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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
삼척 서부초 2학년 정슬기 축구공이 꼼짝 않고 앉아 있다. 도르르 퉁, 하면서 굴러가고 싶겠다. (2009. 5. 7) 아이도 선생도 모두 집에 돌아가고 텅 빈 운동장을 내려다본 일이 있는가 모르겠다. 슬기네 집은 학교 바로 옆 언덕에 있는 아파트 1층이어서 운동장이 저 아래로 보인다. 모두 돌아간 어둑한 저녁, 길 따라 주황색 가로등이 툭툭 켜지는데 축구공이 하나 놓였다. 온종일 아이들하고 왁자지껄하게 천지 사방으로 튀던 축구공인데 오도카니 앉았다. 이런 일이야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슬기 눈이, 마음이 거기에 머물렀기에 쓸 수 있었다. --- p.10 힘 좋은 애벌레 양산 서창초 3학년 김성태 오늘 텃밭을 걷다가 빨간색 검정색이 있는 애벌레를 보았다. 비가 올 때는 잎 밑에 있고 비가 안 오면 잎 위에 있다. 참 힘이 좋다. (2018. 6. 5) 세상에는 참 힘이 좋은 것들이 많구나. 성태가 본 무당벌레 애벌레, 밟혀도 꿋꿋한 질경이, 제 몸보다 큰 먹이를 짊어지고 가는 개미, 쉴 새 없이 집을 고쳐 짓는 거미. 엉뚱한 데 힘쓰지 않고, 꼭 써야 하는 곳에만 힘을 쏟는 것들. 성태 시를 보면서 나는 지금 무엇에 힘을 쏟고 있을까, 생각했다. --- p.11 아빠 부산 반산초 2학년 조혜빈 선생님 어제요 아빠가요 서울에 이사짐 하러 가서요 또 못 봤어요 나는 아빠가 보고 싶은데 아빠 놀래킬라고 방 쓸고 걸레로 닦았는데 아빠는 보았을까요? (2011. 6. 4) 혜빈이는 아버지랑 둘이 산다. 그래서 아버지가 이렇게 멀리 일하러 갈 때는 혼자 있는 날이 많다. 아버지가 없는 날, 더 쓸쓸하고 투정도 부릴 만한데 혜빈이는 아버지 생각에 이렇게 걸레질을 한다. 혜빈이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서 혜빈이가 청소해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을까? 어쩌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 그래도 다행이다. 혜빈이는 그 마음을 선생님한테 말했으니. --- p.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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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어린이 시인들이 들려주는 가을 노래 “오늘은 낙엽들이 훌륭했습니다” 1학년 아이가 운동장 조회 시간에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보고 “오늘은 낙엽들이 훌륭했습니다”는 말을 쏟아 냈다. 운동장 한복판에서 오로지 낙엽에게만 마음을 준 아이, 그래서 낙엽마저 훌륭하게 만들어 버린 아이 마음이 더할 수 없이 따뜻하다. 쌀쌀한 가을날, 아이들 눈길이 가 닿은 세상은 어떤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을까? 혼자 있는 축구공, 눈이 맞은 새들, 할머니가 훌떡 따 준 감, 텅 빈 세탁기, 처음으로 혼자 걸어서 학교까지 간 1학년 아이의 외롭지만 용감한(?) 이야기…… 모두 서른 편의 노래들이 있다. 가을 들판을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아이가 그린 그림 들, 아이들이 어떻게 시를 만나는지 엿볼 수 있는 ‘시가 되는 씨앗’과 ‘시가 있는 교실’ 이야기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덤으로 독자가 창간호를 읽고 아이 시로 멋진 노래를 만들어 보내 준 선물까지 직접 들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