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들어가는 글
제1부 배곱픈 아이 / 속마중 / 기다립니다 / 아궁이 앞에서 / 별하고 나하고 / 국화빵 / 요강단지 / 비 내리는 날 / 찬밥 / 그게 뭐라고 / 설움 / 까맣케 몰랐어요 / 꼴머슴 / 울고 갑니다 / 물음 / 부탁 / 어째서 / 차례 / 다짐 / 그래도 사는 건 좋은 거라고 / 행복 / 나는 이다음에 / 불땐 방 / 회한 / 어머니의 자식 제2부 개떡 / 불러봅니다 / 꿈이었으면 / 엄마야 / 슬픈 약속 / 아부지 / 묻지 마십시오 / 여섯 살 때부터 / 눈으로 하는 말 / 오매 / 소망 / 작은 새 / 가을밤 제3부 부모 / 감 사이소 / 길에서 / 살맛 / 공치는 날 / 내 아기야 / 산에 올라 / 아이구 남세야 / 못난 마음 / 인자보니 / 풀 한 포기 / 면사무소에서 / 어머니께 / 누구시길래 / 우리 수녀님 / 하루하루 / 담배 / 마당 세 / 그 말이 맞소 / 손자 재롱 / 투표 / 환청 / 무제 / 어쩌나 / 산불 감시원 / 동무 / 고맙습니다 / 왜 사냐고 / 시 / 인생 순리 / 연꽃 / 세월 추천하는 글 시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디 있으랴?서정홍(농부시인) 시인의 말 |
|
나는 우리 집에서
암만 배가 곱파도 밥 달라고 하면 왜 안 되나요 아버지는 나의 손목만 거머쥐었다가 놓았다가 허공을 바라보고 서서 대답이 없습니다 나는 우리 집에서 암만 배가 곱파도 내 손으로 밥 찾아 먹으면 왜 도둑놈 새끼가 되나요 ---「배곱픈 아이」중에서 그래도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 해가 지면 먼 삼 리 외로운 고갯길에서 이 자식이 생각나 가슴속 주머니에 국화빵 몇 개 싸 감추어서 오시고선 식구들 몰래 숨어서 꺼내주었어요 나중엔 너하고만 살으마, 하고 자식의 목을 끌어안아도 주었어요 ---「국화빵」중에서 가을은 깊어서 헤진 옷 속으론 바람만 차가운데 어째서 나는 가도 가도 배곱푼 설움뿐 밤이면 또 어느 전등불 깜박이는 마을 근처 다리 밑 같은 데서 불불거리며 불불거리며 저 달이 다 하도록 벌레들과 울어야만 하나요 ---「어째서」중에서 담 밑에 귀뚜라미가 끼루루 울듯이 내 가슴 속에서도 끼루루 우는 듯한 슬픔 있어 지난날의 나를 별빛으로 헤쳐보고 울곤 하다가 날이 샐 즈음에사 물수건 이마에 동이고 겨우겨우 얻어 든 옅은 잠을 난데없는 빈대가 와서 물고 간다 날 놀라게 해놓고선 뀌떨어진 말도 없이 어느 독살스런 여자의 독백처럼 서늘한 마루 사이 틈으로 잘도 물고 간다 저놈의 빈대를 잡아 그 잠을 도로 뺏을 수는 없을까 ---「가을밤」중에서 산꼭대기 초소 공기가 맑아서 좋다 이따금 새들이 와서 지저귀줘서 좋다 종일 오가는 사람 하나 없어 산 위를 걸으며 묵주 기도도 할 수 있고 녹음테이프 귀에 꽂아 성경 말씀도 들을 수 있고 성가도 따라 부를 수 있으니 피정이 따로 없다 마누라가 싸준 쥐눈이콩밥 민들레 장아찌랑 해서 먹고 산불 감시도 열심히 하자 우리나라 좋은 나라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젖은 날 말고는 일당도 하루 4만5천 원 준다고 하니 ---「산불 감시원」중에서 뻘 속에서 자랐습니다 뻘물만 먹고 살았습니다 한 송이 물 위에 빼어문 것은 나의 눈물입니다 나의 시입니다 ---「연꽃」중에서 |
|
서툴지만 삶의 아픔이
절절히 배어 있는 귀한 글 마음의 소리가 쌓이고 쌓여 그것을 소박한 글로 써서 마음속의 응어리와 설움을 푼 시인의 행위는 그야말로 글쓰기로 실현되는 치유의 행위이다. 이 시인의 시를 처음 보고 시집으로 엮기까지 많은 애를 써주신 국어학자 김수업 선생님은 “이런 글이 책으로 많이 나와야 한다. 서툴기 짝이 없는 글 곳곳에 우리 세대가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아픔이 절절히 배어 있다. 가슴으로 쓴 글들이다”라고 하셨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위로를, 젊은 세대의 이들에겐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씀이다. “아, 이게 살아 있는 시구나!” 싶었다며 나무 한 그루를 베어 시집을 만들어도 미안하거나 부끄럽지 않겠다고 하신 서정홍 시인의 말처럼 나무 한 그루를 베어도 미안함이나 부끄러움 없이 내놓는 펄북스의 네 번째 시선이다. 시의 꼴도 갖추지 못했고, 맞춤법조차 틀린 데가 많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으며 수수하고 서툰 문장에서도 진실한 이야기를 알아보고 함께 눈물 흘려주는 독자들에게 가 닿기를 기대한다. 외롭고 눈물 많은 사람, 시인. 그 눈물로 세상을 적시고 싶은 사람 자신을 일러 ‘이름 없는 보잘것없는 촌부’라고 소개하는 시인은 『그래도 사는 것이 좋은 거라고』의 ‘들어가는 글’을 통해 신정숙 기자가 이야기해놓았듯 무학에, 맞춤법에도 서툰, 진주의 평범한 할아버지이다. 이 시집에는 “아버지의 작은마누라의 몸에서 태어난 것이 죄가 되어” 온갖 차별과 구박을 받으며 서러움에 통곡했던 시인의 어린 시절과 세월이 흘러 자신조차 못 견디게 싫었던 자신을 받아들이고 가정도 꾸려 아버지가 된 지금까지의 한 사람의 세계가 들어있다. 아무리 이야기가 모진 세월이었어도 할아버지의 가슴은 끝내 황폐해지지 않고 눈물을 머금은 시인의 가슴이 되었다. 일흔의 연세에도 산불감시원도 하고 막일 노동도 하시며 하루하루를 사시지만 그의 눈길은 “두 손바닥마저 아스팔트 까만 바닥에 붙이고. 궁둥이로 쫓아”가는 장애인에게도,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서/ 종일 허헉거리며 숨 막혀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아파트 높은 외벽/ 콩크리트 금이 간 틈새 붙잡고” 사는 풀 한 포기에도 가 닿는다. 서정홍 시인은 “시인이란 그저 바보처럼 외롭고 눈물 많은 사람”, “그 눈물로 세상을 적시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시인의 시를 세상에 소개하게 되어 출판사로서도 의미가 깊다. 시와 미술이 만나다 펄북스 시선, 네 번째 얼굴 이야기 사람은 뒷모습은 왜 이다지 쓸쓸하고 애틋한가. 꾸밀 수 없기에 존재를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뒷모습은 그래서 연약하기도 하다. 그런데 홀로 눈길을 걸어가는 듯한 쓸쓸한 사람의 뒷모습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전체적으로 전해주는 심상은 따뜻함이다. 그건 아마 사람이 세월을 겪으면서도 잃지 않고 지킨 가슴의 온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사는 건 좋은 거라고』 표지 작품은 진주의 젊은 작가 지민희 씨의 작품이다. 지민희 작가는 펄북스 시선집 첫 번째, 박남준 시인의 『중독자』 개정판 표지부터 [micro ocean] 시리즈 작품으로 함께하고 있다. 설치 미술, 콜라주, 회화 등 다양한 작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젊은 미술 작가와 지역 출판사 펄북스가 함께한 뜻깊은 작업이 독자들에게도 더욱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