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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윤태호 _4
작가의 말 | 김현경 _6 등장인물 _8 1부 오리진 만화 ② 에티켓 프롤로그 _12 1화 예의 없는 사람들 _30 2화 Greeting 인사 _52 3화 여긴 내 집이니까 _72 4화 봉원의 체면 _84 5화 봉투, 사고 치다 _102 6화 나선녀의 친밀함 _120 7화 봉투의 거리 _138 8화 프록시믹스 _156 오리진 크로스 | 윤태호 X 김현경 _174 2부 오리진 교양 ② 에티켓 에티켓이란 무엇인가? _176 에티켓의 역사 _184 에티켓의 흥미로운 장면들_194 로봇이 친절할 수 있을까 _202 후주 _206 참고 문헌 _208 작품 후기 _210 |
Yoon, Tae Ho,尹胎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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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먼저 다가가는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다가서는 경우, 대부분 상대의 가벼운 저항을 먼저 받는다. 그 민망함은 반복된 경험으로 자연스레 해소시킬 수 있었다. 곤란함은 다른 데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강도로 다가서야 하는가이다. …… 때론 침입하듯 상대의 관심에 들어가려 하거나, 상대가 선의를 갖고 품을 열어줬는데도 나의 경계심으로 주저하곤 했다.
--- p.4 백 권짜리 교양 만화란 실로 '백과사전적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만화를 읽는 경험은 백과사전의 모든 항목을 A부터 Z까지 읽어 나가는 일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우리는 '질문할 줄 아는 로봇'과 함께하는 이 교양 만화를 통해서 우리가 몰랐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던 많은 것을 배우는 한편, 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 p.7 다소 귀찮아 보이는 그 기술을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이유 모를 동작을 반복하고, 서로를 모방하고, 간격을 두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을 존중한다.’ ‘당신 역시 나를 존중해줘야 한다.’ ‘나는 당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 너무 다가오지 말아달라.’ ‘나와의 거리를 유지해달라.’ ‘나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프로그램은 단체와 개인이 안전하고 훼손되지 않도록 오래된 기술 하나를 제안한 것이다. 오래전에 쓰이다 개인화 과정으로 사라지다시피 한…… 그것은 '에티켓'이었다. --- p.23~39 이른 아침부터 동네를 구경하던 봉투는 몇 가지 정보를 입력했다. 서로를 가까이 지나치는 사람들은 몸짓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봉투의 기능으로 파악한 정보는 달랐다. 두 사람은 지나치며 서로를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마주쳤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경우... 큰 동작을 보이거나 소리를 내어 상대에게 들리게 했다. 이것은 '인사(Greeting)'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 p.66 “그나저나 왜 나와 있는 거니?” “엄마가 화나서 봉투한테 그랬거든요. ‘떨어져!’ 그런데 얼마만큼 떨어져야 하는지 봉투가 모르다 보니까 여기까지 나오게 됐어요.” …… 중략 …… “봉투는 로봇이라서 그런 게 없다 보니까 거리감 없이 다가서다가 혼난 거야.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아는 게 중요해. 가까워지기 위해서.” --- p.127~129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사물화합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에티켓’은 일종의 생존의 기술이라고 보았습니다. --- p.174 일상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문화가 제2의 본능처럼 작동하는 흥미로운 장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공공장소에서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텅 빈 전철을 탔을 때 사람들은 팔걸이가 있는 양쪽 가장자리에 먼저 앉는 경향이 있다. 팔걸이가 있는 쪽만큼은 다른 사람과 몸이 닿을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전철 안이 혼잡할 때는 팔걸이 쪽에도 사람들이 바짝 다가서지만, 이 경우에도 팔걸이가 일종의 울타리 구실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정해진 자리가 없는 엘리베이터의 경우,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마다 자리가 조정되는데 그 기본 원칙은 공간을 평등하게 나누어 가지면서 각자 자기 위치를 방어적으로 고수하는 것이다. --- p.194 로봇은 ‘마음’이 없다. 그러므로 로봇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을 베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친절은 로봇이 모방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형식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문 열어주기, 보호하듯이 팔 벌리기, 천천히 고개 숙이기, 가지런히 두 손 모으기, 상대방이 말할 때 마주보며 눈을 천천히 깜박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활짝 웃기, 침착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기 등. 친절한 로봇을 만들려는 사람은 친절의 이런 형식적인 요소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요소들을 우리는 ‘에티켓’ 또는 ‘매너’라고 부르고, 이미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가르치고 있다. --- p.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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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친밀함과 안전함 사이, 에티켓! 21세기 도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원시 사회에서는 사냥하기, 불 피우기, 채집하기 등이 생존 기술이었지만, 21세기 도시 사회에서는 ‘알맹이 없는 안부 인사’, ‘개인 거리(Personal Distance) 지키기’, ‘심심풀이 놀이(틀에 박힌 잡담)’ 등 에티켓이 생존 기술이다. 다수의 사람이 합의한 에티켓이 없다면, 익명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가 탈 없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에티켓은 문화적이고 심리적인 배경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에티켓과 비에티켓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영화관, 휴대폰, SNS 등 새로운 ‘문명의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에티켓이 만들어지거나 기존의 에티켓이 수정되기 때문에 절대불변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매일매일 무심하게 잘 지키고 있는 에티켓은 사실 매우 미묘하고 역동적인 행동 양식이다. 『오리진』 시리즈 2권 만화면에서는 햇살타운에 입성한 봉투가 본격적으로 21세기 사회에 적응해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알아내겠다는 당찬 포부가 무색하게 봉투는 다른 사람과 인사를 하는 가장 기초적인 사교 행위부터 우왕좌왕한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행동과 거리를 아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로봇만이 아니라고? 집주인과 세입자로서 갈등을 겪는 유고맹과 나선녀, 가족 사이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대립하는 엄마 노어진과 딸 김다정, 손님으로 온 친구들을 배려하다 봉투를 산산조각 낼 뻔한 봉원 등 사람들도 ‘에티켓’을 학습하며, 때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종종 실패한다. 이렇게 미묘하고 역동적이어서 봉투에게는 알쏭달쏭하기만 한 에티켓. 결국, 봉투는 자기 때문에 화난 나선녀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에 실패해 쫓겨날 위기를 맞닥뜨리고 마는데……. 사람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인공지능 로봇이 파악할 수 있을까? 과연, 봉투는 무사히 햇살타운의 일원이 돼 인간다움을 배워갈 수 있을까?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최소한의 거리, 에티켓 인류학자 김현경은 만화에서 환기한 ‘에티켓’에 대해 어원부터 오늘날의 의미까지 깊이 있게 살펴본다. 에티켓은 중세 유럽의 궁정과 상류사회에서 시작한 차별화의 수단이었지만 도시화, 문명화와 함께 근대 시민사회로 넘어오면서 공공장소에서 익명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변모했다. 또한, 그런 변화 과정에서 에티켓이 품고 있는 차별화와 모방이라는 속성은 한 사회의 문화가 진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김현경은 나아가 에티켓이 수치심과 당혹감 등 감수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짚는다. 다시 말해, 에티켓을 포함한 문화가 사람들의 본능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에티켓이 인간의 특별한 본능이라는 점을 포착한 정보면은 오늘날 우리에게 타인의 ‘영토’를 존중하는 방법과 예의바른 무관심 등 21세기의 관계맺음에 관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진다. 100번의 질문과 100번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오리진』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친숙하지만 미처 제대로 알지 못한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전하려고 한다. 1권 ‘보온’과 2권 ‘에티켓’에 이어 3권에서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인 ‘돈’을 『오리진』만의 시선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100권으로 기획된 『오리진』 시리즈는 열쇠, DNA,아름다움, 상대성이론 등 인문, 철학, 예술, 과학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