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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개기름 막힌 창 핼핀 프레이저의 죽음 막슨의 걸작 시체를 지키는 사람 인간과 뱀 표범의 눈 카르코사의 주민 매커저 협곡의 비밀 덩굴 요물 이방인 내가 좋아하는 살인 오른발 가운뎃발가락 심리적인 난파 말 탄 자, 허공에 있었다 |
Ambrose Gwinnett Bie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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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서 떨어뜨린 총을 잡으려는데 모건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의 비명과 함께 투견의 으르렁거림처럼 거칠고 난폭한 소리가 섞여 있었다. 겁에 질린 나는 일어서려고 버둥거리며 모건이 도망친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 광경을 보고도 내가 살아남았다니 신의 축복이다! 삼십 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내 친구 모건이 한쪽 무릎을 꿇고 섬뜩할 정도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모자가 벗겨지고 긴 머리칼은 산발이 된 상태에서 그는 전후좌우로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치켜 올린 오른팔에는 손이 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의 오른손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팔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 기괴한 장면을 기록하는 지금처럼 당시에도 나는 간간이 그의 몸 일부만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몸 일부가 지워진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렇게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데, 그의 움직임에 따라서 지워졌던 몸이 다시 나타났다.
--- 「요물」중에서 ……그때 불어닥친 돌풍이 묘비의 가장 윗부분에 있던 낙엽과 잔가지를 휩쓸고 갔다. 나는 돋을새김된 글자 하나를 발견하고 상체를 구부려 그것을 읽었다. 이럴 수가! 내 이름이 거기 있었다. 내 출생일과 사망일이 거기 있었다! 내가 겁에 질려 벌떡 일어서는 순간, 햇살이 나무 한쪽을 환히 비추었다. 태양이 장밋빛 동쪽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나무와 붉은 태양 사이에 서 있었다. 나무줄기에 던져진 내 그림자가 없었다! ---「카르코사의 주민」중에서 ……일 미터 오십 센티미터 높이에 근사한 선물처럼 매달려 있는 자루(숙부가 들어 있는)를 보더니, 숫양은 절정의 기분을 만끽하는 것처럼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멈추어 서 있는 자세 그대로 앞쪽으로 돌진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저를 뛰어넘어 대포알처럼 가여운 숙부의 머리를 들이받았습니다. 숙부의 목이 부러졌을 뿐 아니라, 동아줄도 끊어졌습니다. 자루에서 튀어나온 시체가 숫양 앞에 떨어졌습니다. 당시의 충돌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론 핸드 마을과 더치 댄 마을 사이에 있는 시계들이 전부 멈추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근처에 있던 지진의 권위자, 데이비슨 교수는 그때의 진동이 북쪽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 「내가 좋아하는 살인」중에서 ……지름이 수십 센티미터 되는 줄기에서 이 미터 남짓 땅을 파들어 가자, 곧바로 쉽게 부서지는 토양이 나타났다. 그때부터 줄기가 갈라지고, 지근과 수염뿌리, 꽃실로 또 나누어졌는데, 그 얽힌 형태가 매우 기묘했다. 조심스럽게 흙에서 떼어 놓고 보니 그 형태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덩굴 자체를 지탱하는 분지(分枝)가 사람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크기와 모양으로 빽빽하게 얽혀 있었다. 머리와 몸통, 사지가 있었고,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또렷했다. 많은 사람들은 공 모양으로 얽힌 부분을 얼굴이라고 단언했다. 전체적인 형태는 가로로 놓여 있었고, 가슴 부근에서 더 작은 뿌리들이 얽혀 있었다. 사람과 닮은 형상 중에서 한 부분이 불완전했다. 한쪽 무릎에서 이십오 센티미터쯤 내려가는 지점에서 섬모가 돌연 겹쳐지더니 뒤쪽과 안쪽으로 자라 있었다. 즉, 왼쪽 다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 「덩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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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사전』의 저자 앰브로스 비어스의
죽음과 영혼에 관한 냉소적 위트와 아이러니! 풍자와 위트로 그려낸 인간 기저의 충격적이고 섬뜩한 자각과 만나다 최고의 내용을 최저의 가격으로, ‘59클래식BOOK’ 시리즈! 지혜와 감동,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담은 명저들의 향연 젊은 세대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에 맞춘 혁신적 패러다임 다양한 분야에 걸친 신개념 콘텐츠 개발의 디딤돌 ‘59클래식Book’ 시리즈는 젊은 영상세대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정서를 함양시키고 삶의 기반이 되는 지식과 감동, 책 읽는 즐거움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속도와 변화를 앞세운 첨단 기기와 미디어가 빚어내고 있는 감각적이고 소비적인 삶의 행태는 어느덧 도서 시장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출판사 간의 과도한 경쟁이 더해지면서 출간되는 책의 종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도서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서점과 도서유통업체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질 좋은 양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출판사는 가능한 한 ‘최고의 내용을 최저의 가격으로’ 공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빈약한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책이 무절제하게 쏟아지고 도서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도서 정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점?출판계가 자구책으로 마련한 도서정가제는 사실상 무너졌고 과도한 할인 경쟁은 거대 자본을 가진 출판사만 살아남는 기형적인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 경제 불황, 도서 유통업계의 붕괴, 독서인구의 감소 등은 우리나라 출판계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장애물이다. ‘59클래식Book’ 시리즈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지적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59클래식Book’ 시리즈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각 분야의 명작들을 엄선하여 젊은 세대의 욕구에 눈높이를 맞추는 한편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가 내세운 ‘전권 5,900원’이라는 파격적인 도서 정가는 출판사의 실익보다는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책과의 간극을 좁혀보자는 절치부심의 결단이다. ‘59클래식Book’ 시리즈의 책들은 시공을 초월해 인정받아온 가치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 책에서 독자들은 새로운 감동으로 맛보게 될 것이다. 결국 책의 앞날은 얼마나 더 많은 독자가 책을 읽고 사랑하느냐에 달려 있다. 독자의 손때가 타지 않은 책은 단지 가공된 종이에 불과하다. ‘59클래식Book’ 시리즈는 독자들과 가까이서 소통하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마음이 모여 만들어가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발걸음이 될 것이다. * * * 『악마의 사전』 저자이자 미국 고딕 단편의 선구자 앰브로스 비어스의 환상 소설로 만나는 죽음과 영혼에 관한 냉소적 위트와 아이러니 현대 쇼트 스토리의 창시자 앰브로스 비어스가 선사하는 고딕의 정수!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을 포함해, 앰브로스 비어스의 작품 중 공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걸작 단편을 묶었다. 1800년대 중반 이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쓴 17편의 환상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비어스 특유의 유령의 의미와 과장된 유머를 통해 부조리하고 그로테스크한 고딕의 참맛을 만끽하게 한다. 단어 풍자 사전이자 냉소적 사전의 효시인 『악마의 사전』으로 이미 국내 팬들에게 확고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확보한 앰브로스 비어스. 그는 현대 쇼트 스토리의 창시자로 불리며 전쟁과 불안, 죽음의 공포 등 영혼의 극한적인 상태를 특유의 담담함으로 신랄하게 묘사하는 개성이 강한 작가이다. 1843년 오하이오 주에서 열세 명의 형제 중 열 번째로 태어난 비어스는 생계에 초연했던 아버지와 형제들과의 반목 등으로 평온치 못한 유년을 보냈다. 게다가 자신의 이혼과 두 아들의 불행한 죽음을 목도해야 했으며, 그 스스로는 혁명이 한창이던 멕시코로 건너간 뒤 행방에 관한 무성한 추측만 남긴 채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로 묘연하달 수밖에 없는 그의 삶은 영화 〈올드 그링고Old Gringo〉(1933)와 〈황혼에서 새벽까지 3From Dusk Till Dawn III: The Hangman's Daughter〉(2000) 등에 모티프를 제공했으며, 그의 괴팍하고 복잡한 성품이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었는가를 밝히려는 시도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앰브로스 비어스처럼 작품뿐 아니라 작가 자체가 흥미를 자아내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실종 사건 중 하나라는 비어스의 행방불명은 한동안 경쟁이라도 하듯 황당하면서도 그럴듯하고 그래서 매혹적인 루머를 양산해냈다. 당시에는 뱀파이어마저 그다지 허무맹랑하고 도발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_「옮긴이의 글」에서 인간 기저의 충격적이고 섬뜩한 자각과 만난다 “정치는 범죄 계급 중에서도 특히 저급한 족속들이 즐기는 생계 수단이다.” “사랑은 환자를 결혼시키든지, 혹은 이 병의 원인이 되었던 환경으로부터 격리시켜야만 고칠 수 있는 일시적인 정신이상이다.” 『악마의 사전』에서 정치와 사랑을 이와 같이 정의한 바 있는 비어스는, 유령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유령은 내적인 공포의 외적이고 가시적인 표상이다” 그의 확신에 찬 설명만큼 비어스의 소설 전반에 등장하는 유령에는 충격적이고 섬뜩한 자각의 기조가 흐르고 있다. 그것은 이상적이기를 꿈꾸었던 개인의 실수 혹은 사회 체제의 결함에 대한 인식이며, 맞닥뜨린 죽음에 대한 인식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허영과 자만이 불러온 끔찍한 죽음을 경험하거나(「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무기력하게 그저 목도할 뿐이고(「개기름」, 「시체를 지키는 사람」), 과장된 유머를 통해 황홀했던 살인의 과거를 냉소적으로 추억하고(「내가 좋아하는 살인」), 동물과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막힌 창」, 「인간과 뱀」, 「요물」) 혹은 자아의 공포가 극대화된 대상으로서의 어머니 유령에게 죽임을 당한다(「핼핀 프레이저의 죽음」). 또한 억울하게 살해된 유령이 남긴 메시지는 살인자의 우연한 죽음을 통해 드러나고(「덩굴」, 「오른쪽 가운뎃발가락」), 면식도 없는 타인의 죽음을 대리 경험하기도 한다(「심리적인 난파」). 죽음과 영혼에 있어 점점 더 모호함을 강조하던 당시 세기말의 유령들과 비교해 보면, 비어스가 드러내는 유령은 꽤나 직선적이고 상징적이다. 그가 창조해내는 유령은 다름 아닌 자아의 공포 의식이 현실의 부조리와 맞닿는 지점에서 불가항력으로 여실히 드러남에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고딕 감상의 지평을 넓혀 준 시대를 앞선 시도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때로 얼개가 느슨하기도 하고 당위성이나 인과관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이렇게 개연성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비어스의 작풍은 당대의 주된 문예사조가 사실주의 혹은 자연주의였다는 점에 비추어, 시대의 문학과 융화하기 힘들었음이 분명하다. 저널리스트로서의 드높았던 명성만큼 작가로서는 성공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겠다. 그러나 비어스 자신이 무엇보다 개연성에 연연하기를 원치 않았다. 비어스가 문학이라는 허구의 공간에서 개연성을 무시한 이유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야말로 그럴듯하지 않은 뜻밖의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기에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은 다름 아닌 현실이었다. _「옮긴이의 글」에서 당시 비주류인 데다 시대를 너무 앞서 있었다는 이유로 문학적 인정권 밖에 머물렀던 비어스의 소설이야말로 역설적으로 19세기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고딕 소설의 궤도를 이탈해, 고딕 작품이 가진 기괴함과 공포, 신비감의 지평을 더욱 넓힌 셈이다. 사회의 속박에서 자유로웠고 시대에 순응하지 않은 작가로, 풍자 문학과 사회 비평의 선구자로, 사후 5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와 그의 작품이 활발히 재조명되는 이유는, 시대를 앞서간 그의 고딕 전통에 관한 새로운 변주와 시도들이 지금 이 시대 우리를 위한 선물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