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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오후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해냄 201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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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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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고통과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 깊게 맺은 언약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그녀에게 장미가 아니라 벼룩을 바친 시인 | 벼룩 / 작별 - 존 던
죽음, 그대가 죽으리라 |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 존 던
나를 노래하다: 사포의 서정시 | 그는 내게 신처럼 보여 - 사포
모든 정직한 사람은 예언자 | 순수의 조짐 - 윌리엄 블레이크
호랑이여! | 호랑이 - 윌리엄 블레이크
아! 바이런 | 이네즈에게 - 조지 고든 바이런
‘반대’를 위해 태어난 시인 |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 - 조지 고든 바이런
이 살벌한 세상에서 | 마지막 여름 장미 - 토머스 무어
제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시기를 |그냥 순순히 작별 인사 하지 마세요 - 딜런 토마스
내가 눈을 감으면 | 미친 여자의 사랑 노래 - 실비아 플라스
영원을 향한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 | 소네트 77 - 윌리엄 셰익스피어
젊음의 재 |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소네트 73 - 윌리엄 셰익스피어

2부 당신의 입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들
아버지를 위한 대답들 | 나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비가(悲歌) - 마크 스트랜드
만일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 가지 않은 길 / 불과 얼음 - 로버트 프로스트
가라 내 노래여 | 임무 - 에즈라 파운드
세상은 추하고 사람들은 슬프다 | 바보 같은 - 월리스 스티븐스
우리는 앞을 보고 뒤를 보지만 | 종달새에게 - 퍼시 비시 셸리
그렇게 엮인 사랑은 또 그렇게 풀릴지도 |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내 속에서 노래했던 여름이 | 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먼지처럼 |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 - 마야 안젤루
꽃을 잊듯이 | 잊어버립시다 - 세라 티즈데일
그는 나의 북쪽이며 남쪽 | 장례식 블루스 - W. H. 오든
너무 미리 말하지 마 | 시대가 변하고 있다 - 밥 딜런

3부 예술은 착각이었네. 욕망도 헛것이었네
오래, 오래 뒤에, 어느 참나무에서 | 화살과 노래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 베테랑 / 이력서 - 도로시 파커
완벽한 장미는 없다 | 완벽한 장미 한 송이 - 도로시 파커
황야도 천국이 되리 | 루바이 4 / 루바이 11 / 루바이 15 - 5오마르 하이얌
저 하찮은 진통제들 | 가슴은 먼저 즐겁기를 원하지 / 사랑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
- 에밀리 디킨슨
바닷가에서 | 기탄잘리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내가 죽거든 | 노래 - 크리스티나 로제티, 소네트 71 - 윌리엄 셰익스피어
사랑의 시간 |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
어떤 조각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네 | 미켈란젤로의 소네트
황무지 | 죽은 자의 매장 - T. S. 엘리엇
두드러기를 긁지 마라 | 아들에게 주는 충고 -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의 말
출처

저자 소개1

Choi Young Mi,崔泳美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The Party Was Over』,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 명시를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The Party Was Over』,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 명시를 해설한 『내가 사랑하는 시』, 『시를 읽는 오후』 등이 있다. 『돼지들에게』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시 「괴물」 등 창작 활동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 중심 권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켜 성 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았다. 2019년 이미출판사를 설립했다.

1994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일간지 1면 6단 통광고를 내는 파격을 보이며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역시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오십 만 부 이상이 팔려가며 그 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고 수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던 것이다."로 시작하는 시인의 산문집 『시대의 우울』 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최영미의 유럽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시대의 우울』을 통해 한 예민한 자의식이 세계와 벌이는 치열한 고투를 본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의 여정은 소설 주인공의 모험에 가득 찬 행로에 가깝다. 그러기에 런던∼파리∼쾰른∼밀라노∼니스∼빈∼베네치아 등 이방의 도시를 향한 순례 끝에 정작 그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얼마짜리 방이면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인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에 대한 정직한 깨달음이다.

자신의 성격에 잘 맞을 것이라던 에스파냐와 한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프라하에서 다만 무시무시한 광기와 참을 수 없는 합리만을 감지하는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맨얼굴은 독일의 편리한 문명과 파리 시민의 거칠 것 없는 자유, 니스의 화려한 햇빛과 베네치아의 개방성에 대한 매혹 속에 깃들여 있다. 근대주의자의 모험. 나는 이 시인의 여정에 이런 이름을 붙인다. 80년대에는 마르크스주의자와 화해하지 못하고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과 손잡지 못하는 그의 당혹감은 바로 이 시대 30대의 `우울`한 초상이다. 나와 당신에게, 그리고 그에게 `잔치`는 아직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1999 시공주니어 “D’Aulaires’ Book of Greek Myths”)를 번역했고, “Francis Bacon in Conversation with Michel Archimbaud”를 한글로 번역해 『화가의 잔인한 손: 프란시스 베이컨과의 대화』(1998 도서출판 강)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된 3인 시집 『Three Poets of Modern Korea』는 2004년 미국번역문학협회상의 최종후보로 지명되었으며, 2005년 일본에서 발간된 시선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일본 문단과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축구에세이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시집 『공항철도』 등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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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76g | 135*210*20mm
ISBN13
9788965746294

책 속으로

그냥 순순히 작별 인사 하지 마세요, / 늙은이도 하루가 끝날 때 뜨겁게 몸부림치고 소리쳐야 합니다; / 빛의 소멸에 맞서 분노, 분노하십시오. // 현명한 사람들은, 생을 마감하며 어둠을 당연히 받아들일지언정, / 자신의 말들이 번개를 갈라지게 하지 못했기에, / 그냥 순순히 작별 인사 하지 않지요. // 착한 사람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나간 뒤 울부짖습니다 / 푸른 해변에서 춤추지 못했던 나약한 행적을 후회하며, / 빛의 소멸에 맞서 분노, 분노합니다.
-딜런 토머스,「그냥 순순히 작별 인사 하지 마세요」 부분

지금은 아주 독창적인 언어에 음유시인의 전통을 계승한 위대한 목소리로 기억되지만, 살아서 딜런 토머스는 후원자가 빌려준 집에 살며 친구들에게 돈을 구걸해 처자식을 부양하는 문단의 골칫덩이였다. 자신의 삶을 주체하지 못했던 시인이 지겨워질 즈음에, 서울의 어느 카페에서 친구에게 내가 번역 중인 딜런 토머스의 시를 보여주었다.
병상에 누워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보며 쓴 시야.
‘-ight’로 끝나는 행, 그리고 모음 ‘-ay’로 끝나는 행이 엇갈려 배치되어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노래처럼 강한 리듬감이 생기지.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처럼 19행에 2운의 시 형태를 ‘비라넬(villanelle)’이라고 해. 토머스는 언어 감각이 뛰어난 시인이었어. 첫 행에 나오는 ‘good night’이나 그 밑에 ‘close of day’ 그리고 ‘dying of the light’도 모두 죽음을 뜻하는 말이지.
---「1부 고통과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중에서

당신은 왜 여행을 하셨나요? / 집이 추웠기 때문이지. / 당신은 왜 여행을 하셨나요? / 하루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뜨기까지 내가 언제나 해온 일이었으니까. / 당신은 어떤 옷을 입었나요? / 남색 양복, 하얀 셔츠, 노란색 타이, 그리고 노란색 양말. / 당신은 어떤 옷을 입었나요? /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어. 고통의 스카프가 나를 따뜻하게 해줬지. / 누구랑 잤나요? / 매일 밤 다른 여자와 잤지. / 누구랑 잤나요? / 나 혼자 잤어. 난 언제나 혼자 잤지. / 왜 내게 거짓말을 했나요? / 난 내가 항상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했어. / 왜 내게 거짓말을 했나요? / 진실도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니까 그런데 난 진실을 사랑해.
-마크 스트랜드,「아버지를 위한 대답들」 부분

“고통의 스카프가 나를 따뜻하게 해줬지.”
고통을 목에 둘러 늘 따뜻했지.
따뜻한 스카프의 이미지와 고통이라는 어두운 단어가 결합해 인생의 깊이를 담은 시구가 탄생했다. 여운이 길게 남는 행이다. 그만이 겪은 개인적인 고통일 수도 있지만, 시인의 아버지는 유태인이었다. 시대적인 고초도 섞였을 게다. 하긴, 모든 고통은 시
대적이다. …… 매일 밤 다른 여자와 자는 남자는 사실 혼자 자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 시가 이해 안 된다면, 당신은 행운아이며 축복받은 인생을 산 사람이다. 그토록 단순하게 당신을 낳고 키워준 부모님에게 감사하시기를…….
---「2부 당신의 입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들」중에서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다른 아무것도 아닌 /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 “난 그녀의 미소 때문에, 외모 때문에, / 상냥스러운 말투 때문에, 내 생각과 잘 맞을 거라는 / 재치 있는 생각 때문에, 어느 날 /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 사랑하는 이여, 이러한 것들은 스스로 변하거나, / 당신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니, / 그렇게 엮인 사랑은 또 그렇게 풀릴지도 모릅니다.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부분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이 아니라 ‘사랑해야 한다면’이다. 그만큼 절박하고, 아무 사랑이나 받지 않겠다는 결의가 내비치는 대목이다.
대화체에 인용문이 삽입되어 자연스러운 현장감이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사랑’이라는 진부한 단어가 열 번이나 나오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
환자였던 그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진실을 보았다. 미소 때문에, 외모 때문에, 상냥스러운 말투 때문에, 재치 있는 말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마세요.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 나를 사랑해 달라고, 그대에게 이래라 저래라 주문하는 말투에서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의 자의식이 엿보인다.
---「2부 당신의 입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들」중에서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 나는 깃털 장식을 세우고 깃발 날리며 / 세상을 바로잡으러 달려 나갔다. / “나와라, 개××들아, 싸우자!”고 소리치고, / 나는 울었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도로시 파커,「베테랑」 부분

처음 읽을 때는 웃었고, 다시 음미하면서 내 속에 울음이 고였다. 깊은 곳을 찔린 듯, 아픔이 스며든다. 또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각 행이 ‘aabbcc-ddeeffgg’로 끝나는 운율도 완벽하다.
마지막 행의 반전이 멋지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가치판단을 유보하는 그런 태도를 사람들은 철학이라고 부르지. 침대에 누워 도로시 파커의 시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나는 철학자가 되었다.
도로시 파커의 시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옳은 쪽은 항상 옳고, 잘못된 쪽은 항상 잘못되었다고 믿는 이들에게 이 시는 불편할 수도 있다.

---「3부 예술은 착각이었네. 욕망도 헛것이었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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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 “내가 시 해설을 시작한 이유”
    최영미 “내가 시 해설을 시작한 이유”
    20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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