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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말머리성운|심연의 라디오|테레사|밖|박쥐|붉은 수조|긴 여름|백야|밤에만 존재하는 나라|야간사격|도망자|눈보라|설인|그림자|유령박쥐|사육제|트롬본 Part 2 갇힌 별|지우개|심야의 텔레비전|은하수를 마시는 남자|시간의 저쪽|이중 자화상|얼룩말 이야기|노란 알약|똥별|콩꽃|오뚝이병정|영사기|욕조에 알 낳기|낙태|중음|은하수 뒤의 나비처럼 Part 3 메스칼린|드럼과 구구단|겨울노래|야훼 닷컴|붙박이별 아래서|외눈|끝없이 자라나는 그림자나무|코브라 또는 최광훈 병장|달빛거인|아래 칸을 채우시오|톱의 노래|긴 도마를 가진 남자|K의 유령|월식|일곱 개의 바나나|모르핀을 더 주오|글 쓰는 노역자|수박|기린 혹은 h|북두팔성|피아노|그린란드 Part 4 들깻잎 3장|순창고추장|조각달을 보면 홍두깨로 밀고 싶다|물안개|강화도에서|은어와 나|저 썰물을 따라가면|술|탬버린|소금꽃|고래여인숙|천수만에서|나무는 레코드판을 돌리고 있다 해설|회색 병동의 별자리, 그 선연한 자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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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머리성운
색색의 알약들 입에 털어 넣고 군의관 앞에서 군번을 외우는 몽롱한 초저녁 쇠창살 사이로 밤마다 허공은 창문처럼 열려 말 모양의 별자리 뜨고 우리는 밤마다 붉은보라색 꿈을 꾼다 상무대 610동 정신병원에서 대가리 없는 말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말머리성운 속으로 도망친다 거기서 숨바꼭질을 한다 뿌연 성운 속에서 무엇으로든 몸을 바꿀 수 있다 번지는 마리화나 냄새 우리는 싱싱한 별을 뜯어먹는 망아지들이 된다 새벽녘 대가리가 없는 말들이 끄는 마차는 어김없이 병실로 되돌아온다 또다시 군번을 외우는 아침 우리는 말 울음소리로 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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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삶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회색 병동의 기억,
상상적 은유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이인철의 첫 시집! 그동안 여러 문예지에 활발하게 신작시를 발표해온 이인철 시인이 등단 10년 만에 첫 시집 『회색 병동』을 내놓았다. 이 시집에서 그는 자신의 젊은 날에 겪은 아픔과 상처를 오롯이 담아내는 한편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하면서도 애틋한 그리움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시집 전반부는 그에게 감옥이자 병원이었고 자유를 박탈당한 군대 경험의 기억에서 비롯된다. 치밀하게 편제된 권력장치, 폭력과 억압, 유폐와 갇힘, 고통으로 인한 모순 등 어두운 삶의 형상과 맞서면서도 그의 상상력은 다양한 은유와 상징으로 빛난다. 한편으로 그는 현실적 가난과 정신적 결핍으로 가득했던 기억을 끄집어내어 아름다운 서정시로 써내려간다. 그것은 곧 절박하고도 분명한 존재 확인의 순간이자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엉켜 있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잊히지 않는 기억과의 끊임없는 주고받음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꿈’꾼다. 돌아보면 여전히 고통스럽고 가슴 아픈 순간으로 남아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지난 시간으로의 회귀적 본능을 품고 있다. 그것은 곧 존재론적 기원으로의 향함인데, 이인철 시편들에 잘 드러나는 특징 중 하나다. 「갇힌 별」이라는 시에서 그는 “하프를 뜯던 손가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새벽노을에 번지고 있어/손목이 사라지고 있어/어둠 속에 물결치던 황금빛 음들/리라별자리로 돌아가고 있어”라고 노래하면서 핏빛 기억과 아름다운 별빛을 아스라하게 대비시킴으로써 회귀하는 순간을 더욱 아프게 보여준다. 이인철 시인은 자신이 머물렀던 어둡고 암울하기만 했던, 가난한 슬픔이 가득하던 그 시절을 애써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순간들을 하나하나 반추하면서 잃어버린 세계를 더 소중히, 깊이 감싸안으려는 의지가 굳건하다. 그의 아름다운 서정시들 속에는 요즘의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결하고도 순수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