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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쥐
2. 눈물 한 방울 3. 靑色時代 4. 타락천사 5. 백마 6. 傷寒 7. 소나기속의 운전 8. 일사병 9. 핏덩어리 시계 10. 미라 11. 내가 모든 등장인물인 그런 소설 1 12. 내가 모든 등장인물인 그런 소설 2 13. 내가 모든 등장인물인 그런 소설 3 14. 연옥 15. 코끼리 부인의 답장 16. 시인과 육체파의 등산 17. 현기증 18. 39도 5부 19. 너와 함께 쓴 시 20. 지워지지 않는 풍경 한장 --- 이하 생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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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세필을 흔들어
자꾸만 가는 선을 내리긋듯이 그어서 뭉그러지려는 몸을 자꾸만 일으켜 세우듯이 뭉개진 몸은 지워졌다가 또다시 뭉개지네 카페 펄프의 의자는 욕조처럼 좁고 저 사람은 마치 물고기 흉내를 내는 것같아 입술 밖으로 퐁퐁 담배 연기를 내뽐고 있네 저사람은 마치 비 맞은 개처럼 욕조마다 붙은 전화기를 붙잡고 혼자 짖고 있네 전화기는 붉은 낙태아처럼 말이 없고 나 전화기를 치마 속에 감추고 싶네 나는 내 앞에 있으면 좋을 사람에게 말을 거네 -- 한번만 다시 생각해봐요 더러운 걸레같은 내 혀로 있으면 좋을 그 사람의 젖은 머리를 닦네 탐조등은 한번씩 우리 머리를 쓰다듬고 나는 이제 몽유병자처럼 두 손을 쳐들고 물로 만든 철조망을 향해 걸러나가네 쇠줄에 묶인 개처럼 저 불쌍한 사랑기계들 아직도 짖고 있네 . --- p.136 |
햇빛 속에 늙은 여자 호박 하나 걸어간다
호박 속으로 한 사람이 들어온다 그 사람이 호박 속을 홍두깨로 민다 노랗고 붉은 섬유질의 방이 천지 사방으로 넓어진다 그 사이로 포크레인이 한 대 아른아른 지나간다 여름 한낮이 꿀 넣은 호박 속처럼 짙다 호박 속에는 127개의 씨가 있다 127개의 씨 속에는 127개의 호박이 들어 있다 그 호박들 속에는 다시 127개의 씨가 들어 있다 다시 그 씨 속에는 127×127×127×127개의 호박이 들어있다 머릿속에서 노오란 원자 호박탄이라도 터졌나 누가 내 머릿속 이 끈적거리는 전화선들을 걷어줄건가 김씨가 작두 아래 늙은 호박을 넣고 퍽퍽 쪼갠다 소 여물 줄 거라 한다 호박 속처럼 끈적끈적한 폭염 속 그 호박 속 사람들이 나가지 않는다 127×127×127×127들은 마음대로 들어오는데 나는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퍽 퍽 쪼개어 내 소에게 여물 먹일 수도 없다 호박이 속 검은 씨들을 악물고 막무가내 익어간다 --- p.44~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