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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강가에 서다
감사의 말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옮긴이의 말 |
Jeff Talar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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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유역 중국 쪽 국경 지대에 한 조선족 심마니가 밭을 일구며 조용히 살고 있다. 봄이면 참새가 학살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산에 오르고, 한 달에 한 번은 생필품을 구입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옌지 시로 향한다. 어느 날, 강을 건너와 창녀가 된 젊은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다. 여인을 도울 방법은 오직 돈을 주고 그녀를 사서 집으로 데려오는 것뿐이다.
어려운 결정을 했건만 그녀를 만날 수 없다. 밭에서 옥수수를 훔치던, 그녀의 눈망울을 빼닮은 아이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산삼을 망치게 한 굶주린 탈북자를 공안 당국에 팔아넘기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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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가가지 못한
먼저 헤아리지 못한 먼저 사랑하지 못한 후회와 소시민의 용기 “오늘 이 국경을, 그것이 어떻게 내 삶에 방울방울 침투하여 엉겨들기 시작했는지를 생각하니 일말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130쪽) 어느 누구도 모든 것에서 완벽하게 단절된 채 살아갈 수는 없다. 나약한 일개인인 심마니는 북한 병사에게 돌멩이질로 울분을 토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고독에 익숙한 그는 머뭇거리다가 연인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놓치고, 이후 그의 행동은 달라진다. 조용하지만 진폭이 큰 변화가 비극 속에서 희망을 엿보게 한다. 무명의 인물들에 투영된 모습―잔학함, 무심함, 그리고 인간애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이름도 알 수 없다. 미스 왕과 트럭 운전사는 약자를 이용해 잇속을 차린다. 심마니는 여인과 함께 중국 공안을 피해 시장 골목을 도망 다니면서도, 마찬가지로 강을 건너온 굶주린 두 남자에게는 후에 크게 양심의 가책을 받을 행동을 하고 만다. 북한 병사는 자신의 안일을 위해 꽃제비 아이를 웅덩이에 처넣었다. 심마니는 두만강 가까이 살면서도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는 데에는 어떤 논리가 있는 게 아니다.”(220쪽) 그러나 자연을 닮은 인간에 대한 사랑은 심마니를 변화시킨다. 작가는 인간이 얼마나 무심하고, 냉정하고, 잔학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들추어진 역사, 아픔을 더하는 사실성 북한에 접하고 있는 두만강 유역과 옌볜 지역이 이 작품의 배경이다. 현재 탈북이 감행되는 곳, 과거 우리의 이주 역사가 담긴 곳이다. 그는 조선족 심마니 3세다. 그는 20세기 초에 그의 할아버지가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 중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고 이후 정착해버린 가족사를 들려준다. 오늘날의 풍경은 어떠한가. “두 언어로 된 간판들”이 나붙은 옌지, 중국이 탈북자들을 모아 돌려보내는 곳 투먼(도문), 두만강이 강을 건너는 자들을 떠밀어 놓는 곳 카이산툰(개산툰). 심마니는 이 도시들을 모두 발로 밟으며 연인의 자취를 찾는다. 이들 도시와 마주한 북한의 삼봉과 남양의 모습도, 작품은 빼놓지 않는다. 실제 사건들이 작품 속에 녹아 있으며, 몇 세대에 걸친 우리 역사의 애환을 꿰뚫는다. 자연과 두만강 그리고 유토피아의 참상 평범한 단어들로 묘사된 자연의 고매함이 첫 페이지부터 압도한다. 참새, 개미, 오리, 반달곰을 비롯해 온갖 동식물들의 이름이 나오고, 철 따라 달라지는 두만강의 모습이 장마다 다뤄지며, 자연을 경외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심마니는 자연을 떠나서는 잠시도 살 수 없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자연의 방식을 배웠고, 그의 모든 생각의 기준은 오로지 자연이다. 그는 마오쩌둥의 실험으로 참새가 학살된 후 기근으로 가족을 잃었다. 자연을 거스르고서 유토피아나 휴머니즘이 존재할 수 있을까? 북한에서 붉은색 토마토가 되어 유토피아 도시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은 “산 것조차 죽은 것”이다. 그들은 쫓겨나다 못해 강을 건넌다. 그리하여 두만강은 국경이 되어버린, “강 중에서 가장 무거운 멍에를 진 강”이 된다. 작가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폭정과 강을 건너 탈북한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을 절제된 목소리로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뼈대만으로 생생한 문장 소박하고 보편적인 단어들로 이뤄진, 놀라울 정도로 뼈대만 있는 문장이 시나 희곡에서만 가능할 듯한 절제미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마치 ‘비워 넣어진’ 듯 많은 것이 연상되게 한다. 산삼의 붉은 열매, 냄비 두드리는 소리 등 감각적인 단 하나의 낱말로 모든 것을 생생하게 지면에서 부활시키며, 독자가 인물들과 함께 도망치게, 사창가 침대에 함께 앉아 있게 한다. 또한 어떤 것도 돌려 말하지 않는다. 투명하게 소설을 들여다보게 한다. 전율스러운 알레고리―(시간의) 구성 한 계절이 한 장(章)으로 구성되며, 각 프롤로그가 객관적인 관점으로 서술된다. 작품은 현재형으로 진행된다. 그 현재는 결코 단절될 수 없는 과거를 계승하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고 ‘나’와 ‘당신’을 넘나들면서 작품 속의 시간은 나선형으로 순환한다. 계절이 돌아와 똑같은 상태가 되듯, 북한 사람들의 암담한 삶은 지금도 변함없다. 작가는 시간을 축으로 하여 심마니와 탈북 여인의 일상을, 단편 단편으로 포를 떠놓았고, 그런 식으로 독자의 가슴을 저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