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자전적 에세이
1. 지적 생활의 즐거움 2. 백장미와 2월 22일 3. 이 각박한 세상을 4. 《역사를 위한 변명》 5. 법률과 알레르기 6. 대학의 정신과 대학의 축제 7. 도스토옙스키의 범죄 사실 8. 당신은 친구가 있는가 9. 도봉정화 2부 이병주 문학론 10. 사상과 이데올로기 11. 이데올로기와 문학 12. 문학이란 무엇인가 13. 유머론 서설 14. 문학의 이념과 방향 15. 《죄와 벌》에 관해서 16. 글을 쓴다는 것 17. 문학의 고갈 18. 내 작품 속의 여인상 |
李炳注, 호: 나림
이병주의 다른 상품
金允植
김윤식의 다른 상품
Jonghoi Kim,金鍾會
김종회의 다른 상품
|
대학 시절에 할 일도 많겠지만 만사 제쳐놓고 책 읽는 버릇과 책 읽는 재미를 익혀두도록 하라. 그렇게만 되면 이 세상에 태어난 최저한도의 보람은 찾은 셈이 된다. 잘만 하면 최대한의 보람의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재미만 익혀두면 어떤 궁지에 빠지더라도 결정적으로 불행하게는 안 된다. 최악의 인간이 될 까닭도 없다. 동해로 고래 잡으러 갈 때도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고 있으면 고래 잡는 흥미와 재미는 세 배, 아니 서른 배나 더 될지 모른다. ---p.34
문학은 보다 인간적인 진실, 나아가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이란 뭣일까, 이에 이르는 지혜가 무엇일까 하는 점에서 불도와 합일한다. 설혹 문학이, 인간의 행복은 끝끝내 불가능한 것이라고 증명할 경우에 있어서도 행복에의 동경을 포기할 수 없을 때 불도의 테두리 안에 있게 되는 것이다. ---p.107 나는 이 각박한 정신의 풍토를 문학의 고갈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풍요하고 현란하며 깊고 넓은 문학의 개개가 사회의 각 영역 각 계층을 관류할 때, 정신은 옥야를 이룬다. 그 옥야에선 정쟁이 축제가 되고 권력에서의 탈락자는 자기 자신을 되찾았다는 안도감을 갖는다. (중략) 오늘날 우리나라의 문학이 일견 조촐해 보여도 문학이 아니고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인간의 기록, 인간의 진리를 담고, 어떤 정치 연설, 어떤 통계 숫자, 어떤 판결 이유보다도 짙은 밀도와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 생활의 인간화를 위해선 문학청년적 감상마저 아쉬운 계절인 것이다. 문학은 인생이 얼마나 존귀한가를 외우고 외치는 작업이다. 지구 위에 사십 수억 종의 인생이 있다는 것, 그 하나하나가 모두 안타까울 만큼 아름답다는 인식이며 표현이다. ---pp.193-195 |
|
이러다간 우리 집 강아지도 글을 쓰겠다?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난무하는 시대다. 전업 작가는 말할 것도 없고, 연예인이며 운동선수 할 것 없이 소설과 에세이를 쓰고 한 권의 책으로 낸다. 그뿐이 아니다. 출판계에 블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온라인 세계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그중 소수는 큰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이 세태에 다소 비판적인 한 혹자는 이러다 우리 집 강아지도 글을 쓰겠다고 나설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문학이 뭇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또 그만큼 가벼이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반짝하고 등장하여 주목받았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에 반해 이병주 문학은 그 궤도를 달리한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병주는 이제 고릿적이 돼버린 옛 작가다. 그럼에도 그의 글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밖으로 도드라져 다시금 재조명, 재발굴되고 있다.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사상과 문학, 철학과 문학, 정치와 문학, 역사와 문학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던 치열한 작가 정신 때문이다. 명화와 명곡이 동서과 시대를 개의치 않고 쉼 없이 감상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생과 문학이 만나다 이 작은 한 권의 책에 이병주 문학의 정신 기조라 할 만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1부의 자전적 에세이는 이병주의 극적인 인생 체험과 글 읽기, 또는 글쓰기가 만나는 지점을 말하고 있다. 가식 없는 솔직한 진술은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한 폭넓은 견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독자에게 문학과 인생의 의미에 눈을 뜨게 해준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에서는 이병주 문학 인생의 시초가 되는 독서 체험이 담겨 있으며, 〈백장미와 2월 22일〉 〈이 각박한 세상을〉은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세계와 역사 속에서 문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당신은 친구가 있는가〉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한 친구의 눈물겨운 우정을 전심으로 표현했고, 〈도스토옙스키의 범죄 사실〉은 작가 이병주에게 무한한 영감을 준 도스토옙스키의 극적인 인생의 한 토막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는 레지스탕스를 했다는 죄목으로 총살당한 프랑스 사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사관(~?을 통해 우리 민족의 비극적 역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슬픈 어조로 말하고 있다. 전후 좌우가 아닌 경계를 가로지르는 문학 2부의 이병주 문학론에는 문학을 대하는 자세와 신념이 담겨 있다. 〈사상과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와 문학〉에서는 사상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학인의 입장이 명명되어 있다. 역사의 격랑과 장난 같은 운명 속에서 문학의 위치가 어디여야 하는지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함으로써 분명하게 지정한다. 그 핵심을 다음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면 문학은 필연적으로 비굴하게 된다. 문학이 바다이면 이데올로기는 강줄기다. 문학이 이데올로기를 재단할망정, 이데올로기의 재단을 받아선 안 된다. 문학이 이데올로기를 가르칠망정, 문학은 정치까지를 포함한 인생을 상대로 하는, 어디까지나 활달해야 할 작업의 영역이다. …… 문학이 봉사해야 할 곳이 있다면 그것은 …… 오직 인간일 뿐이다.” 억압의 시대 한복판에서 전후겵쩔?살피며 어디로 나아야가 할지 고민했던 그는 결국 좌우도 전후도 아닌 대각선의 길을 택한다. 즉 문학인은 문학과 역사, 문학과 철학, 문학과 종교, 문학과 사상 중 어느 한쪽을 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가로지름으로써 종국엔 그 종착점이 인간이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유머론 서설〉과 《죄와 벌》에 관한 분석, 작품 속의 여인상 해설 등은 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는 곧 당대의 유머와 통찰력이 아직도 매우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2부 문학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문학의 고갈〉에서 등장하는 호언장담이다. 이 세상이 각박한 원인은 바로 문학의 고갈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의 자리를 문학이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생에서의 문학의 위치를 가장 높은 곳에 두었다. 문학이 사회의 각 영역에 관류해야만 우리의 생활이 더욱 인간화된다고 믿었다. 문학인으로서 이보다 더 강한 자부심을 보인 문인은 당대에도 후대에도 만나기 힘들 것이다. 문학 애호가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큰 성, 나림 이병주 아직도 미발굴된 이병주의 글은 캐도 캐도 그 끝을 모르는 광산의 보화처럼 미정제된 채 숨어 있다. 이 에세이집 하나로 그가 품었던 세계 인식의 모든 면에 접근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다만 소설과는 달리 작가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긴 자전적 에세이와 문학론을 읽으면서 그가 진실로 삶과 문학, 인간과 문학의 관계에 대해 가슴 깊이 고뇌했음을 대략이나마 엿볼 수가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 에세이집의 의미를 결코 낮게 평가할 수가 없다. 이병주는 헤겔에 대해, 철학을 하는 자는 반드시 거쳐가야 할 거대한 성이며, 만약 헤겔을 그냥 지나치면 손해 보는 것은 그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 찬사는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가야 옳다. 문학인이라면, 또한 문학 애호가라면 이병주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큰 성이다. 만일 문학 하는 자로서 이병주를 간과한다면 손해 보는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