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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해설 ㅣ 2인치 상아 세공의 미학과 역사성 제인 오스틴 연보 |
Jane Austen
제인 오스틴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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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렇겠지요. 네, 그래요. 책에 나오는 예를 드는 일은 삼가 주셨으면 해요. 남자들은 자기들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어느 모로 보나 우리보다 유리했던 거지요. 높은 수준의 교육도, 펜도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어요. 책으로 뭔가를 증명하려는 건 안 될 일이지요.” --- p.310
“신체의 크기에 비례하는 슬픔의 양이 있는 것은 아니다. 크고 몸집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자태를 가진 사람만큼 절실히 마음의 고통을 느끼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온당한 생각이든 아니든 간에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심 쓰듯 넘어가기 어렵고, 고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차마 봐줄 수 없으며, 조롱거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덥석 달려들 법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있는 것이다.” --- p.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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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은 부인을 잃고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첫째와 막내는 아름답지만 귀족 근성이 몸에 밴 안하무인의 성격들이다. 하지만 둘째딸인 앤은 두 자매와는 반대로 현명하고 멋진 여인이나 뛰어난 미도도 아니고 이제는 시들어가는 27살 노처녀이다. 앤이 노처녀로 남게 된 이유는 8년 전 그녀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위의 ‘설득’ 때문에 사랑했던 남자 웬트워스와 헤어지고 그 후로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쥔 해군 대령의 모습으로 웬트워스가 다시 앤 앞에 나타난다. 그는 앤에게 받은 상처를 잊지 못하고 그녀에게 차갑게 굴고, 심지어 아무하고라도 ‘결단력 있는 여자’이기만 하면 결혼을 하겠다며 앤의 어린 시누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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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의 마지막 소설인『설득』은 그녀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두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오스틴은 예외 없이 그러한‘우여곡절’이 어디에서 기인하며 그 토대는 무엇인지, 나아가‘결혼’과‘행복’이 과연 양립 가능한 것인지를 집요하게, 하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묻는다. ‘어려서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주인공 앤 엘리엇이 ‘나이 들면서 로맨스를 배워가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오스틴은 “부자연스러운 시작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표현했다. 첫사랑이었던 웬트워스 대령과 헤어진 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앤의 이야기는 암울한 결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신중함’과 ‘낭만적 사랑’의 판타지라는 모순적인 개념이 빚어내는 온갖 ‘부자연스런’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파혼당했던 웬트워스 대령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재산을 모아 금의환향한 뒤 결혼 시장에서도 빠지지 않는 존재로 부상한다. 그런 그를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 변화를 아이러니로 그려내는 오스틴의 붓끝은 예외없이 날카롭다.
오스틴의‘소설 쓰기’는 거실과 가정의 벽은 물론 여성작가와 소설 장르에 대한 당대의 편견을 넘어 그녀의 소설을 읽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행위였다. 오스틴의 독자들은 오스틴이 들려주는‘연애 이야기’를 통해 200여 년의 긴 시간을 버티며 살아남은 ‘낭만적 판타지’와 새롭게 조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변하지 않는 오스틴의 인기도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대중적 욕망이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뒤집어보면 그것은 오스틴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끈질기게 묻는 물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일 것이다. |