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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거인’의 갠지스 강 여행지도
강철거인 첫번째 여정 팔구 강의 순례자들 바라나시에서의 몇 시간 알라하바드 고통의 길 옮긴이 해제 쥘 베른 연보 |
Jules Ve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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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떠오를 무렵, 인도 수도의 최악의 변두리인 이곳에서, 두 줄로 두텁게 늘어선 구경꾼들 사이로 기묘한 행렬-후글리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놀라운 기계에 이름을 붙인다면-이 헤쳐 나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이 행렬의 유일한 추진체인 키 20피트, 앞뒤?좌우 폭이 30피트인 거대한 코끼리가 고요하고도 신비스럽게 나아가고 있었다. 코끼리의 코는 반 정도 구부러져 있었으며, 하늘을 향한 코의 끝부분은 거대한 풍요의 뿔(제우스의 유모인 산양신의 뿔로서 풍요의 상징)과 같았다. 모조품같이 생긴 두 대의 금빛 상아는 커다란 턱 밖으로 위협적으로 솟아 나와 있었다. 괴상하게 얼룩진 짙은 녹색의 몸통 위로는, 화려한 색깔의 풍성한 휘장이 펼쳐져 있었다. 금색과 은색의 투명한 꼬임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달걀 모양의 끈으로 된 술 장식이 휘장 둘레에 둘려 있었다. 등에는 인도식의 둥그스름한 돔 모양으로 둘러싸인 잘 장식된 일종의 망루가 있었는데, 그 내벽엔 배 선실의 둥근 창과 비슷한 렌즈 모양의 유리가 끼워져 있었다. 이 코끼리가 끌고 가는 것은, 두 개의 거대한 객차, 혹은 가운데 부분과 테두리가 조각된 네 개의 바퀴 위에 각기 얹혀져 움직이는 방갈로와 같은 진짜 집 두 채였다. 밑부분만 볼 수 있는 바퀴는 이 거대한 운송기계의 토대를 반쯤 감춘 원기둥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변덕스러운 회전에 알맞게 연결된 고리는 첫번째 집을 두번째 집과 연결시키고 있었다. --- pp.1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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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거인’을 타고 갠지스 강을 거슬러 오르다
쥘 베른의 여행기보다 더 여행기 같은 여행소설 ‘경이의 여행’(Voyages extraordinaires) 시리즈로 지금도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의 공상과학 모험소설. 1879년 출간된 『스팀하우스』(La Maison a vapeur, 1879)라는 장편소설에서 갠지스 강을 여행한 부분만 뽑아서 옮긴 작품으로, 퇴역한 영국군 대령 먼로 일행과 프랑스인 화가 모클레가 코끼리 형상을 한 증기기관차 ‘강철거인’을 타고 인도 문명의 젖줄 갠지스 강을 거슬러 북인도 지역을 여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캘커타에서 시작된 여행은 갠지스 강을 따라 비하르·바라나시·알라하바드 등의 힌두교 순례도시들을 거쳐 간다. 모클레에게 수많은 종교와 신들이 존재하는 인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다양한 종교 유적지를 방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서, 각 도시의 사원들을 방문함으로써 석가모니·비슈누·브라마·시바 등의 신들에 대해 알게 되고, 순례자들이 행하는 예배의식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여 상세하게 보고한다. 또한 힌두교에서 매우 신령한 동물인 코끼리 모양의 증기기관차 때문에 흥미로운 사건이 여러 번 벌어진다. ‘강철거인’이 지나가는 곳마다 숨죽이고 바라보는 인도 사람들, 코끼리에 깔려 죽는 것을 영광스럽게 여긴 맹신자(盲信自)들이 ‘강철거인’이 지나가려는 길 한복판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 장면 등은 숭배의 대상인 코끼리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절묘하게 조우하여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게 하는, SF소설의 원조 쥘 베른의 번득이는 상상력이 엿보이는 대목으로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19세기 인도 상황의 생생한 재현 이 책은 단순한 모험소설을 뛰어넘어 19세기 당시 식민지 인도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강철거인’의 주인 먼로 대령이 세포이 항쟁으로 아내를 잃게 된 끔찍한 사연이 모클레의 여행기와 나란히 전개되기 때문이다. 세포이 항쟁(1857~1858)은 영국 동인도회사에 고용된 인도인 병사들(세포이들)이 영국의 인도지배에 저항하여 일으킨 반란으로서, 텍스트 속 인물인 먼로 대령은 이 항쟁을 이끈 실존인물인 나나 사히브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이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나나 사히브는 이미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먼로 부인과 200여 명의 유럽인들이 학살당한 칸푸르의 추모 장소를 방문한 ‘강철거인’ 일행들이 “칸푸르를 기억하라”는 문구를 바라보는 것으로 책은 결말을 맺는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화자 모클레는 영국의 식민정책과 인도의 현실, 그리고 인도 문명에 대해 균형감 있는 시선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먼로 대령의 복수심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인도인들의 고통을 살피기보다는, 세포이 항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양상인 셈이다. 과학기술이나 산업의 발달에 대한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던 쥘 베른 역시 유럽인으로서 태도, 즉 오리엔탈리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작품이 쓰인 19세기 후반, 제국주의적 식민 지배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겼던 유럽인들의 사고를 고려해 본다면 쥘 베른의 이러한 시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그것이 문화사적으로 이 텍스트의 의미를 분명하게 한다. 이렇듯 이 작품은 상상력의 측면에서, 사회?역사적 시각에서 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모험소설의 고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