뮈세는 프랑스 낭만주의자 위고의 문학클럽에 속해 있었으나, 점차 대중을 교화하려는 위고의 문학적 입장과 궤를 달리하여 문단에서 소외당하기에 이른다. 그는 ‘상상된 낭만’에 대한 글쓰기를 넘어서게 할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스물아홉의 나이로 파리에 상경한 조르주 상드와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1833년 뮈세와 상드는 만난 지 한 달 만에 연인이 되고, 곧 베네치아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은 정작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전업작가를 목표로 한 상드는 거의 강박적으로 소설 쓰기에 몰두하기 시작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연인 뮈세도 방치한 채 하루 1리터의 우유만 마시면서 계속 글만 써댔다고 한다. 처음에는 뮈세 역시 상드 곁에서 시를 쓰기도 했지만, 이내 그러한 상황에 지쳐버리고 만다. 격렬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 매순간 가장 강렬한 삶과 사랑, 그리고 고통과 환희를 감내해야 했던 철부지 뮈세에게 ‘적절한 시간 배분’에 의한 사랑이란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연인이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길 바라는 베아트리체에게서는 ‘작가로서’ 고군분투하는 상드의 모습이, 인생에서 오직 사랑과 행복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피포에게서는, ‘시인’ 뮈세의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