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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0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Episode 01 오롯이, 혼자 아이스크림을 올린 호떡 달콤한 색, 브라우니 아보카도 브루스게타 리코타 치즈 치커리 샐러드 아침을 깨우는, 프렌치 토스트 냉장고 재료 따라 콥샐러드 바나나 브레드 푸딩 부라타 치즈 샐러드 크림치즈 요구르트 위드 베리 토마토 매실 절임 갈증엔, 오디 슬러시 새콤달콤 매콤한 골뱅이 비빔면 맛좋은 궁합, 두부김치 Episode 02 맘껏, 기분내는 간장떡볶이 새우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 정성들여 담기만, 훈제연어 리스 프로슈토 루콜라 샐러드 한우 등심 스테이크 참나물 밤채 샐러드 바질페스토 냉파스타 골드키위 요구르트 꽤 근사한, 관자 감바스 캐슈너트 케일 샐러드 간단하고 맛있게 흑돼지 수육 Episode 03 든든한 한끼 차돌박이 된장찌개 달래장 우엉밥 부들부들 소고기미역국 삼색 채소 피클 간단하게 한우육회 군침 도는 쇠고기 육전 누구나 좋아하는 간장 달걀 밥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 문어 유자 초회 오징어 쪽파 파스타 토마토 홍합스튜 크림 수프 채끝등심 뚝딱 손쉽게 보양 옻닭 |
가족들이 일터와 학교로 모두 떠난 오전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오후에 출근했기 때문에 혼자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 날도 많았다. 싱싱한 샐러드 조금, 허브 한 가닥 올린 계란프라이, 밀크잼 바른 토스트 한 조각으로 아침을 먹는 동안에는 오롯이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은 차분해지고 고민거리들도 누그러졌다. 그때 알았다. 음식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를 붙잡고 나 이래서 힘들었고 저래서 속상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예쁘게 한 접시 차려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건강한 요리 한 접시는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해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기분 좋은 방법이었다.
---「생각보다 쉬운 요리, 이왕이면 근사하게」중에서 ‘Cobb’이라는 셰프가 처음 만든 데서 유래했다는 콥 샐러드는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재료들로 간단히 만든 샐러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음식에서 이런 예가 또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역사적으로는 이탈리아의 왕비 이름에서 따온 ‘마르게리타 피자’,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소동파와 관련한 ‘동파육’ 등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없을까 생각하다가 기껏 떠오른 게 ‘김수미 간장게장’과 ‘백종원 도시락’이라니. 아 나는 왜 이럴까 자괴감에 빠져 있다가 콥샐러드 만들 생각에 정신이 번쩍. 그만큼 콥샐러드는 맛있다. ---「냉장고 재료 따라 콥샐러드」중에서 십수 년 전 피맛골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슬펐던 이유는 도시개발과 함께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 하나가 사라져버렸다는 상실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맛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가끔은 피맛골 시끌벅적한 골목에서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먹고 싶은 날이 있다. 두부김치에는 따로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김치의 맛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새콤하게 익은 김치를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설탕만 조금 넣으면 끝. 딱! 피맛골의 그 맛이다. ---「맛좋은 궁합 두부김치」중에서 어릴 때 김장을 하면 엄마가 정육점에 가서 수육용 돼지고기 두 근을 사 오라고 했다. 김장을 도와준 이웃과 빙 둘러앉아 갓 만든 김치 위에 갓 삶은 수육을 얹어 먹는 맛이란, 오 마이 갓, 기가 막혔다. 여럿이 함께 어울려 신선한 재료로 금방 만들어 먹던 맛의 추억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손님을 초대하거나 가족을 위해 요리할 때 그 기억의 조각을 하나씩 꺼내 쓰고 있다. ---「간단하고 맛있게 흑돼지 수육」중에서 도대체 저게 무슨 맛일까, 명란젓과 아보카도의 조합이라니. 꽤 신선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 재료들이 만나서, 맛의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의외성을 경험하는 것도 요리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은 평소 이상형과도 멀었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나와는 아주 다르다. 하지만 의외로 서로의 단점을 감싸주고, 장점은 살려주며, 잘 살고 있다. 명란의 짭조름함을 아보카도가 감싸주고, 아보카도의 느끼함을 명란이 보듬듯 말이다. 요리는 참으로 인생을 닮았다.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중에서 |
요리가 -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일이었다니! 이 책에서는 정량화된 레시피를 설명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몇 숟가락’ 정도의 표현이 전부다. g, ml, t 등 일반적인 레시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우유 180mL는 도대체 얼만큼인지, 베이킹소다 1t는 어떤 계량 도구를 써야 할지, 1t만큼 쓴 나머지를 언제 다 쓸지도 막막하고, 다음번에 만들려면 책을 또 찾아봐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레시피를 기억하느라, 레시피를 따르느라, 레시피에 끌려 다니느라 요리과정을 재미있게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요리는 할 때마다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검색창에 나오는 수많은 복잡한 레시피에서 벗어나, 구하기 쉬운 식재료로 편히 만들어도 그럴싸해 보이는 언제든지 다시 만들고 싶어지도록 요리가 만만해지고 요리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 오늘 저녁의 행복을 찾아보세요. “피맛골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슬펐던 이유는 도시개발과 함께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 하나가 사라져버렸다는 상실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맛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가끔은 피맛골 시끌벅적한 골목에서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음식을 소개하는 작가의 글들은 추억 한 숟갈, 사랑 한 숟갈, 재치 있는 입담과 솔직한 표현들이 고루고루 배어 맛 좋은 한 접시 음식 같다. 깔깔 소리 내 웃기도 하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도 느끼며 해 먹어봐야겠다는 생각 이상으로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 끼 식사는 기본 욕구 이상으로 중요해졌다. 입안에서 터지는 방울토마토의 상큼한 과육, 부드럽고 달콤하게 퍼지는 진한 브라우니 등 생각보다 간단한 요리 한 접시가 작가의 말처럼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기분 좋은 방법이 된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신 있게 자꾸 따라 해보자. 생각보다 큰 위로와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