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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서문 ···························· 4
초판 추천사 ···························· 6 001―이름 없는 나날들 ······················ 15 002―마당 있는 집 ························ 16 003―동화라구요? ························ 17 004―정원사의 영혼 ······················· 18 005―꽃밥 ··························· 19 006―막걸리 속의 꽃잎 ······················ 20 007―가네쉬의 코끼리 머리 ···················· 21 008―작은 사람 ························· 22 009―늙은 학생 ························· 24 010―입맛 ··························· 26 011―썩어가는 쇠고기, 찢긴 인형 ·················· 27 012―대구 촌놈, 코스모폴리탄 ··················· 28 013―노란 잠수함 ························ 30 014―아픈가, 우리는?······················· 31 015―오래된 허기 ························ 32 첫번째 편지 : 베트남 요리책―이문재 시인에게 ··············· 33 016―시커먼 내 속 ························ 43 017―노새 이야기 ························ 44 018―증기 기관을 와트의 아버지가 아니라 와트가 발명한 까닭······ 46 019―묘비 없는 묘비명 ······················ 47 020―내 속의 또다른 나 ······················ 48 021―살아 있는 도서관 ······················ 50 022―이건 죽고 사는 문젠데 ···················· 51 023―가소로운 욕심 ······················· 52 024―베를린 시장 ························ 54 025―누구도 아님의 장미 ····················· 55 026―소녀 전사 ························· 56 027―종교의 중립성 ······················· 57 028―점심 비빔밥 ························ 58 029―별들은 ·························· 59 030―어두움, 사무침 ······················· 60 두번째 편지 : 수메르어를 배우는 시간―차창룡 시인에게 ··········· 61 031―비단집 ·························· 70 032―곰이 또 실수를 했나?····················· 71 033―처음 본 죽음 ························ 72 034―내가 날씨에 따라서 변하는 사람 같냐구요?············ 74 035―마음속의 등불 ······················· 76 036―축제 ··························· 77 037―단풍 ··························· 78 038―지구는 둥글다 ······················· 79 039―냉전 시대, 복제 인간····················· 80 040―욕지기 ·························· 82 041―날틀 ··························· 83 042―우리 모두는 ························ 84 043―북경오리 만드는 법 ····················· 85 044―살아가는 조건을 밝히는 숫자 ················· 86 045―간 먹는 계모 ························ 88 세번째 편지 : 발굴을 하면서 빛에 대하여 생각하기―김지하 선생님께 ······ 89 046―가족계획 실천 마을 ····················· 99 047―품종 개량························· 100 048―평화주의자 ························ 101 049―새장 ··························· 102 050―오스턴 ·························· 104 051―상처의 어두움 ······················· 106 052―불안한 날························· 107 053―모든 것의 시작을 좇는 자 ·················· 108 054―예쁜 뒤꼭지 ························ 109 055―진흙 개·························· 110 056―어이, 탑골이야······················· 112 057―잡초를 위하여 ······················· 114 058―호박잎 바나나잎 ······················ 116 059―울고 있는 마리아······················ 117 060―엘람인들의 비둘기국 ···················· 118 네번째 편지 : 종 모양의 토기, 그리고 과거를 바라보기, 아니 지나간 시간을 소처럼 우물거리기, 벗들을 그리워하기―주인석 벗에게·········· 119 061―하늘길, 지상길······················· 127 062―거품의 눈물 ························ 128 063―목장우유 ························· 129 064―사라의 집························· 130 065―고마웠다, 그 생의 어떤 시간 ················· 131 066―문화인 ·························· 132 067―하마 이야기 ························ 133 068―고추 말리는 마을······················ 134 069―목마름 ·························· 135 070―나는 단 한 번도 ······················ 136 071―새의 풍장························· 138 072―죽음을 맞이하는 힘····················· 139 073―호상 ··························· 140 074―인생? ·························· 142 075―호머 심슨의 세계······················ 144 다섯번째 편지 : 킬링 슈트라세, 양파 썩는 냄새가 나던 집 ········· 145 076―에어리어 51························ 164 077―부정 ··························· 165 078―광우병 ·························· 166 079―누워서 바다를 지나가기 ··················· 168 080―내 친구 히틀러? ······················ 170 081―원자력 발전소를 지나며 ··················· 171 082―끓인 맥주························· 172 083―목련꽃 그늘에 누워····················· 173 084―이 지상의 집값······················· 174 085―이른 봄 음식 ······················· 176 086―말, 말 ·························· 178 087―산지기의 집 ························ 180 088―전쟁과 졸업 ························ 182 089―그것 ··························· 184 090―지극한 마음 ························ 185 여섯번째 편지 : 기숙사의 봄을 맞으며 떠나올 때를 생각하기, 혹은 아직 낯선 곳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기―혜경에게······· 187 091―무소식 ·························· 194 092―팥죽 이별························· 195 093―유등놀이 ························· 196 094―피냄새 나는 이름들····················· 198 095―살기 좋은 곳 ······················· 200 096―옛날이 가지 않는 이름 ··················· 202 097―건조한 초원 지역의 목화밭·················· 204 098―독재자 ·························· 205 099―어느 측량사의 여행 가방 ·················· 206 100―전갈에게 물린 남자····················· 208 101―결정적인 순간을 앞에 두고 도망치기·············· 211 102―동백꽃 ·························· 212 103―공부할 만한 사람······················ 213 104―중세의 조건 ························ 214 105―보기에 민망하다, 고 느끼는 나는? ··············· 216 일곱번째 편지 : 난쉐와 그 여신이 보호했던 많은 이를 위하여 ······· 217 106―한 달 생활비 ······················· 226 107―인간이 점치지 못하는 일 ·················· 227 108―옛 동독 지방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228 109―칠성사이다 ························ 229 110―물고기떡 ························· 230 111―환한 멸치볶음 ······················· 232 112―한국 식품점 ························ 233 113―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 ·················· 234 114―도라지꽃 ························· 236 115―동생 ··························· 237 116―크리스마스 저녁 ······················ 238 117―거울을 바라보기 ······················ 239 118―미라 ··························· 240 119―아들과 아버지 ······················· 242 120―압살라 ·························· 243 여덟번째 편지 : 잊음을 위한 권유··················· 245 121―그러던 시절 ························ 255 122―어머니의 보통학교 동창회 ·················· 256 123―교양 부족························· 258 124―호적 등본························· 260 125―나를 위해서만 사는 삶 ··················· 261 126―그 사랑 노래 ······················· 262 127―길모퉁이의 중국 식당···················· 264 128―생선 ··························· 265 129―정선 아리랑 ························ 266 130―아직도 아가인 사람의 마음 냄새 ··············· 268 131―울산바위 ························· 269 132―쓰레기 고고학 ······················· 270 133―사진 한 장 ························ 272 134―청금석 ·························· 274 135―통일 후·························· 276 아홉번째 편지 : 이방에서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기, 친해지기, 마음속으로 들어앉히기 ····················· 279 136―베두인의 치즈 ······················· 302 137―내 마음속의 시장······················ 304 138―바론 호텔························· 306 139―우울했던 소녀 ······················· 308 발문 가장자리에서부터 종이가 울었습니다―수경 선배에게┃박준(시인) ···· 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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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마당에 서 있으면 흰 꽃들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 꽃은 희게 빛난다. 문득 하늘을 본다. 하늘길 위를 비행기가 엉금엉금 걸어가고 있다. 하늘이 길인 것이다. 땅만큼 길인 것이다. 언젠가 하늘길을 다시 밟을 때 어둠 속에서 이 흰 꽃들을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사무치는 빛. 그러면 하늘길을 돌아 지상의 길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기에…… 하늘에 묻힐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하늘길, 지상길」중에서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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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네가 나보다 내 안에 더 많아질 때 진정 아름다워진다.
이 책은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한 기록이다.” 2018년 8월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를 펴냅니다. 이 책은 2003년 2월에 나온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이기도 합니다. 제목을 바꾸고 글의 넣음새와 책의 만듦새를 달리하여 15년 만에 다시 출간하게 된 것은 시인의 요청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2월 시인이 알려온 자신의 아픈 안부와 더불어 단단한 당부가 제게 남았던 것입니다. 말기암을 앓고 있다고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에 뿌려놓은 제 글빚 가운데 제 손길이 다시 닿았으면 하는 책들을 다시 그러모아 빛을 쏘여달라는 짧은 편지였습니다. 일체의 망설임도 보이지 못하고 재차 물음도 건넬 수가 없었습니다. 시인이 머물고 있는 그곳, 독일의 뮌스터에서 홀로 제 생을 정리하고 싶다며 아주 단호하게 그 어떤 만남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는 수 없이 아주 간간 어렵사리 시인과 통화를 하며 책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책을 쓴 시인이나 이 책을 읽은 저나 이 책이 나온 직후부터 너무 이 책을 사랑해왔기 때문에 그간 자주 대화를 나눠왔다는 기억에 기댈 수 있었던 안도였습니다. 처음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김혜순과 김사인, 두 시인이 멀리 독일에서 어렵사리 공부하는 후배 시인을 위해 부모된 마음을 얹어주셨지요. 이번 책에는 신용목과 박준, 두 시인이 멀리 독일에서 극한으로 앓고 있는 선배 시인을 위해 자식된 마음을 바쳐주었고요. 워낙에 시인 좋아하는 시인이라 이 네 명의 시인이 평생 제 책 안에 머물게 됨을 보고 참 든든해했습니다. 이 책은 시인이 쓴 총 139개의 짧은 산문과 9통의 긴 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자연과 우리 음식과 우리 사람과 우리 시를 그토록 뼈저리게 사랑했던 시인이 이 땅을 떠나 우리 자연이 아닌 우리 음식이 아닌 우리 사람이 아닌 우리 시가 아닌 막막한 독일땅에 혼자 던져지게 되면서 제 안에 고이게 된 이야기들을 특유의 시와 같은 사유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얼마나 배고플까 얼마나 외로울까 얼마나 서러울까 하는 모든 상황을 건너서서 섬찟섬찟 놀라게 되는 문장들을 마주할 때가 대부분인데, 그때마다 내가 주춤하게 된 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시인이 쥐고 있는 손수건이 '죽음'이었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러면서 알았지요. 아, 한국을 떠나는 순간 시인은 죽었구나. 그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니까 거죽은 그대로 둔 채 삶과 죽음을 겁도 없이 오갈 수 있었던 거겠구나. 이 시인의 시가 언제듯 통곡의 가락일 수 있는 연유는 예 있었겠구나. “더이상 이 지상에 없던 마당을 가꾸던 사람”, “나는 더 혼자이다”라고 말하는 사람, “사는 힘도 힘이지만 죽음으로 가는 힘도 힘”이라 말하는 사람, “지상의 삶과 지하의 삶이 그렇게 맞닿아 있다고”고 말하는 사람, “되돌아보면 아무 일도 내 인생에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 “꼭 다시 만나자, 네가 돌아오는 그날까지……”라고 말하는 사람, 시인 허수경. 사람 허리 창자를 끊을 만큼 무시무시한 말들인데 듣다 보니 묘하게 단련이 되는 것이, 그리하여 납득이 되는 것이, 우리에게 ‘죽음’을 일찌감치 공부시키고 훈련시켜서 긍정적이고 능동적이게 받아들이게도 한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사람을 휘게 하는구나, 구부리고 구부려서 끝끝내 부러지게 하지 않는구나, 모두를 원으로 둥글려놓는구나, 원이 원일 때 합하기도 좋게끔 그리 우리를 유연하게 하는구나. 허수경 시인에게 쓴 박준 시인의 편지에서 이 부분에 굵게 밑줄을 그었습니다. “그래도 시만한 선물은 없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선배의 선물을 저만 받은 것이 아니라 세상의 사람들이 함께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같은 것으로 보답을 드리고도 싶습니다. 선배의 것을 선배에게로.” “고마웠다, 그 생의 어떤 시간”이라지만 나는 이 시간의 다른 이름이 ‘영원’임을 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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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시집을 통째로 외우고 다녔다. 그러나 ‘스승’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빈 바람처럼 쓸리던 마음이 어느새 다다라 문을 두드리면, ‘왔어!’ 하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문을 열어주는 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제 몫의 술잔을 비우는 시. 그것으로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종교이고 한 편의 시가 어떤 마음에게 신앙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원’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는 한 사람이 자라 성인이 되고 가족을 이루고 한 세대를 완성하고는, 그저 저녁을 보고 있어도 좋을 만큼의 시간을 먼 마을에서 보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여기서도 거기서도 서로를 그리워했던 시간. 모든 일들을 꿈으로 돌려놓아도 좋을 시간. 기어이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을 말이다. 나는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의 오랜 예배였던 그 ‘시간’을 이 책에서 만난다. 이런 기억과 함께.
어느 여름날, 그는 바닥까지 끌리는 긴 우산을 한쪽 팔에 걸고서 뮌스터역 플랫폼에 서 있었다. 우리는 바빌론의 폐허에서 발굴한 ‘진흙개’의 기록이 남아 있을 연구실 창문을 함께 올려다보았고, 아픈 날 벗들의 이름을 앉혀놓고 혼자 밥을 먹었다는 중국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택시를 타고 그의 집으로 향하며 토끼가 자주 출몰했다는 기숙사를 멀찌감치 지나치기도 했다. 마치 모든 이유가 그 이름을 모국어로 불러주기 위함이라는 듯, 마당에 심어놓은 고향의 꽃과 채소들 앞에 나를 세워놓았던 저녁. 그리고 어둠 속으로 퇴화해가는 존재를 이야기했던 밤. 아침엔 가는 길에 먹으라며 새벽부터 만 김밥이 식탁 위에 동그랗게 올려져 있었다. ‘늙은 산들의 마을’을 떠나올 때, 밀밭에서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까마귀떼는 검은 물방울처럼 보이기도 했다. - 신용목 (시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