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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엮어내며 008
세상에서 제일 바보 천치처럼 활짝 웃는 기둥에서 말뚝까지, 혹은 개를 기르는 방법 잭 앨런 013 잡종 P.G. 우드하우스 025 장전된 개 헨리 로슨 065 이론과 사냥개 오 헨리 075 누렁이의 추억 오 헨리 089 루이스 사키 097 개를 두려워한 소녀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105 던져졌던 생각들을 다시 모을 거야 떠돌이들 마크 리차드 131 개를 들이다 매튜 마틴 139 추억 존 골즈워디 149 렉스 D. H. 로렌스 169 어떤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183 크람밤불리 마리 폰 에브너에셴바흐 199 저물녘 앉아있던 자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 스탠리 빙 215 어떤 개에 대한 단상 제임스 서버 223 사람을 문 개 제임스 서버 229 댄디 윌리엄 헨리 허드슨 237 저기 있는 나의 개 헨리 로슨 243 스티킨-어떤 개 이야기 존 뮤어 247 바람처럼 달리다 특사 레이 브래드버리 277 딕 삼촌의 롤프 조지아나 M. 크레이크 289 용맹한 개 사무엘 베이커 297 폼페이의 개 루이스 언터마이어 307 문에서 밀라 조 클로저 321 점령 찰리 테일러 331 아무 죄 없는 정직한 개들을 길러..... 암갈색 개 스티븐 그레인 369 스탤리 플래밍의 환각 앰브로스 비어스 379 개 기름 앰브로즈 비어스 383 율리시즈와 개아범 오 헨리 389 개를 가진 남자 기 드 모파상 397 삐에로 기 드 모파상 407 어떤 복수 기 드 모파상 415 |
O. Henry,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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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사랑만이 개가 가진 야생의 자유를 잃게 만들고 인간의 종이 되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이런 복종심과 사랑의 완성으로 인해 인간들은 가장 극심한 경멸의 말을 내뱉는다. “이 개새끼야!”
---「렉스」중에서 여기 있는 늙은 개는 10년간 나를 따랐습니다. 홍수와 가뭄을 버티면서, 좋은 시절과 어려운 시절을, 대부분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그 시절을 버텨왔다고요. 친구도 없고 돈도 없는 그 외로운 길에서 내가 미치지 않도록 해주었고, 그 빌어먹을 술집에서 마신 술에 잔뜩 취했을 때면 몇 주 동안 나를 지켜줬습니다. 여러 번 내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지만, 고맙다는 말보다는 뻔질나게 발로 차이거나 욕을 먹었죠. 그런데도 그 모든 걸 용서해줬어요. 그리고 나를 위해 싸웠고요. ---「저기 있는 나의 개」중에서 나는 길버트가 어떤 놈인지 잘 알기 때문에,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길버트는 조용히 협박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내가 먹고 있을 때, 강압적인 폭력 전술을 사용하기에는 무지하게 약삭빠른 녀석은 폭력에는 폭력이 따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녀석은 나를 아주 애절한 눈빛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녀석은 계속해서 나를 바라본다. 개에 대한 인간의 비인도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 녀석이 한숨을 쉰다. 내가 갑자기 비정한 미식가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맛있는 음식 한 조각을 내 입으로 가져간다. 녀석의 시선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녀석의 입에서 천천히 침이 줄줄 흐른다. 결과적으로 나는 길버트에게 줄 음식을 발라내면서 저녁식사 시간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런 뒤 욕을 퍼부으며 녀석에게 음식을 바친다. ---「기둥에서 말뚝까지, 혹은 개를 기르는 방법」중에서 날이 저물자 그가 가버렸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거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몹시 우울해졌다. 나는 깽깽거리면서 온 집안을 타닥타닥 휘젓고 다녔다. 그 집은 정말로 흥미로운 집이었고, 그렇게 큰 집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보다 더 컸지만, 내 기분을 북돋을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간 나를 그토록 두들겨 팼는데도 그 남자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게 참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는 개다. 개들은 원래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저녁 무렵이 되자 나는 세상 비참해졌다. 어떤 방 한 곳에서 그토록 좋아하는 구두와 낡은 옷솔을 찾아냈어도 잘근잘근 물어뜯을 수가 없었다. 나는 맥없이 앉아있기만 했다. ---「잡종」중에서 결혼생활 때문에 불행한 남자가 거의 개의 지능을 지닌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런 세상에, 멍멍아. 착한 멍멍아. 너 거의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왜 그래, 멍멍아. 고양이들이 있다고?” 고양이들이라니! 난 말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당연히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은 동물의 언어 능력을 부정했다. 개와 사람은 오로지 소설 속에서나 의사소통할 수 있다. ---「누렁이의 추억」중에서 태생적으로 사랑이라는 정신적인 갑옷과 투구를 병력으로 갖췄다는 점에서 그들은 모두 정복자들이었다. 사랑으로 무자비한 앙심과 적의를 정복한 개가 있었다. 사랑으로 아집을 정복한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셋 중에서 가장 위대한 정복자였다. 모든 창조물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적이며 사랑의 정반대인 두려움을 사랑으로 정복했기 때문이다. ---「개를 두려워한 소녀」중에서 나는 한밤중에 일어났다. 동생은 어느새 창문을 통해 바깥에 나가 있었다. 마당에서는 동생과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서로 개줄 끝을 잡고 있었다. 동생이 개줄을 감아 끌어당기는 사이 내가 달려들어 붙잡았다. 더러운 개털에서 빠져나온 벼룩들이 이미 내 팔과 목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개를 눕혀놓고 개털에 비누처럼 거품이 일 때까지 살충제를 한 통 다 뿌렸다. 동생은 개의 귀에 포도송이처럼 매달린 진드기를 태우려고 성냥을 가져왔다. 성냥을 긋자 개는 푸른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스웨터를 입은 것 같았다. 개는 집 밑으로 불덩이를 쏘듯 달려갔다. ---「떠돌이들」중에서 우리는 양치기개와 농부 사이의 마음처럼 우리 사이에도 그러한 마음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개의 나이가 몇 살이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농부는 늙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내 딸 테레사는 11월에 태어났어요. 그리고 이 녀석은 8월에 태어났고요.” 양치기개는 열여덟 살이 되자 죽었다. 주인의 부츠 옆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며 누워있던 부엌의 어두컴컴한 서까래 주위에서 장작을 때는 연기와 함께 녀석의 영혼도 저 높이 사라졌다. ---「추억」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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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만나는 ‘개 세계문학 단편집’
이른바 ‘개 계발서’에서부터 소설, 에세이, 사진집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들어 특히 개를 소재로 하거나 주인공으로 온전히 한 권으로 펴낸 책들은 상당히 많았지만, 흔히 ‘세계문학’이라 불리는 개 단편 모음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다. 우선은 기존에 출간된 영미권의 단편집들을 뒤졌으나, 시대적으로 한정된 문제, 아쉬운 작품들이 빠진 점, 작품들의 다양성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기존의 책을 수입하는 대신 2년여에 걸쳐 인터넷과 도서관을 뒤져 자체적으로 ‘개 세계문학 단편집’을 완성시켰다. 2. 대문호의 작품들과 낯선 작가들 잭 런던의 『야성의 외침』처럼 국내에 이미 여러 번 번역되어 익히 알려진 목록은 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대개 처음 접하는 글들 위주로 묶기로 작정했다. 또 처음 만나는 작가라면 더더욱 좋겠다는 바람도 들어갔다. 하지만 ‘거장들의 개’는 역시 빠질 수 없는 목록이었다. ‘삶은 기막힌 반전’이라는 것을 개를 통해 무감각하리만치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기 드 모파상과 오 헨리는 단편소설 작가의 대명사라는 수식어를 실감나게 해준다. 모파상의 『개를 가진 남자』와 오 헨리의 『이론과 사냥개』, 『누렁이의 추억』, 『율리시즈와 개아범』은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들이다. 『떠돌이들』의 마크 리처드와 『개를 들이다』의 매튜 마틴, 『추억』을 쓴 193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존 골즈워디, 『암갈색 개』의 스티븐 크레인, 『개를 두려워한 소녀』의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등은 작가뿐 아니라 작품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아예 소개조차 되지 않았지만, 시대와 나라를 초월하여 우리 삶의 황량한 풍경과 참담한 상황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개의 숙명과 인간의 숙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또한 호주의 국민시인이라 일컫는 헨리 로슨(『장전된 개』, 『저기 있는 나의 개』)과 오스트리아의 마리 폰 에브너에셴바흐(『크람밤불리』)의 작품을 수록함으로써 가급적 다양한 나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3. 다양한 장르-유머에서부터 공포, 판타지, 로맨스, 동화까지! 작가들에게 개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 수호자, 구조대원이다. 애초부터 순교자로 보이거나 복수를 꾀할 마음이 없는 자들로, 작가들을 섬기고, 찬양하며, 즐겁게 해준다. 영국이 낳은 유머의 대가 P. G. 우드하우스의 『잡종』과 호주의 국민시인이라 불리는 헨리 로슨의 『장전된 개』, 미국의 유명한 유머 작가 제임스 서버의 『사람을 문 개』와 『어떤 개에 대한 단상』, 잭 앨런의 『기둥에서 말뚝까지, 혹은 개를 기르는 방법』은 문학 속에서 ‘대개 얼간이같이 침을 흘리며 활짝 웃는 얼굴이 머리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개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마크 리처드와 매튜 마틴, 마리 폰 에브너에셴바흐, 레이 브래드버리는 한편의 서정시를 읊조리듯 문장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조지아나 M. 크레이크(『딕 삼촌의 롤프』)와 사무엘 베이커(『용맹한 개』), 루이스 언터마이어(『폼페이의 개』), 밀라 조 클로저(『문에서』), 찰리 테일러(『점령』)는 동화 같은 형식을 취해 개와 인간 사이의 유대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문학의 한 축을 형성하는 공포와 판타지 역시 작가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목록이다. SF문학의 대가 앰브로스 비어스는 『스탤리 플래밍의 환각』과 『개기름』을 통해, 기 드 모파상은 『개를 가진 남자』와 『삐에로』, 『어떤 복수』를 통해 인간세계의 끔찍한 광경을 개를 통해 섬뜩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