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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을 대신하여
1 내 인생의 소주 한 잔 간장 한 종지|소주 한 잔|봄 화전|짬뽕|얼음과자|떡볶이|단팥빵|감|싸리버섯|밥알 두 개 2 내 인생의 쌀밥 먹다 만 식빵 한 조각|쌀밥|간장게장|달걀|초콜릿|꿈과 초콜릿|커피 카페|섬과 밥|식탁에 떨어진 눈물|친구와 밥 먹기 3 내 인생의 마음끈 돈까스|마음끈|숟가락 무게|마른 귤껍질|죽 한 그릇|씨앗 한 톨|배고프다|조선간장|그 여자 ■글을 쓰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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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그것은 움직이는 구름 같은 것이다. 오고 있다. 내가 걸어서 가지 않아도 온다. 나는 여기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면 된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돈 벌고 애 키우다 보면, 그것은 몇 년 만에 만나 호들갑을 떨며 삼겹살을 사주는 다감한 선배처럼 온다. 지나온 삶이 밥상처럼 잘 차려지는 것이다. 그것은 소박할수록 좋다. 정 많고 따뜻한 추억들로 채워지기만 했다면.
우리 옛사람들은 장례의식을 축제처럼 치르지 않았던가. 때가 되면 누구나, 태어난 순서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운명대로 죽음의 길을 떠난다. 그런 거다. 죽음이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지상의 마지막 선물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매일매일 죽는다는 것을 상기하라.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중세 수도승들의 이 염불소리를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기자. ---「소주 한 잔」에서 내가 그때 먹은 싸리버섯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할머니 때문이다. 싸리버섯이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것처럼, 할머니에 대한 추억은 내 가슴속 깊은 어딘가에서 눈에 띄지 않게 숨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모습과 집, 그리고 그 모든 분위기가 뱀이 알을 삼킨 것처럼 내 기억 속에서 싸리버섯을 꿀꺽 삼킨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싸리버섯을 또렷이 기억할 수 있다. 내 가슴이 조금 넓어진 것이다. 이제는 그 할머니와 싸리버섯을 나란히 가슴속에 담아둘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십 년 전의 일이다. 이십 년,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도 할머니는 산속에 있는 나무나 뱀처럼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싸리버섯」에서 양은냄비 뚜껑을 열고 금방 한 밥을 한 숟가락 그득 푼다. 그 위에 굴비 한 조각을 얹는다. 꼭꼭 씹어 먹을 겨를이 없다. 연속동작으로 마치 걸신들린 거지새끼처럼 입천장이 데는 줄도 모르고 밥을 ‘빡빡’ 긁어 먹고 나면 갈증이 난다. 배가 고파 급히 먹으면 이상하게 그렇다. 벌컥벌컥 냉수 한 사발을 들이킨다. 그리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청자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 성냥을 켜댄다. 연기는 가능한 한 길게 마시고 길게 내뿜는다. 행복하다. 비록 조금 전에는 거지였지만, 배가 부르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왕자가 된 기분이다. 스르르 잠이 온다. 아, 행복해. ---「쌀밥」에서 밥을 먹기 위해 숟가락 하나를 들어올리기는 것이 만만한 게 아니다. 그 밥을 위해 일을 하고, 치욕을 참고, 자신의 꿈도 포기한다. 친구는 그것은 바로 인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다 내 머릿속에는 그가 무심히 웃으면서 던진 말이 돌멩이처럼 날아왔다. 그날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내 삶의 숟가락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숟가락 무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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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과 재미, 교양과 유머를 아우르는
맛깔스런 푸드 에세이, 인생 레시피! 맑은 간장 한 종지에 비치는 순하고 착한 마음, 소주 한 잔에 꽃처럼 피어나고 별처럼 떠오르는 사람들, 따뜻한 밥 한 그릇 앞에서 느끼는 삶의 숟가락 무게… 그리고 싸리버섯, 단팥빵, 짬뽕, 떡볶이 등 추억을 이어주는 내 인생의 아름슬픈 마음끈! 음식은 추억이며 지나온 내 삶을 말해주는, 거꾸로 세운 이정표다. 가만히 내가 이제까지 먹었던 것들을 떠올려본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입으로 먹는 동시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것은 시간을 먹는 것이었다. 앙금처럼 기억의 창고에 쌓여 있던 시간을 조심스럽게 헤쳐보니 나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내가 먹고 산 것들의 총화였다. 최고의 내용을 최저의 가격으로, ‘59클래식BOOK’! ◆지혜와 감동,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담은 명저들의 향연 ◆젊은 세대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에 맞춘 혁신적 패러다임 ◆다양한 분야에 걸친 신개념 콘텐츠 개발의 디딤돌 ‘59클래식Book’은 젊은 영상세대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정서를 함양시키고 삶의 기반이 되는 지식과 감동, 책 읽는 즐거움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속도와 변화를 앞세운 첨단 기기와 미디어가 빚어내고 있는 감각적이고 소비적인 삶의 행태는 어느덧 도서 시장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출판사 간의 과도한 경쟁이 더해지면서 출간되는 책의 종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도서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서점과 도서유통업체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질 좋은 양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출판사는 가능한 한 ‘최고의 내용을 최저의 가격으로’ 공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빈약한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책이 무절제하게 쏟아지고 도서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도서 정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점·출판계가 자구책으로 마련한 도서정가제는 사실상 무너졌고 과도한 할인 경쟁은 거대 자본을 가진 출판사만 살아남는 기형적인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 경제 불황, 도서 유통업계의 붕괴, 독서인구의 감소 등은 우리나라 출판계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장애물이다. ‘59클래식Book’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지적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59클래식Book’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각 분야의 명작들을 엄선하여 젊은 세대의 욕구에 눈높이를 맞추는 한편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가 내세운 ‘전권 5,900원’이라는 파격적인 도서 정가는 출판사의 실익보다는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책과의 간극을 좁혀보자는 절치부심의 결단이다. ‘59클래식Book’의 책들은 시공을 초월해 인정받아온 가치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 책에서 독자들은 새로운 감동으로 맛보게 될 것이다. 결국 책의 앞날은 얼마나 더 많은 독자가 책을 읽고 사랑하느냐에 달려 있다. 독자의 손때가 타지 않은 책은 단지 가공된 종이에 불과하다. ‘59클래식Book’은 독자들과 가까이서 소통하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마음이 모여 만들어가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발걸음이 될 것이다. 음식, 그 끝없는 탐욕과 사라지지 않는 본능 사이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고 말했다. 배고픈 사람 앞에 놓인 음식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먹고 사는 걱정이 사라진 풍요의 시대에 음식은 차고 넘친다. 곳곳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다이어트 광풍이 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웰빙족이 대세인 현실 앞에 서면 어느덧 음식은 탐욕이 되고, 고역이 되고, 선택사항이 되고 만다. 음식은 넘치게, 급하게 서둘러 먹지 말아야 하지만 한순간 일어나는 탐욕을 어쩌지 못하고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어치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음식은 어떤 의미일까? 시인이자 소설가인 작가 원재훈의 푸드 에세이 『소주 한 잔』은 지난 세월이 차려놓은 인생의 밥상 위에 맑게 비치는 만화경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어준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어 먹는 기쁨, 친구와 함께 밥 먹는 편안함, 소주 한 잔에 취해가며 오가는 다정다감한 추억들, 그리고 소박한 마음과 시간이 부려놓은 그리움이 낙인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는 음식들……. 원재훈의 『소주 한 잔』을 읽다 보면 우리가 배고플 때마다 또는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고 인생의 기쁨과 슬픔, 감동이 가득한지를 알게 된다.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세상, 뒤죽박죽된 맛과 갖은 조미료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정갈하고 담백하게, 욕심 없이 평생을 보낸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의 삶은 간장 한 종지의 깨끗함과 단순함으로 비유된다. 실제로 어린아이의 눈으로 순수하고 진실하게 세상을 보았던 그의 글은 물질 만능의 세태에 짭조름한 간장 향기와도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음식을 먹는다. 음식은 한평생 뗄 수 없는 인간의 생명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음식 앞에서 얼마나 오만하고 무관심한가. ‘음식을 천천히 입안에 넣고 씹으면 교감의 시간이 찾아온다. 혼연일체의 순간이다. 먹는 것은 위로 들어가 완전히 분해되어 피와 살이 된다. 이런 간절한 사랑이 또 어디에 있을까?’ 사랑하면 서로 닮아간다고들 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같은 음식이라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도 달라진다. 인생,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아름다운 추억과 깊은 인연들 『소주 한 잔』은 작가 원재훈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음식에 얽힌 사연과 늘 가까이 있어 그 존재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곤 하는 가족·이웃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가 추억하는 많은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음식들은 그 특유의 맛과 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의 인생이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의 관계.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 그 순간에, 사랑을 고백하는 그 자리엔 늘 음식이 놓여 있다. 책상 위에 나뒹구는 마른 귤껍질로 노란색이 우러나는 차를 끓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쌀밥 한 그릇에 배부른 행복과 가난한 시절의 풍경이 어스름 찾아들고, 짬뽕을 먹을 때마다 불현듯 그 모습과 말씀이 생각나는 큰아버지……. 『소주 한 잔』은 맛있거나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쌉싸래하면서도 결코 잊어지지 않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되찾아주는 한편 사람들과 뒤섞이고 부대끼는 바람에 제 색깔을 잃어버린 채 이리저리 쉽게 휩쓸리는 인생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준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스펙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외치는 이들에게 『소주 한 잔』은 살맛나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인생이 무엇인지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 지금은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그런 포만감 뒤에 정신의 빈곤함이 있다. 굶주리는 사람이 눈에 걸리듯 곳곳에 숱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성형과 다이어트 산업이 불야성을 이룬다. 영혼이 배고픈 시대다. 삶에서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게 영혼과 육체의 관계다. 영혼이 배고프면 육체 역시 견딜 수 없고, 육체가 굶주리면 영혼 또한 버틸 수 없는 것이다. 배고픈 영혼에 병든 육체가 따르고, 배고픈 육체에 병든 영혼이 따르는 법이다. 자살은 영혼의 굶주림 앞에서 사람이 선택하는 여러 가지 반응 중 하나다. 그러나 영혼의 굶주림에 비해 육체의 굶주림은 훨씬 생생하다. 물론 먹을 것이 풍요롭다고 잘 사는 건 아니다. 혼자만 잘 살면 그게 무슨 재미냐고 전우익 선생은 말했다. 그렇더라도 아름다운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꽃피고, 쌀독이 찬 후에야 예의를 아는 것이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삶인 것이다. 도대체 먹지 않고 사는 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오늘도 나는 먹는다. 그리고 배설한다. 태양이 뜨고 지는 것처럼,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처럼. 이 행위를 통해 나는 목숨을 유지한다. 사람은 음식과 가장 완벽한 사랑을 나눈다. 음식은 말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사람에게 준다. 오늘도 우리는 자연의 위대한 사랑 안에서 살고 있다. 씨앗이 땅에 떨어지고, 열매가 맺히고, 사람이 그것을 먹는 것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속되는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습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