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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개
박솔뫼 저
스위밍꿀 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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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차례
고기 먹으러 가는 길 ---------- 7쪽
사랑하는 개 ---------- 37쪽
여름의 끝으로 ---------- 67쪽
차가운 여름의 길 ---------- 103쪽

금정연_개와 함께 읽기 ---------- 131쪽
작가의 말 ---------- 148쪽

저자 소개 1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우리의 사람들』,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 『미래 산책 연습』 등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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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86g | 128*188*20mm
ISBN13
9791196074418

책 속으로

창밖을 보면 이웃의 건물이 건물의 창이 아니라 벽이 보이고 그 사이를 눈들이 흩어지는 눈들은 마치 너를 내가 잠들어 있는 도형을 내가 잠든 도형의 꿈을 내가 말하듯이 지켜보듯이 지나가고 있었다.---「고기 먹으러 가는 길」중에서

입 밖에 내뱉은 말에는 아무튼 간에 뭔가 힘이 있긴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항상은 아니겠지만 어떤 순간에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의 눈을 바라보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거기서 뭔가가 변해버릴지 모른다는 것을 각오하는 일일지도 몰랐다.---「사랑하는 개」중에서

누군가 너를 찾아와 94년 오늘 너는 무엇을 했는지 물으러 온다구 너는 그때 대답할 수 있을까? 어때?---「사랑하는 개」중에서

당신이 만난 것을 말해. 그때의 나는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말한다 여름으로 향하며 잠결에.(「여름의 끝으로」, 101쪽)

뭔가 잘 안 되는 게 당연한 듯한 시작이었는데 그럼에도 흘러가고 손에 얻게 되는 좋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차가운 여름의 길」중에서

여름은 언제 오는 걸까. 6월이면 확실한 여름이지만 3, 4월에도 어느 순간 여름의 냄새를 강하게 삼십 미터쯤 앞에서 맡을 수 있을 때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여름은 먼 곳에서 오고 있고 그러다 다시 어딘가에 머물다가 5월 말쯤 되면 좀더 가까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겠지.

---「차가운 여름의 길」중에서

출판사 리뷰

만나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을 만나게 해주는 산책 같은 소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고 부드러운 마침표


“저는 정말 개가 되고 싶어요.”(「사랑하는 개」) 어느 날 회사 앞으로 ‘나’를 찾아와 사람으로 사는 일에 지쳐 개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금’. 일 년 후 ‘금’은 금빛으로 빛나는 개 한 마리와 함께 다시 ‘나’를 찾아온다. 그가 말하길, 그때의 말 한마디 때문에 정말 개가 되어 살고 있다는 것. 다소 황당하면서도 어쩐지 슬퍼지는 고백 앞에서 ‘나’는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개가 되어버린 ‘금’을 만나 1994년 어느 여름의 기억으로 빠져드는 ‘나’의 이야기 「사랑하는 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지만 피로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누군가의 얼굴을 떠오르게 만든다.

언젠가 여행 중에 간 적이 있던 맛있는 고깃집을 다시 찾아가다가 눈길 속을 헤매는 이야기 「고기 먹으러 가는 길」에서는 박솔뫼의 문장과 상상력이 지닌 천진하고 귀여운 힘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뜨거운 물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로부터 등장하는 의외의 존재들이 주는 충격은 잠든 연인의 꿈속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눈의 서정적인 리듬과 어울려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동면(冬眠)을 통해 삶에 작지만 뚜렷한 마침표를 찍으려는 이들의 이야기 「여름의 끝으로」에서 우리는 시간을 다르게 상상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아이를 잃은 뒤 덤덤한 듯 살아오다 동면하기로 결심한 ‘허은’에게 ‘나’는 가이드 일을 부탁받는다. 두 사람은 온양의 한 호텔에 묵으며 12월 31일을 함께 보내고 1월 1일의 동면을 준비한다. 아이의 기린 인형을 품고 잠든 ‘허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나’는 그녀가 기린과 산책하는 꿈을 꾸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온천으로 익숙한 온양은 동면의 도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받으면서 마침표의 상상력에 간절함과 현실감을 더한다.

「차가운 여름의 길」은 무심하게 읽어도, 또 집중하여 읽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다시점(多視點)의 이야기이다. 표를 구하지 못해 영화를 놓친 뒤 멍하니 카페에 앉아 있는 나의 시간, 카페의 맞은편에 위치한 다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델핀’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가 나란히 흐른다. 서로 무관한 듯 흘러가던 장면들은 마지막에 이르러 막막함 속에서 빛나는 가능성으로 수렴되는 듯하다.

박솔뫼의 구불거리는 이야기들을 따라 걷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길목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 순간 우리는 틀림없이 놀라운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저마다 다른 풍경일 것이다. 개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사랑하는 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선택하는 동면(「여름의 끝으로」) 등으로부터 누군가는 ‘혐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슬픈 결단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또는 3, 4월의 대기 속에서도 몇십 미터 앞으로 다가온 여름의 냄새를 느끼는 인물(「차가운 여름의 길」)을 보면서 틀림없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가능성의 시간들을 믿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산책의 묘미는 여기저기 발 닿는 대로 걸으며 마주치는 풍경에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간절히 보고 싶어했던 무언가가 바로 이런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말이다. 그러니까 목적을 계획하지 않고 걸을 때에야 비로소 진짜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역설. 걸어야만 만나게 되듯이 읽어야만 닿게 되는 풍경이 있으므로, 이제 함께 『사랑하는 개』를 펼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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