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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을 풍자한 맨부커상 수상작
48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작가에게 맨부커상 영예를 안긴 화제의 소설. 오바마 시대 미국에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 복원을 시도한 한 흑인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차별 금지를 주창하지만 실상은 교묘하고 악랄한 차별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2017.10.24.
소설/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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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당신이 퍼내는 똥 덤 덤 도넛 지식인 모임 정확한 잔돈, 또는 선과 버스 승차 및 관계 회복의 기술 시티 라이트: 막간의 이야기 멕시코인이 너무 많아 사과냐 오렌지냐 순전한 흑인 종결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
Paul Bea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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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물건을 훔쳐 본 적이 없다. 세금이나 카드 대금을 내지 않은 적도 없다. 극장에 표 없이 숨어 들어간 적도, 상업주의와 최저 임금제에 무심한 편의점 점원이 거스름돈을 더 주었을 때 그냥 받아 간 적도 없다. 빈집을 턴 적도 없다. 주류 가게에서 강도질을 한 적도 없다.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 노약자 전용 좌석에 앉아 얼굴에 변태 같으면서도 어딘지 뚱한 표정을 짓고서 거대한 페니스를 꺼내 자위를 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 미합중국 대법원의 휑하니 커다란 방에 와 있다.
--- p.9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나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흑인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때는 우리가 정말로 뭔가 잘못했을 때뿐임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래야만 우리가 흑인이지만 동시에 무죄라는 인지 부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는 사실이 어떤 면에서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 p.31 디킨스는 이와는 다른 종류의 변화를 겪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맑은 아침, 눈을 떠보니 도시의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디킨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사라지고 없었다. 공식 발표도, 신문 기사도, 저녁 뉴스 방송도 없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대부분의 디킨스 시민들 역시, 이곳 출신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놓였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 「집이 어딘가요?」라는 질문에 「디킨스」라고 대답하자 상대가 미안하다는 듯이 눈길을 돌리는 것을 보며 부끄럽지 않아도 되니까. 「물어봐서 미안해요! 날 죽이지 말아 줘요!」 --- p.84 버스를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카리브해에 휴가를 다녀온 뒤 소매를 걷어 올리고 태닝을 자랑하는 백인 옆자리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원래는 어디 출신이냐고요?」라는 질문을 받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된 것 같은 기분. 주거지 증명을 보여 달라는 요청을 받은 남미계 미국인, 「진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가슴 큰 여자가 된 기분. --- p.184 「나는 흑인 여자들을 항상 피부색으로 묘사하는 게 지겨워요! 꿀색이 어떻고! 다크 초콜릿색이 어떻고! 내 친할머니는 모카색이 감도는 카페오레, 망할 그레이엄 크래커 갈색이었다고 하다니! 대체 백인 여자들을 음식이나 뜨거운 액체의 색으로 묘사하지 않는 이유는 뭐죠? 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 껍질색, 스트링 치즈 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 나오는 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이 후지다는 거예요!」 --- p.197 디킨스를 되살려 내는 방법도 바로 인종 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안에서 나누던 공동체 감정이 학교로 퍼질 것이고, 그다음에는 도시 전체로 스며들 것이다. 인종 분리 정책이 남아공 흑인들을 결집시켰다면, 디킨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 p.228~229 「호미니의 「노예 생활」이 인간의 구속에 해당한다면, 미국 회사는 무급 인턴들에게서 엄청난 집단 소송에 걸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햄프턴의 말은 일리가 있었어.」 --- p.3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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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 껍질색, 스트링 치즈 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 나오는 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이 후지다는 거예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흑인이다. 그는 은근히 차별받느니 차라리 노골적인 노예 생활을 하던 옛날이 낫다는 판단하에,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을 부활시키려고 한다. 버스에 백인 우대석을 설치하고, 백인이라곤 아무도 살지 않는 흑인 마을에 가상의 백인 전용 학교를 세우는가 하면, 공공 도서관의 이용 안내판을 〈일요일~화요일: 휴관, 수요일~토요일: 10시부터 5시 30분까지 개관〉에서 〈일요일~화요일: 백인 전용, 수요일~토요일: 유색 인종 전용〉이라고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다.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맑은 아침, 눈을 떠보니 [디킨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사라지고 없었다. 공식 발표도, 신문 기사도, 저녁 뉴스 방송도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마을이 사라지자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알 수 없게 돼버린 것 같았다. 원래부터 우범 지대였던 디킨스시는, 디킨스시가 아니게 된 다음부터 더 난장판이 되어 버렸고, 혼란에 빠진 마을을 구하려던 주인공은 우연히 인종 분리 정책이 사람들을 단합시키고 온순하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인종 분리가 남아공 흑인을 결집시켰다면 디킨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주인공이 말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여정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죽은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 동시에 싫어하는지, 그가 언제부터 유부녀 소꿉친구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는지 주인공의 인생을 낱낱이 알게 된다. 즐겨 듣는 음악, 좋아하는 책과 음식까지도 알 수 있다. 가히 현대 미국 문화에 대한 대백과라고 할 만하다. 그래서 주인공을 알게 되는 자체가 흑인 사회에 사는 한 세대의 개별적인 존재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셈이 된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슬로건으로서의 흑인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톰 아저씨처럼, 과거를 대변하기도 하고, 현재를 대변하기도 하며, 미래를 대변하기도 한다. 2016 맨부커상 수상 48년 맨부커상 역사상 처음 맨부커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뉴욕타임스 북 리뷰 [올해 최고의 책 10권] 선정,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올해의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 커커스 리뷰 [올해의 책], 보스턴 글로브 [올해의 책], 허핑턴 포스트 [올해의 책 18선], 포일스 선정 [올해의 책], 뉴 스테이츠먼 선정 [올해의 책], 가디언 선정 [올해의 책], 북 라이엇 선정 [가장 웃긴 소설 100선] 동물원에서 [버라카]라는 이름의 고릴라를 놀리다 주인공을 발견하고 놀란 나머지 ?나랑 제일 친한 친구 중에 원숭이들도 있어요?라고 말해 버린 여자, ?아니, 원래는 어디 출신이냐고요??라는 말을 듣는 아시아계 미국인, ?진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 가슴 큰 여자 등, 이 소설은 편견과 차별의 역사를 짚어 나가며 [모두 까기]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를 빼고도 자체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노래 가사처럼 플로우를 따라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 미국의 유색 인종 차별은 언제나 너무 과거의 이야기거나, 피상적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는 주제였다. 어쩌면 미국 내에서도, 유색 인종 차별은 젠더나 종교 등의 다른 이슈들에 밀려 [논의]가 아니라 [소비]되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배반??은 바로 지금, 인종 차별에 대해 입으로만 떠들고, 상상 속에서만 반대하는,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아갈 확률이 가장 높은 독자들이 꼭 만나야만 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맨부커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쉽게 화를 내고 낙담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괴롭히곤 한다. 그러나 글을 쓸 때에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확신에 차 있으려고 한다. 이 책은 어려운 책이다. 쓰기 어려웠다. 읽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각도에서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