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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이 순식간에 소녀를 지배했다. 달아나려고 했으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밝아오는 불빛 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어둠이 주는 공포보다 백배는 거대한, 빛의 공포였다.
잘못했어요. 별이가 잘못했어요. 소녀는 자신이 벌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 몰래 집을 나섰기 때문에 벌을 받는 거라고. --- p.11 10시 27분, 구와마을로 향하는 지름길인 농로를 이동 중이었고, 그러다 10시 39분부터 11시 정각까지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마을어귀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논이나 밭 주변 같았다. 중요한 건 별이가 그 21분 동안 한자리에 머물렀다는 사실이었다. 이 21분이 의미하는 건 무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뺑소니였다. 그러나 뺑소니가 논밭 가운데서 일어날 수는 없었다. --- p.55 그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아는 건 희령이 아는 한 세 사람에 불과했다. 전장로와 범인이었던 황상태 그리고 희령 자신. 남편이 알게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바로 그 사건이었다. 이제 서형사가 들은 이상 남편도 대강은 알게 될지 몰랐다. 그렇게 된다면 남편이 그 일을 들쑤시고 다닐 가능성이 다분했다. --- p.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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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마을에 떨어진 운석
그리고 사라진 딸... 실종된 딸을 추적하면 할수록, 과거의 그림자가 쫓아온다! 우리는 과거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늘 미래를 바라보면서 현재를 살지만, 현재 우리를 만든 것이 과거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과거에서 아무리 멀리 도망친다고 한들 말이다. 주인공 희령은 과거의 그림자에서 늘상 허우적대고 있다. 희령은 힘껏 과거로부터 도망치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그녀는 모래주머니라도 발목에 찬 것처럼 늘 삶이 힘겹다. 고향을 떠나 있던 16년은 조금 나았지만, 고향으로 다시 내려오고 다시 그녀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남편 면수는 차라리 거기에 무신경해지기를 택한다. 악몽보다 더 끔찍한 것은, 딸 별이의 실종이다. 밖은 간밤에 떨어진 운석을 찾으러 온 외지인들로 떠들썩한데, 희령은 그런 돌덩어리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조용하지만 수상쩍은 시골마을. 희령은 어려서부터 이곳이 싫었다. 딸이 없어진 지금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의심될 정도이다. 약초꾼, 최집사, 이권사, 전장로…… 그리고 마을을 찾아온 운석사냥꾼들까지. 용의선상에 놓인 인물들은 희령의 과거와는 관련이 없지만, 계속해서 그녀가 애써 감춰놓았던 과거를 들춘다. 딸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과거의 진실도 점점 가까워진다. 『운석사냥꾼』은 능수능란하게 독자를 과거로 내몰았다가, 현재로 데려왔다가, 더 깊은 과거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빠르고도 끈질기게 작품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영화를 볼 때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가 오는 밤. 비에 젖은 주인공만큼이나 한기와 물기가 몸을 감싸고 있는 듯한 기분. 칠흑 같은 밤에 속절없이 둘러싸인 위태로운 느낌. 김용태 작가는 이걸 4D 영화보다도 잘한다. 『운석사냥꾼』을 펼친 순간 독자는 아마 구와마을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것이다. 소설은 끊임없이 악인과 죽음과 희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깊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어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낱낱이 까발린다. “아직 괴물까지는 아니라는 거 증명하란 말이야.”작중 희령의 말에서 ‘괴물’과 ‘인간’은 한 끗 차이라는 감상이 든다. 과연 ‘괴물’과 ‘인간’의 차이는 뭐란 말인가? 우리가 ‘괴물’이 아닌 ‘인간’임을 증명하기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무엇일까? 『운석사냥꾼』은 괴물이 되기 직전인 인간들이 뒤엉키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의 생생한 인물 묘사도 돋보인다. 케이스릴러 네 번째 시리즈인 『운석사냥꾼』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여름 선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