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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의 시칠리아 여행지도
시칠리아 옮긴이 해제 기 드 모파상 연보 |
Guy de Maupas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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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진주인 이 섬은 관례적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지방도, 알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도, 이탈리아처럼 매우 고상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있는 곳도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관점에서 시칠리아는 여행자들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칠리아의 자연적 미와 예술적 미가 주목받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곡창이라고 불리는 이 땅이 얼마나 비옥하고 활기찬지 알고 있다. 마치 아름다운 처녀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그녀를 소유하고자 서로 싸우고 죽이는 수많은 남자들의 격렬한 욕망처럼 여러 민족들이 번갈아 이 땅을 침략하고 점유했을 정도다. 이곳은, 스페인이 그러하듯이, 오렌지나무의 고장으로 봄에는 그 꽃향기만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매일 밤 바다에서,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인 에트나 산이 거대한 불꽃을 피워올리는 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꼭 보아야 할, 세상에서 유일한 땅인 이유로 섬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하고 신성한 하나의 박물관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 pp.11~12 고딕풍의 대성당 안에 들어가면 엄숙한, 아니 거의 슬픈 감정을 느낀다. 규모는 웅장하고 위엄이 서려 있지만 매혹시키지는 않는다. 이곳에서 우리는 색채가 형태들의 아름다움에 첨가하는 거의 관능적인 무언가에 감동받고 사로잡힌다. 빛이 들어오지만 어두운 이 성당을 설계하고 건축한 사람들은 분명히 독일이나 프랑스 성당의 건축물과는 아주 다른 종교적 정서의 이념을 지닌 것 같다. 그들의 특별한 재능은 그토록 경이롭게 장식된 중앙홀 안에 햇빛이 들어오게 하는 것을 불안해했다. 즉 빛이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전혀 볼 수 없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벽에 스며들거나 신비하고 환상적인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들어오도록 해서, 성벽 그 자체가 빛이 되거나 사도들이 사는 거대한 황금빛 천국이 되는 방식으로 중앙홀의 채광이 이루어지도록 신경을 썼다. --- pp.16~17 모파상의 시칠리아 여행기는 ‘아트 맵’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시칠리아의 풍광과 건축물들을 보며 천혜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유럽 본래의 예술세계를 더듬는다. 에펠 탑으로 나타나는 문명의 오만과 속물성을 혐오하면서, 시칠리아에 보존된 유럽 예술의 참 모습을 새삼 부각시켜 나간다. --- p.79, 「옮긴이 해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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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악마가 함께 머무는 신성한 건축박물관
모파상, 쪽빛 지중해의 화산섬 시칠리아를 가다 집안 내력인 신경계 통증으로 인한 마비 증상, 그리고 그에 따르는 우울증을 앓던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지친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요트 ‘벨 아미’ 호를 타고 지중해 여행을 떠난다. 지중해의 쪽빛 바다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우뚝 솟아 난 화산섬, 시칠리아는 그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고대 이래로 그리스부터 독일, 프랑스, 스페인까지 수 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고 낙후된 땅.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자 부득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병을 두었고, 그로 인해 마피아의 본거지가 되었던 지역. 하지만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독창적인 예술성을 발휘했던 예술의 보물창고 시칠리아. 그들은 다양한 문화적인 원류에 독특한 상상력을 결합하여 시칠리아 양식을 창출해 냈다. 산 위에는 성스럽고 평온한 신전과 성당들이 자리하고, 화산섬 특유의 화구와 용암이 휩쓸고 간 풍광은 마치 지옥과도 같아 모파상은 이곳을 ‘신과 악마가 함께 머무는 땅’이라 부르면서, 또한 아름답고 신성한 ‘건축박물관’이라고 찬탄해 마지않는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적인 미를 겸비한 팔레르모에서는 노르만 왕조의 고딕 성당의 웅장함에 빠져들고, 몬레알레에서는 순수하고 평온한 성당의 기운 속에서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시칠리아 전역에 즐비한 수도원들의 모자이크와 예술적인 건축양식을 탐닉한다. 또 유황천국인 불카노 산을 등정한다거나 죽은 이를 미라로 만들어 전시하는 카푸친회 수도원의 괴기스러운 지하묘지를 방문하는 대목은 이 여행기에 기기묘묘한 흥미를 더해 준다. 문체의 단순함 너머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모파상의 여행기는, 가장 특징적인 감각을 선택하면서도 문체의 단순함과 뛰어난 절제로 삶 자체의 움직임과 색을 포착하려고 한 데서 그의 작품과 한 줄기를 이룬다. 그에게 작가의 목표는 독자들을 재미있게 감동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 내부에 깊이 감춰져 있는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이해시키는 데 있었고, 그것은 이 여행기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이 경험하고 느껴보지 않은 것은 절대 완벽하게 묘사할 수 없기나 한 듯이 그는 여행을 떠났고, 떠난 만큼 썼다. 긴 호흡으로 대상을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문체, 그리고 홀연 자기 자신을 되찾듯이 새로운 대상으로 시선을 돌리는 데서 관조적이면서도 순간순간 영혼을 확장하는 그의 지적인 힘과 간결한 언어의 여운이 느껴진다. 이러한 여행을 해 나가면서 모파상의 심미안은 건강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뭉근하게 풍겨 주는 시라쿠사의 비너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무조건 새로움만을 추구하던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에 염증을 느껴 떠난 시칠리아에서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미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다시 발견한 모파상의 이 여행기는 인간의 영혼이 지닌 아름다움과 창조성에 대한 재인식과 분발을 촉구하는 안내서이자, 우리의 심미안을 계발시켜 주는 ‘아트 맵’(art map)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