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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곁 │ 노을에 대한 강박(强拍) │ 자원봉사 │ 세 친구와 삼겹살 │ 돌산읍 마을금고 │ 시인 │ 망부 전 만지장서(亡夫 前 滿紙長書) │ 꼭꼭 숨어 잘 보이는 집 │ 고장 난 오후 │ 지하철의 다리들 │ 월하정인(月下情人) │ 매립지 2 │ 음복 │ 잔업 │ 형수의 세탁소 │ 바람은 아직 모른다 │ 홍예문을 나서며 │ 겸상 │ 히말라야시다 │ 동굴거미들의 병원 │ 늦은 커피 2부 밀입국 │ 천문학 외전(外傳) │ 우연(偶然) │ 의문 │ 매조서정(梅鳥抒情) │ 아버지의 연필 │ 불혹의 집 │ 별 보고 딴 생각 │ 울퉁불퉁 │ 풍동 우체국 │ 드므 │ 11월에는 트로트를 │ 망명 │ 선유리 빈 집 │ 아버지의 연필 (2) │ 불륜 │ 얼큰한 시월 │ 비문(碑文) │ 울화(鬱火) 3부 장물아비 │ 그늘 제조법 │ 재수 좋은 날 │ 바람의 전입신고 │ 매조서정(梅鳥抒情) 후기 │ 문자 메시지 │ 침묵 - 未/12 │ 눈치 │ 산신각 뒤 소나무 │ 폐차의 추억 │ 개 같은 봄날 │ 무거운 상징 │ 간월암에 보내는 답장 │ 꿈 │ 뒷길연가 │ 용산면 월림(月林)마을 │ 산란 │ 돌연변이의 오후 │ 화랑로(花郞路) │ 함박눈의 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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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행로”
전영관의 첫 번째 시집은 ‘바람’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것은 부황한 도시의 일상을 노래하는 시편들, 남루한 유년의 추억을 회상하는 시편들, 그리고 역사의 풍속을 되살리는 시편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닌다. 보다 요약해서 말해보면 그의 시편들이 만들어내는 바람은 삶의 공간 사이로 이동하는 일에 만족하지 않고 시간 사이로 이동하려는 의지를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바람의 전입신고」라는 작품에서 “전입신고서에 이번 주소지를/봄의 변방이라고 기록하겠다”라는 마음가짐은 바람의 이동방향을 계절의 자리바꿈으로 표현해놓고 있는 것이다. ‘겨울’에서 ‘봄의 변방’으로 부는 바람이라면 생의 희망을 암시하고 있으리라. 겨울에서 봄으로 불어가듯이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부는 바람 또한 현재와는 다른 생을 읽어내려는 기대감을 내포하고 있다. 그 기대감은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오르는 ‘연대기’를 해독하려는 욕망으로도 읽힌다. 바람과 어울리는 ‘히말라야시다’의 운명에서 “신들이 폭풍의 필체로 기록해 둔/연대기 한 페이지를 읽”(「히말라야시다」)어내려는 욕망이 그런 사례다. 주목할 점은 인간의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삶의 궤적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장대하고 굳건한 자연의 형상과 속성에 대한 기대감이 자주 표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은 아마도 바람의 이미지를 ‘봄’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봄의 변방’쯤으로나 이끌어갈 수밖에 없는 기대감의 성격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 이경호(문학평론가)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언어의 힘” 세계사시인선 150, 전영관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이 발간되었다. 이 시집은 전영관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그는, 바람의 이미지를 집요하게 표현하여 텍스트로 나타냈다. 도시인의 쓸쓸함, 가족의 정, 남녀의 사랑 등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바람의 이미지로 재해석하여 풀어냈다. 시인 특유의 사소한 시선에서 오는 촘촘한 표현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내뿜고 있다. 가구들은 나보다 판단이 빠르다 체념을 발판삼아 한 걸음 먼저 적재함에 오른 표정을 악천후라고 기록해둔다 나의 부탁대로 마지막까지 견뎠을 책상 나사못이 참을성을 뚫고 튀어나왔다 새벽의 관절이 나와 함께 삐걱거릴 때에도 자신의 자세를 지탱했을 것이다 기타는 끊어진 줄을 기다리느라 목이 더 길어졌지만 처음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비가 오면 함께 노래를 불렀었다 음표들은 방을 맴돌다 가라앉을 뿐 간벽을 넘어가지는 않았다 옆방과 등을 맞대고 사는 TV에게 배운 처세술이다 어깨를 좁혀 선반에 나란히 서있을 수 있었던 책들을 마구잡이로 라면박스에 포개 넣어버린다 그들은 서로 다른 장르로 퀴퀴한 이론을 섞을 것이다 함지 몇 개와 냄비는 공복의 습성까지 가져가려는 듯 덜걱거린다 그 위로 노숙자 안색의 재떨이도 던져 넣는다 옷가지 몇을 챙기다가 습관적으로 무릎 구부리던 바지를 가방에 구겨버린다 구두는 오랜 눈치로 발을 감싸며 떨어지지 않는다 기사가 복부비만형 가방을 들어준다 시동을 거는 순간 두 번을 함께 보낸 겨울이 부르릉, 진저리로 인사를 대신한다 구름은 나보다 사태파악에 둔하다 희멀건 얼굴로 하늘만 긁는다 전입신고서에 이번 주소지를 봄의 변방이라고 기록하겠다 전출지를 묻는다면 악천후의 중심이었다고 추가하겠다 ―「바람의 전입신고」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