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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光洙, 춘원春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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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딸이란 무엇인지, 아내란 무엇이요 지아비란 무엇인지, 시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하겠고, 무엇보다도 사람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아야 한다고 부모가 가르쳐주었고 또 지금토록 그대로 실행하여왔으나, 어찌해서 숟가락은 오른손으로 잡아야 할 것인지 좀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어찌해서 부모의 명령은 순종해야 옳고, 아내는 지아비의 소유물, 완롱물이 되어야 옳고, 어찌해서 이혼이 그르고, 이혼한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 그른지도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내 두뇌로, 내 이성으로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장차 오는 조선은 어떠한 조선을 만들어야 하고, 장차 오는 자녀들에게는 어떠한 생활을 주어야 할는지도 내가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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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 최초의 ‘여성독립선언’, 100년 만에 정본으로 만나다
『개척자』는 『무정』에 이은 춘원 이광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매일신보』에 1917년 11월 10일부터 1918년 3월 15일까지 연재되었다. 이제까지 『개척자』는 연구자들 사이에서조차 『무정』과 비교되면서 그 문학적 의미가 폄하되어왔고, 그만큼 대중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부자 관계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조에서 벗어나 부부 중심의 가족 구조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무정』에 담긴 자유연애사상의 근본이라 할 때, 『개척자』는 분명 이러한 『무정』의 주제 의식을 계승, 부연하는 정도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작품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이 작품의 감수를 맡은 정홍섭 아주대 다산학부대학 교수는 그 차이점으로 “『개척자』의 핵심 주인공이 김성순이라는 여성이라는 점”을 꼽고 있다. 주인공 성순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대목이 있다. “우선 딸이란 무엇인지, 아내란 무엇이요 지아비란 무엇인지, 시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하겠고, 무엇보다도 사람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아야 한다고 부모가 가르쳐주었고 또 지금토록 그대로 실행하여왔으나, 어찌해서 숟가락은 오른손으로 잡아야 할 것인지 좀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어찌해서 부모의 명령은 순종해야 옳고, 아내는 지아비의 소유물, 완롱물이 되어야 옳고, 어찌해서 이혼이 그르고, 이혼한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 그른지도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내 두뇌로, 내 이성으로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장차 오는 조선은 어떠한 조선을 만들어야 하고, 장차 오는 자녀들에게는 어떠한 생활을 주어야 할는지도 내가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이 대목을 두고 정홍섭 교수는 “이것은 아마도 한국 소설에서 최초로 보는 ‘여성독립선언’일 것이다. 위 인용문이 담긴 이 작품의 ‘17의 2’회가 『매일신보』에 실린 날이 1918년 2월 5일이고, 여성 작가 스스로 이와 같은 여성해방이라는 선구자적 주제 의식을 담은 나혜석의 「경희」가 같은 해 『여자계』 3월호에 발표된 것을 보더라도 『개척자』의 ‘선구적’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개척자』는 논의의 바탕이 되어온 텍스트 자체에 이미 많은 결함이 있었다. 그러므로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이 작품의 정확한 ‘실상’을 근거로 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텍스트가 부재했고, 따라서 제대로 된 평가가 존재할 수도 없었으며, 그러다 보니 일반 독자들은 이 작품을 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새로운 ‘춘원 이광수 전집’에 실리는 이 새로운 정본 『개척자』는 이와 같은 텍스트의 ‘오류’들을 바로잡아 온전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또한 이 작품은 『무정』의 작가 춘원 이광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라는 위치에 걸맞은 나름의 의미와 재미를 담고 있으며, 특히 여성해방을 향한 여성의 자각을 그리는 면에서 이 작품은 가히 ‘개척자’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춘원 이광수 전집’의 특징 첫째, 이광수가 남긴 ‘모든’ 글을 수록한다. 전집은 현재 소설 25권의 목록이 확정된 상태이고, 나머지 목록은 현재 기획 중에 있다. 그 밖의 문학 장르(시, 수필 등)와 일반 산문, 논설, 실용문 등을 감안하면 30여 권으로 완간될 것이다. 춘원의 전집은 해방 후 1962년 삼중당(전 20권)과 1979년 우신사(전 11권)에서 발행된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때 이미 편찬자의 판단에 따라 배제, 누락시킨 것이 많았고, 이후 지금에 이르는 기간 동안 새로이 발굴된 작품과 글도 적지 않았다. 춘원이광수전집발간실무위원장인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새로운 전집에서는 지금까지 누락되어왔던 춘원의 작품은 물론이고, 춘원의 ‘친일’ 작품, 일본어로 씌어진 대일협력 글 등까지 빠짐없이 수록할 예정인데, 이로써 이광수의 진면목과 전체상을 가감없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하여, 그의 업적과 과오를 사실대로 보여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송현호 교수도 발간사에서 “춘원연구학회에서는 춘원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춘원학회가 아닌 춘원연구학회라 칭하고 창립대회부터 지금까지 공론의 장을 마련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 연구와 조사를 통해 작가의 의도가 가장 잘 살아 있는 저본을 선택한다. 춘원 이광수가 소설을 발표하던 당시에는, 관행상 첫 발표는 주로 신문 연재였고 이어서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가 생존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작품마다 다양한 이유에 따라 작품의 일부분이 훼손, 변질,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전집은, ‘작가 생존 시 발행된 마지막 단행본’을 저본으로 삼는 일반적인 문학출판의 관행에 구애받지 않고, 각권 감수위원의 연구와 조사 결과에 따라 저본을 선정하고 또 그 밖의 여러 판본을 참고함으로써, 각 작품의 정본에 가깝도록 만들고자 한 데에 의미가 있다. 셋째, 오늘의 감각에 맞는 현대어로 펴냄으로써 동시대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춘원이 활동하던 때는 한글 사용이 막 정착되기 시작한 때였고, 또 춘원 사후 ‘이광수 전집’이 발간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이었기에, 당시의 한국어 문법이나 표기 등은 지금과 많이 달랐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사실상 독자들이 이광수의 작품을 읽기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감안하여, 작가의 문학적 의도나 표현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 표기로 바꿈으로써, 독자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2020년은 춘원 이광수의 70주기로, 이번 전집은 70주기에 맞추어 완간을 목표로 발간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이후 4권 『일설 춘향전』, 5권 『재생』, 6권 『마의태자』, 7권 『단종애사』, 12권 『유정』, 17권 『사랑』 등 여섯 권을 2차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