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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새로운 시적 선언 - 김경주
[발문] 시는 늘 음악의 상태를 동경하는 문학인 것이다 - 김봉현 [시를 믹스테이프로 옮기며] 활자들이 연기처럼 소리가 되는 경험 - MC메타 1 용광로 용광로에 빠진 눈사람 앞이나 뒤나 The Snowman that Fell in the Blast Furnace heads or tails 2 미세먼지 황사마스크를 쓴 무하마드 알리 나는 원해, 사랑해 먼지 Dust Mask Wearing Muhammad Ali I Want You, Dear Dust 3 소수자 “바츠해방전쟁”의 내복단을 위한 선언문 - 소수자 마이너리티 리포트 “Lineage 2: Barth’s War of Independence” Underwear Declaration Minority Report 4 취업난 캥거루족 어두움 주식회사 - 취업에게 Kangaroo Family Darkness Inc. 5 디지털증후군 나는 수퍼 데드리프 8세트 픽셀이 죽었어 - 디지털 조현병에 대하여 I Am Super Deadlift 8 Sets Generation Thigh Gap 6 월세 월세 고양이 천국에서 Monthly Rent In Cat Heaven 7 계란파동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 계란 후라이에 동물 전시회 - 조류 독감에 관하여 To the Egg Fry, Everybody Fold Up Your Blankies and Eat The Animal Exhibition - On Avian Influenza 8 롱패딩 열풍 날아라 거위 사라지는 엉덩이의 계절 Fly Goose Fly! Season of the Disappearing Butts 9 비선실세 박근hell 박근헬, 삼성 왕국에 살고 있는 아마추어 시인이자 영어 선생님의 사랑 노래 Park Geun Hell In Park Geun Hell, the Samsung Kingdom English Teacher / Amateur Poet 10 젠트리피케이션 빈방이씀 - 침수(沈水)된방에서 올리브영 짬뽕 - 고급화 바람 Room Vacancy - For a flooded room Olive Young 짬뽕 11 고독사 DNR 단독생활동물 DNR Solitary Animals [해설] 시로 하고, 시가 되는 - 허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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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두 현대시인이 벌이는 포에트리 슬램 배틀
그 미학적 전투에서 드러나는 한국사회의 민낯 감각을 확장하는 언어적 전위를 계속해오며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자주 허물었던 김경주는 이번에는 예술가 그룹을 통해 시가 발화하는 새로운 양식을 실험한다. 이 책의 시 혹은 포에트리 슬램으로 불러야 할 텍스트들이 형식적인 면에서 랩의 라임과 플로우를 고려했다면, 시의 내용은 2016부터 2018년까지 촛불 혁명을 기점으로 거대한 정치적, 사회적 전환을 맞이한 한국사회를 관통한다. 용광로에 빠져 허망하게 삶을 마감한 청년을 다룬 「용광로에 빠진 눈사람」부터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노인의 고독사를 다룬 「단독생활동물」까지, 청년의 죽음부터 노인의 죽음 사이에는 소수자, 미세먼지, 취업, 젠트리피케이션, 동물복지 문제 등 현대사회의 틈에서 발견한 웃기고 슬프고 뻔뻔한 사건들이 펼쳐져 있다. 구성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의 두 현대시인이 포에트리 슬램 배틀을 벌이는 식인데, 열한 곳의 전선에서 벌어지는 미학적 전투에서는 예상치 못한 인식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전선들이 한국사회에서 치명적이었던 것만큼 한 방향으로 굳어졌던 우리의 인식과는 다른 제이크 레빈의 관점과 표현은 흥미로운 지점들을 생성하고 있다. 가령 평창 롱패딩 열풍에서 착안한 「사라지는 엉덩이의 계절」에서 그는 롱패딩에 가려진 엉덩이에 집중한다. 레빈의 시어가 지니는 의미는 자주 그 대상을 훌쩍 뛰어넘는데, 유행에 맞춰 똑같은 패딩을 입는 행위는 저마다 무한하게 열려 있는 우리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과 같다며 이를 “엉덩이는 인간의 기회다.”라고 쓴다. 사라지는 엉덩이는 사라지는 자신이다. 시에서 랩으로의 전이 그것은 활자들이 연기처럼 소리가 되는 경험이다 포에트리 슬램은 시 낭독과 랩 공연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퍼포먼스의 한 형태로, 높낮이가 뚜렷한 강한 어조와 적극적인 몸짓, 여러 도구를 동원해 어떤 텍스트든 그 전달력을 놀랍도록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 안에 숨은 시적 리듬을 복원하고자 한다. 이 책에 수록된 시 역시 기존의 눈으로 읽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낄 때 화자의 의도를 더[문장웹진]에 연재될 때, MC메타가 이 시들을 랩으로 바꿔 부른 영상도 함께 발표되었다. 시를 랩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대해 MC메타는 이렇게 말한다.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듯, 질서 속에서 로우raw한 에너지를 보듯 나는 단어와 문장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소리를 들으려고 애썼다. 때로는 더듬어도 보고 때로는 헤집어도 보고 철없는 아이처럼 여기저기 어떤 소리가 나는지 들쑤셔보았다. 그러다 통로를 찾으면 그대로 밀고 나갔다.”(본문에서) 물론 모든 시와 랩에서 공통분모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처럼 시인과 래퍼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서로의 말들을 괜스레 들춰보고 자신의 운율이나 비트 위에 얹어보는 일이 반복될 때 또 다른 예술의 한 방식이 생겨나는 것일지 모른다. 형식과 권위에 매몰되지 않고 숨겨진 인간성과 그 리듬을 찾는 일에 헌신하는 예술가들의 서로를 넘나드는 실험,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